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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가는 현장

"이브날 노트북 한개도 못팔았어요" - 불황의 현장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지 않는 이브

성탄절 전야, 크리스마스 이브인 어제, 밤 9시쯤에 일을 끝내고 집에 오니 너무 썰렁하더군요. 안되겠다 싶어 간단하게 밥을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4살 꼬맹이 녀석에게 크리스마스 밤풍경이나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반짝이도 보고 캐럴도 듣고 사람구경도 하고..기억할수 있는 첫 크리스마스가 될테니까요.

분당쪽으로 나와봤는데 썰렁했습니다. 10시도 안됐는데 백화점 문은 벌써 닫았더군요. 이런 대목에 왜 벌써 닫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간단한 반짝이만 보일뿐 멋들어진 트리장식이나 시끌벅적한 캐럴송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제법 다니는 것 같은데 말이죠.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다가 분당에 있는 한 대형마트를 들르게 됐는데요. 그곳에 가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좀 느낄 수 있을까 해서였죠. 허나 매장안도 특별하게 성탄절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대형 할인매장 노트북 코너 작년엔  연인끼리 선물 주고 받았는데
-올 이브날엔 한개도 팔리지 않아...서둘러 불꺼지는 전자, 가전제품 코너
-불황은 불황, 생필품과 식료품 코너에는 손님 제법 있는데...

마침 이 대형마트는 성탄절 전야라고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가족이 도착한 시간이 10시 30분경이었죠.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유독 가전, 전자 제품쪽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더군요.

저는 카메라, TV, 노트북, 내비 등 전가, 가전 제품에 관심이 많아 유심히 살펴보곤 하지요. 아내는 생활용품, 아기용품 등을 보러 갔구요.

TV 매장에 있던 점원이 혼잣말로 ‘경제가 어려운가 보다’ 라고 중얼거리더군요. 그래서 제가 물건이 많이 안나갔나보네요? 라고 물었더니 ‘구경하는 사람은 많은데 사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특히 옆에 노트북 코너의 경우 밤 12시가 다 되도록 한개도 판매를 못했다고 하더군요. 가격대비 성능, 디자인 뛰어난 제품들도 많은데 말이죠. 점원에 따르면 작년만해도 크리스마스 전날 연인들끼리 노트북이나 디카, 엠피쓰리 등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거의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거죠.

제가 보기에도 그랬습니다. 구경하는 사람은 꽤 되는데 구매하는 사람은 못봤습니다. 어쩌다가 아이가 디카를 갖고 싶다고 하면 인터넷에서 보고 사준다고 말하고 가는 엄마가 두분이나 계셨습니다.

디카 코너 점원에게 살짝 물어봤습니다.

“오늘 디카 좀 나갔나요. 요즘 어렵죠?”
“다 그렇죠 뭐..”

그러더니 갑자기 저를 다시한번 자세히 살펴보시더니 “그래도 나갈건 다 나가요.” 하시더군요. 분위기 보니 저를 마트나 디카 경쟁사 직원으로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저는 궁금해서 물어본 것 뿐인데..  사실 안물어봐도 불황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말이죠.

그래도 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좀 남아 있는 곳은 펜시점과 식료품이었습니다. 성탄절이나 아이들에게 간단한 선물은 준비해야 하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요.

12시를 갓 넘기자 여기저기서 문을 닫는 점포가 보이더군요. 영업시간이 아직 2시간이나 남았는데도요. 화사함을 자랑하던 TV 화면이 꺼진지는 꽤 시간이 지났구요. 디카매장도 천으로 덮어버렸습니다. 텅텅 빈 가전, 전자제품 매장.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이렇게 썰렁한 성탄절 전야는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성탄절 특수는 없을거라고 뉴스에서 듣긴 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그 모습을 보니 다시한번 실감이 나더군요.

꽁꽁 얼어붙은 지갑은 그렇다쳐도 흥겨운 캐럴과 반짝이 만큼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는데 그것조차 즐기기 어려운 상황이 됐으니...

우울한 성탄절 전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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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대비 성능과 기능이 향상된 제품이 많이 나와 있지만 구입하는 고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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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만해도 크리스마스 전날 연인들끼리 혹은 자녀에게 노트북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 성탄절 전야에는 단 한개의 제품도 팔지 못했다는게 점원의 설명이다. 한숨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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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전에 TV 매장 코너는 화사한 TV 전원을 모두 꺼버렸다. 켜 놓아봐야 전기요금만 나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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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이 아직 2시간이나 남은 성탄절 전야지만 12시가 다 돼가자 점포를 닫는 곳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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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코너도 마찬가지, 정리하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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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식품, 생활용품 코너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있는데 유독 가전, 전자제품에는 사람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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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이때가 밤 12시 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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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가게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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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펜시에는 손님들이 몰려있다. 자녀에게 가벼운 선물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불황의 늪을 언제쯤 빠져나올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