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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조각 모음

완고한 장인어른, 병원 모시고 갈 방법 없을까?

삼강오륜 모른다고 세번 쫓겨난 첫째 사위

딸만 셋인 장인어른의 성격은 완고하시다. 어느정도 완고하신가하면 첫째딸 사윗감이 결혼 승낙 얻으러 왔을 때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정확히 모른다고 해 쫓아냈다. 두 번째 시도(?)때도 오륜을 한자로 쓰는데 잘 생각이 나지 않아 퇴짜를 맞았다. 세 번째 도전에서는 삼강(三綱)을 잘 숙지하지 못해 결혼 승낙을 얻지 못했다. (삼강이 오륜보다는 좀 어렵다)

이런 탓에 둘째 사위인 나는 결혼 승낙 받으러 갈 때 삼강오륜에 대해 ‘열공’을 해야했다. 물론 사정이 있어 삼강오륜 테스트를 받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결혼 후 약주 드시고 삼강오륜 써 보라고 하시는 경우는 있었지만...

장인어른의 완고함은 여러곳에서 볼 수 있다. 신용, 현금 카드 등은 절대 믿지 않으며 어떤 보험에도 가입을 안하신다. 보험 이야기하면 죽을 날짜 받아놨냐 하신다. 성추행, 성폭행 뉴스나오면 시집 안간 막내딸 단속하시느라 바쁘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병원 출입은 절대 안할 것이며 ‘내 병은 내가 안다’ 주의이다.

현재 연세 67세. 청년기때부터 쓰셨던 일기와 글들을 자주 들춰보시고 군대시절 사진과 군대수첩을 아직도 갖고 계신다. 딸 셋이 어릴때는 “앉아, 일어서, 엎드려”하면서 군대식으로 무섭게 교육하셨다. 지금도 종종 약주를 많이 드시고 화가 나시면 그런 스파르타가 나오려고 한다.

약주 드신 후 낙상...건강과 자신감 잃어가시는 장인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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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로 연명하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인어른은 김포공항 저유소 경비일을 줄곧 하시다가 5년전 약주를 드시고 2미터 높이 옥상에서 낙상하셔 등쪽을 다치셨다. 철심을 넣는 수술을 하셨다. 가장 낮은 등급의 장애판정을 받으셨고 일을 그만두셔야했다. 서 있거나 오래 앉아 계시면 등쪽에 통증이 와서 다시 일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장인어른은 약체이다. 젊으셨을때부터 배가 자주 아프셨다고 한다. 그때마다 환약으로 된 정노환만 드셨다. 약주 특히 막걸리로만 살아가는 분이다. 낙상하셨을 때 병원에 간김에 몇 검진을 받으셨는데 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낙상 수술 후 장인어른의 생활공간은 집안으로 한정됐다. 막걸리 드시고 누워계시고...식사는 거의 안하시고 막걸리 안주드시는게 식사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더. 장모님이 일을 나가시니 종종 라면을 끓어드시기도 한다. 음식을 드셔도 까끌까끌하고 맛을 모른다고 하신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자꾸 막걸리만 드시는 것이다.

밖에서 살살 걸어다니시며 운동을 하셔야하는데 방안에만 계시다보니 근력이 많이 퇴하셨다. 화장실에 혼자 다니시기도 힘들어 요강까지 방에 갖다 놓았다. 하지 정맥류도 생겼고 최근에는 발가락이 붓고 진물도 나기 시작했다. 원래 당뇨는 없는데 갑자기 생겨난 당뇨 합병증인지 신장이 나빠져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지 알 수가 없다. 집안에서만 생활하시면서 장인어른의 건강은 나날이 안좋아졌다. 자신감도 없어지고 ‘몸이 안좋아서...“라는 멘트를 달고 사시면서 일체 바깥 활동을 안하셨다. 

10년째 휴대폰 사용해도 없는 척..
5년째 승용차 타고 다녀도 차 없는 척..
장인어른의 완고함은 말로 다 표현 못해..

병원 절대 안가신다. 설득하다보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 물리적인 힘을 써서 사위 두명이 억지로 병원에 모시고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밤에 몰래 마취 주사 놓고 구급차에 실어 병원에 모시고 가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마취 깨어나서 병원임을 아셨을 때, 입원실이 발칵 뒤집어지는 상황을 감수해야한다. 어느정도의 완고함인지 더 이상 설명안해도 짐작이 된다.

그나마 둘째딸인 아내가 요즘은 비교적 강력한(?) 목소리를 낸다. 그 좋아하시는 막걸리 더 드시고 싶으면 빨리 병원가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그러면 화만 내신다.

장인어른 어찌하면 병원 모시고 갈 수 있을까? 딱히 방법을 찾을수가 없다.

(장인어른의 완고함이 가족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준다. 오죽하면 10년째 가지고 다니는 딸들의 휴대폰 존재를 모르고 계신다. 번호를 아시면 약주 드시고 몇시간이고 통화하시니 일상생활, 직장생활이 어렵다. 또 막내딸이 5년전에 승용차를 구입해 타고 있는데(성남 우리집 거주) 아직 승용차를 샀다는 말을 못하고 있다. 그냥 회사차 가지고 왔다고... 여자들은 운전하면 건방져 보이고 위험하다고 생각하시기 때문...  )

이정도의 완고함이 있는 장인어른 어떻게하면 병원모시고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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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에 쓰신 일기. 자유당, 이정제, 이기붕 등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많이 봤던 인물들이 나온다. 위쪽에 '소화제를 사먹었다'라는 부분도 나온다. 젊었을때부터 배가 늘 아프셨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