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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발견

조개구이 '무한리필' 한다고 해서 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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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리필 조개구이 본메뉴. 리필메뉴는 주로 작은 조개가 나옵니다. 까먹는데 짜증좀 나죠. 뜨겁긴하고 알멩이는 작고...



조개구이 집에서 조개를 무한리필한다? 하지만 잔조개 대부분...


우리 동네를 지나다가 새로 바뀐 가게가 보이더군요. 조개구이 집인데 조개를 ‘무한리필’ 한다고 써 놓았더군요. 음식점에서 콜라, 사이다를 무한리필 하는 곳은 봤어도 주 메뉴인 조개를 무한리필한다?

마침 가게 사장님 인 듯한 분이 나와 있기에

“정말 조개를 무한리필 하나요?”
“네, 그럼요. 대신 술을 많이 팔면 되지요.”

그 후 일주일. 어른 넷과 아이 하나 데리고 그 집을 찾았습니다. 최소한 10번 정도는 무한리필할 심산으로 갔죠. 토요일 저녁이었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더군요. 1인분에 9900원이고 4인분을 주문했습니다.

밑반찬은 고추 몇 개, 오이 몇 개가 전부였죠. 신경 안 썼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조개니까요. 조개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옆 테이블을 보니 무한리필을 아주 잘 활용하는 가족이 보였습니다. 어머니와 중고등생 딸로 보이는 세명의 여학생들인데 술은 전혀 없고 조개 껍데기만 가득 쌓여갔습니다. 바닥의 껍질통을 보니 대략 다섯 번 정도 리필한 것 같았습니다.

술안시키고 리필만 10번정도 한 옆 테이블...본전 뽑았을까?

드디어 본 메뉴가 나왔습니다. 익는 조개는 많지 않고 입은 많으니 처음에는 먹는 게 시원찮았습니다. 술은 우선 소주 한명과 사이다를 주문했습니다. 드디어 본 메뉴를 다 먹어치우고 리필을 주문해봤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약했습니다. 본 메뉴에 있던 굵직한 조개는 없고 주로 작은 밤알 크기만한 조개들이 나왔습니다. 그것보다 약간 굵은 것도 서너 개씩 나오긴 했지만 역시 작은 것들이었습니다. 바지락 칼국수 속에서 까먹는 그런 조개들이죠.

찌거나 삶아서 먹으면 한꺼번에 많이 먹을 수 있지만 역시 그 작은 것들을 구워서 먹으려니 감질도 나고 별로 큰 메리트는 없어보였습니다. 또 불편했던 건 후끈한 열기가 온 몸 특히 무릎을 달궜습니다. 조개껍질이 불에 타면서 나오는 냄새와 연기 또한 참아내는게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장난으로 “뜨거운 열기와 껍질 타는 냄새 때문에 오래 못 견디고 리필 많이 못한 채 그냥 가는 거 아냐. 영업전략 아냐?” 하고 우스개 소리를 했습니다. ^^ 그만큼 열기와 냄새가 심했다는 이야기죠.

또 애로사항은 계속 초고추장을 찍어먹으니까 너무 달달해서 나중에는 조개맛보다 초고추장에 질려버리게 되더군요. 그냥 먹으면 밍숭밍숭해서 초고추장을 찍어먹는건데 이것이 또 다른 복병이 될 줄이야...

작은조개 까먹다보면 짜증, 날덥고 불 뜨거워서 짜증, 초고추장 맛에 금세 질려...인내심이 필요하다 ^^

결국 다섯 번의 리필을 했습니다. 먹다보니까 질리더라구요. 또 조그마한 밤알 같은 크기를 까먹어야 한다는 귀찮음도 한몫 했습니다. 삶아 먹어도 될 것 같은 자그마한 조개를 이 뜨거운 날 뜨거운 불 앞에서 구워서 까먹어야 하는 상황이 그리 마뜩치는 않았습니다.

리필 다섯 번에 소주 3병, 사이다 3병, 칼국수 1개, 기본메뉴 9900원 * 4인분 해서 나온 총 금액이 54000원입니다. 리필 통해 본전을 뽑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옆에 있는 모녀 가족은 대략 잡아 10번 정도 리필하고 나간 것 같았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과 쌓여있는 껍데기들을 보니 말이죠. 대략 저희들이 세어 본 것도 있구요.

배를 최대한 비운 상태에서 뜨거운 것 잘 참고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인내심 있으며 술이나 음료수는 마시지 않고 오로지 뜨끈한 조개구이만 먹는다고 하고 10번 정도 리필하면 본전은 뽑고도 남을 것 같습니다. 식구들이 좀 더 많이 가면 유리하겠지요.

20번, 30번 무한리필해도 뭐라하는 사람도 없지요. 저는 두 번 리필 주문하니까 눈치가 보이긴 했습니다만....사실은 눈치 보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죠.

술 많이 드시는 분이 가시면 조개는 별로 못 먹고 술 판매만 엄청 늘려주는 것 같습니다. 하기야 조개구이는 조개보다 사실 술로 매출을 올리는 편이죠.

공짜 핸드폰이 기계 값이 아닌 요금으로 돈을 버는 것처럼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