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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발견

수동 필름 카메라, 팔아야 하나, 갖고 있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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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만 손맛이 느껴지는 수동식 필름 카메라. 지금은 천덕꾸러기 됐지만..



손맛 좋은 수동 필름 카메라, 먼지 끼고 녹슬고 있는데..


2002년 봄에 직장 선배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저 카메라를 내게 넘겼다. 솔직하게 말하면 10만원주고 내가 샀다. 원래는 엄청 비싼 거라는데 10만원이면 거저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 선뜻 수락했다. 아남니콘 FM2 수동식 필름카메라 정품.

당시 사무실에는 필름이 한가득 쌓여있어서 마구마구 찍어댔다. 몇장을 찍고 몇장을 현상했는지 다 기억할수도 없다. 업무적인것, 개인적인 것 다 포함하면 말이다.

‘찰칵’ 하고 찍을 때의 손맛, 한컷 찍고 나서 ‘찌르륵’하고 필름 감을 때의 짜릿함, 다 찍고 나서 ‘찌르르르~’ 필름을 모두 감을 때의 그 소리와 손맛이란 ^^

나는 수동필카의 매력에 빠져들어 2003년에는 20만원 가까이 주고 망원렌즈도 구입했다. 큰맘먹고 말이다. ‘그놈’으로 멀리 있는 것을 쭉 당겨서 찍으면 피상체는 선명하게, 뒷 배경은 흐릿흐릿하게.. 바로 피상체를 돋보이게 하는 ‘아웃포커싱’ 기법.

여하튼 나는 이 카메라로 8백여장에 달하는 아내 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들어주기도했다. 아버지 회갑 잔치때는 따로 사진사를 부르지 않고 이 사진기로 찍어 크게 뽑아 아는 사진관에서 직접 포토앨범으로 만들기도 했다.

사진 뽑아 보면 정말 잘 나온다. 디카는 비교할게 아니다. 필카를 디카처럼 화소(픽셀)수로 계산하면 3천만 화소(픽셀)라는 말도 있고 무한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따라서 디카와는 비교할게 아니다.

요즘 디카 보면 1천만 화소 자랑하면서 가격대비 고화소 이야기 많이 하는데 부질없다는 생각이다. 아기 돌잔치 사진처럼 대문짝하게 뽑아낼 일이 아니라면, 그냥 웹에서 사용할 사진이라면 400만화소(픽셀) 디카면 충분하다. 디카 고를때 높은화소(픽셀)는 크게 의미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한푼도 아쉬운 요즘, 팔아버리자니 아쉽고, 두자니 쓸모없고..

그래, 디카가 나오면서 내 보물은 먼지속에 묻혔다. 먼지가 껴 뻑뻑하기도 하고 필름 넣는 방법도 가물가물하다. 5년 동안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묻어두었으니까!

사실 필름 끼우기도 귀찮고 사진관 맡겼다가 찾아오는 것도 귀찮다. 웹에 올리려면 또 스캔까지 받아야하지 않는가? 무엇보다 필름사고 현상하고 스캔하고 하려면 돈이 들어간다. 돈과 시간이 엄청 들어간다.

전에 필카 사진 광이었을때는 결혼 초기고 아기도 없었다. 기름값도 비싸지 않았고 나가는게 많지 않아 그럭저럭 살만했다. 그러나 지금은 형편이 다르다.

저렇게 먼지 쌓이게 놔두면 뭐하나, 고장만 나지 싶어 중고가게에 팔아볼까 생각도 해봤다. 망원렌즈 포함해 50만원 정도는 쳐 준다고 하는데 선뜻 내어주기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녀석과 함께 한 추억이 떠올라서일까?

내다 팔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어봐야 사용도 안할 것이고...50만원이라도 받고 실속을 차려야 할 것 같으면서도 그냥 놔 두면 뭔가 쓸모가 있을 것 같기도 한 수동식 필름 카메라.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내다 팔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긴하다.

글을 쓰는 이 순간도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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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렌즈까지 구입했는데 지금은 먼지가 풀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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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 하나는 끝내주는 녀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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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이녀석 만큼 매력있던 녀석이 또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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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회갑 앨범, 저 사진기로 직접 찍어 내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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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앨범도 모두 저 수동 사진기로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