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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발견

실험실에서 태어난 두마리 병아리,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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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닭들은 동료 중학생딸이 학교에서 몇백원주고 호기심에 산 녀석들이 아니었습니다. 학원 실험실에서 태어난 녀석들로 중학생딸이 엄마의 마음으로 키우고 있던 것입니다.



학교앞에서 호기심에 산 삐약삐약 병아리?
알고 보니 중학생 딸이 실험실에서 엄마의 마음으로 길러낸 병아리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 1일, 경기도 성남에서 시골 고향마을로 조금 큰 병아리(닭)두 마리 옮기기 대작전(시속 110km 뚫고 강행한 닭 두마리 옮기기 프로젝트)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직장동료의 딸이 학교 앞에서 몇백원 주고 산 병아리가 제법 커서 이제 도시에서는 기를 수 없어 그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제가 시골로 데리고 갔다는 이야기지요.

어제 그 직장동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블로그 글을 보고 뭔가 문제가 있다며 내용을 수정해줄 것을 요청해왔습니다. 그 병아리(조금 큰 병아리 혹은 조금 작은 닭 이라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음)는 학교앞에서 몇백원 주고 구입한 것이 아니라는군요. 직장동료가 여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없었으므로 당연히 학교앞에서 몇백원주고 구입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랍니다.

직장동료의 중학교 2학년 딸이 모 영재교육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과학실험 중에 병아리 부화하는 학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학교 교과과정에 다 나오는 것이지만 여건상 학교에서는 부화실험을 하기 힘든 게 지금의 교육 현실입니다.

따라서 이 딸은 계란 두개에 자신의 이름을 써 놓고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며 몇날 며칠 부화하기만 기다린 것입니다. 비록 딸 자신이 두 계란을 몸으로 품어 병아리가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엄마와 같은 모성 감정으로 이 병아리들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었던 겁니다. 사람으로 치면 입양한 아이들을 키울때 ‘가슴(마음)으로 낳았다’, ‘가슴(마음)으로 품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일 겁니다.

하루 이틀은 상자안에 넣고 집안에서 키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옥상으로 올렸습니다. 그러다가 한때는 이 딸의 외가로 가서 이모가 돌봐준적도 있습니다. 외가는 아파트이므로 병아리 키우는 여건이 더 좋지 않았습니다.

살아있는 토끼 쓰레기통에 버린 기사 읽고 나니
병아리 키운 중학생 딸 마음은 '엄마'



그러다가 다시 이 병아리들은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이 딸 입장에서 병아리는 엄마의 마음이 맞는데 직접 키우려다 보니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엄마 아빠가 맞벌이고 ‘병아리 엄마’인 딸은 아침 일찍 나가 새벽에 들어오니 마땅히 돌봐줄 상황이 안됐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비교적 큰 강아지 집을 구해 옥상에 올렸고 물과 모이를 주고 하루종일 비워 놓고도 녀석들이 스스로 잘 자랄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되니 병아리라 부르기엔 너무 크고 닭 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어정쩡한 크기가 된 것입니다. 먹는 양과 똥이 많아지니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죠. 게다가 직장동료의 다리도 조금 불편하고(통풍) 딸은 학업에 너무 바빠 병아리에 대한 마음은 굴뚝 같은데 막상 돌보려고 하면 실천이 잘 안되는 것입니다. 몇날며칠 아빠와 딸이 고민을 하다가 시골 저희집으로 보내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학교앞에서 몇백원 주고 산 병아리와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부화전부터 지켜봤으니 더욱더 애정이 담겨있음은 사실입니다. 학교앞 병아리들은 상당수 온전치 않은 것들이 많아 박스안에서 하루이틀 푸덕거리다가 죽거나 가요 <날아라 병아리>처럼 로드킬 당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 학교앞 몇백원짜리 병아리 판매는 그동안 달갑지 않았습니다.

상자안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병아리들, 그것을 어떻게든 팔아보겠다고 나서는 장사, 책임감과 의무감보다는 눈에 보이는 귀여움과 호기심 등으로 선뜻 구입했다가 몇일만에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거든요. 생명을 경시하는 일부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지요.

그렇잖아도 어제 기사에서 다 죽어가는 토끼를 쓰레기 통에 던져버린 것을 어떤 시민기자가 찍어 올려 논란이 되고 있는 걸 봤는데, 이런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처음에는 작고 귀여운데 너무 커버리니 감당할 수 없이 공원이나 산속 심지어 산채로 쓰레기 통에 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어제 그런 기사를 접하고나서 이 중학생 딸의 닭 두 마리 ‘탄생의 비밀 재조명’을 하고 나니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느껴지더라구요. 동료의 딸이 기특하게도 느껴지구요. 시골에서 낳고 자라 짐승이던 곤충이던 많은 생명들과 함께 자라온 저로써도 이번 사건이 제 정서에 맞아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

여하튼 실험실에서 탄생한 두 마리 병아리, 엄마의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을 동료의 중학생 딸을 생각해서라도 두 녀석들은 반드시 튼튼하게 길러야겠습니다. 앞으로 몇 개월 후 완전하게 어른 닭이 된 두 녀석들의 활발한 모습을 다시 동영상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동료의 중학생 딸이 이런 사정으로 병아리를 키워왔음을 모르니 녀석들의 수송에만 초점이 맞춰서 동영상과 글이 올라갔네요. 뒤늦게나마 두 녀석의 탄생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 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