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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교사의 학습일기

정말 눈치 없는 아이, 치료해야할까?

오늘은 아래내용과 비슷한 사례가 있는 초등학생 부모님이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동 전문가, 심리전문가, 심리치료사, 소아정신과 분들 등 각 분야의 관계자분들과 함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집단지성을 요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성남으로 수업장소를 옮긴 후 어제 첫 방문수업(독서토론수업)이 있었습니다. 학습이 부진해 한 단계 낮춰서 단독수업을 하고 있는 4학년 여자아이인데요. 수업 20분하고 나서 어머니와 2시간 넘게 상담을 했습니다. 원래 5분 상담인데 2시간 상담했습니다. 처음 뵙는 어머니인데 첫 만남에서 이렇게 오래시간 어떤 내용을 상담을 했을까요?

그 어머니와 상담하다가 블로거뉴스 이야기가 나왔고 블로그 댓글을 통해 전문가나 이 아이와 비슷한 성향이 있는 아이의 학부모들로부터 경험담을 들어보고 왜 그런지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댓글을 통해 피드백을 받아 어머니께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이 부분은 어머니께서 동의를 하셨구요.


엄마의 고민 -학습적 측면

-1년 피아노 레슨 결과 "어머니 레슨비가 아까운데요."


-  내년이면 5학년이 되는데 어머니는 3학년 수준의 학습을 하면 맞을거라고 합니다. 이 아이가 하는 학습은 독서토론, 글쓰기, 피아노, 영어, 한자입니다. 피아노를 1년 넘게 해도 기간 대비 실력이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피아노 선생님이 어머니께 ‘레슨비가 아깝다’라고 솔직히 말씀하실 정도이니 말이죠.

영어도 또래보다 단계를 낮춰 수업을 받는데 그럭저럭 따라가는 편이랍니다. 그런데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쉽게 포기하고 쉬운 것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학교나 학원, 방문수업 등 모든 학습적인 측면에서 인지발달이 느리다는 것이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둠수업을 못하고 일대일 수업을 받고 있는 겁니다.

다만 한자에서는 탁월할 정도로 암기를 잘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한자를 제외한 모든 학습에서 인지가 느리다는 선생님의 평가가 내려졌고 어머니와 선생님과의 상담은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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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없는 아이, 감정적으로 분위기 파악 못하는 초등 아이, 정신과적 혹은 놀이 등의 치료를 해야할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까?




엄마의 고민 - 일상적 측면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인다, 산타 존재 4학년 말에 엄마가 알려줘..
-아주 크게 혼나고도 5분만에 돌아서서 허허 웃는 아이
-좋은 말로 순진무구, 안좋은 말로 왕땅 당하기 좋은 조건

일상적 측면-이 아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눈치없다’ 입니다. 다른 말로 융통성이 없다거나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는 것이죠.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학교 시험시간 종료 5분 전 선생님이 “아직 다 못 푼 사람 손들어봐!” 했더니 몇 명이 손을 들더랍니다. 아직 한두 문제 못푼 친구들이죠. 그런데 이 친구도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 3문제 밖에 못 풀었어요.” 라고 큰소리로 말하더랍니다. 3문제를 남겨 놓은게 아니라 3문제 밖에 못 풀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아이, 이에 대해 놀라는 반 친구들.

이런 말을 하면 상대방이 어떤 마음, 어떤 감정이 생기는지 그걸 잘 모른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십니다. 농담을 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입니다. 어제도 수업시간에 교재를 읽다가 주인공 이름이 나오길래 제가 주인공 이름을 그 아이 이름으로 바꿔 읽어봤습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깔깔대며 재밌어하는데 어제 그 친구는 정색을 하며 주인공은 자기가 아니라며 수정해서 다시 읽더군요. 무척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이 어머니가 걱정하는 것은 현재의 눈치없고 융통성 없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성향이 왕따를 당하기 쉽다는 것이죠.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을 때 친구들이 다가가 그러면 안된다고 일러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어떤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야 넌 왜 그렇게 뚱뚱하냐?” 라고 말하면 그렇게 말한 친구를 저쪽으로 데리고 가서 “야 그렇게 말하면 저 친구가 기분 나쁘지.” 하면서 주의를 주거나 기분나빠할 친구의 분위기를 살피면서 행동을 하는게 눈치 있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 아이는 “많이 먹어서 그런거지.” 라고 대답을 한다는 겁니다. 분위기 파악이 안되는 것이죠. 좋은 말로는 순진무구하다거나 순수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안좋은 말로 눈치없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것이죠. 왕따 문제가 걱정돼 이 어머니는 산타클로스가 그동안 엄마 였음을 엊그제 알려줬다고 합니다. 그동안 산타를 진실로 믿고 있었던거죠. 4학년이 다 끝나도록 말이죠.

그렇다고 이 친구가 특별하게 왕따고 그런건 아니라고 합니다. 잘 웃으며 낙천적인 성격으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데 다만 눈치가 없다는게 문제지요. 그리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데 이 친구 어려서부터 종종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버릇이 있다고 합니다. 호흡기 질병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멍한 상태로 뭔가를 응시한다거나 깜빡 잊는 일도 있고요, 바로 어제 한 일을 두고 “전에(예전에) 엄마랑  백화점에 갔어.” 라고 시간관념 없이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더랍니다. 엉엉 울정도로 크게 혼나고도 5분만 지나면 돌아서서 벙글벙글 웃으며 감정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아이이기도 합니다. 지난해(3학년때) 아빠께서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장에서 웃으며 뛰어놀고, 장례식이 끝나자 “지겨운 게 끝났다”라고 해서 친척들을 놀라게 했답니다. 이런 행동은 전부터 지속돼 온 사항으로 시기적으로 아빠 일과는 관계없는 상황이죠.

어떤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이나 감정, 의지 등이 느리거나 좀 둔감하다고 해야 할까요? 감정조절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기도 하구요. 아이의 이런 상황이 학습과 연관이 있다고 어머니는 얼핏 생각하고 계십니다.

어제 어머니와 나눈 상담 내용을 동의하에 정리해 올려놨습니다.

심각하게 생각하면 심각해지고, 쉽게 생각하면 아이가 순진한 것이고 정리하면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방학에 소아정신과나 심리치료 쪽을 가볼까 하십니다. 그동안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문제의식을 갖고 이 문제를 보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것인가 후회가 되기도 하구요. 점점 크면서 이러한 행동이 나아지겠거니 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셧답니다. 특별히 치료나 상담을 받아보는 그런 구체적인 생각까지는 못하고 계셨던 거죠.  

여하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것인가, 주변에 이런 성향이 있는 친구들이 있는지, 그런 것들을 공유하기 위해 어머니 동의하에 이 글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차근차근 읽어보시고 관심있는 분들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요즘에는 아이들의 과잉 행동, 심리 장애 등이 워낙 많아서요. 동감하시는 분들이 꽤 계실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