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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야기

아내 신발 10켤례 가격이 내 신발 한켤례 값...그것도 모르고 나는...

시골에 놓고 온 낡은 구두..어쩔수 없이 새구두 사는데..

 

 

얼마전에 시골에 갔다가 구두를 그만 놓고 올라왔습니다. 운전하는데 필요한 슬리퍼만 신고 구두는 깜빡 잊고 고향인 시골집에 놓고온 것인데요,

 

사실 뭐 구두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겉보기에도 워낙 낡았고 신발 바닥은 갈라지고 벌어지고 슬슬 물이 들어오기 직전이었으니까요. 계속해서 한 구두만 줄기차고 신고 다니니까 일찍 손상이 될 수 밖에 없지요.

 

어차피 새로 사야하는 시점인데, 이 놈의 구두가 좀 비싸야죠. 기본적으로 20만원은 줘야  지 않습니까?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홈쇼핑도 있지만 구두는 반드시 신어보고 사야한다는 생각과 매일 신고 다녀야 함으로 튼튼한 걸 사야한다는 일념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 늘 망설여지지만 말이지요.

 

애지중지 모아놨던 상품권을 풀어 20여만원짜리 구두를 구입했습니다. 첫날은 꽤 발이 아프고 불편하던데 한 이틀정도 지나니까 괜찮아지더군요. 혹시 상처가 나지 않을까, 너무 급하게 신다 뒤축이 구겨지지는 않을까 최대한 조심조심 하며 신고 다녔습니다.

 

 

아내 구두 10켤례 값보다 더 비싼 내 구두. 애지중지 아끼는건데 이것도 제법 상처가 났다

 

 

집에 들어와서도 가능하면 신발 벗은 현관에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신발장에 넣어 놓곤 했습니다. 다른 손님이 오거나 식구들이 드나들면서 신발을 밟을수도 있으니까요. 가장 안전한 방법을 택한 것이지요. 신발을 지키기 위한....

 

무슨 신발이 이렇게 많냐는 물음에 아내의 한마디는...

 

그런데 구두를 신발장에 넣고 꺼내는 과정에서 좀 불편한 일이 생겼습니다. 신발장에 신발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제 신발은 구두, 등산화, 운동화, 슬리퍼 이 정도로 용도에 맞게 딱 갖춰져 있습니다. 두 아이들 신발도 각각 두세개 정도 있는 듯 했습니다. 나머지는 아내의 신발이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열켤레는 넘어 보였습니다. 평소에 잘 신지 않는 신발도 보이고요. 여하튼 식구들의 신발이 넘쳐나는 신발장속의 이 불편한 진실...이렇다보니 다른 신발 위에 제 구두를 놓아두거나 다른 신발을 현관 바닥으로 빼어 내고 제 신발을 넣어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습니다. 누구의 신발이던 정리하면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아내와의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신발장에 신발이 참 많네, 당신 신발이 가장 많은 것 같아. 내거는 몇 개 안되는데....전혀 안신는 신발도 있는 듯 한데 정리좀 하지..”
“나중에 기회 되면 다 신을건데....”
“그래도 지금 안 신는 건 비닐 봉지에 넣어서 다른 곳에 두거나....신발이 너무 많아서 불편해. 특히 당신 신발 때문에...열 켤례는 넘는 것 같아)
(사실 집안이 좁아서 다른 곳에 둘 장소도 없다)
“열 켤례 넘는 신발, 그거 다 합쳐봐야 당신 구두 한켤례 값도 안될거야”

 

저는 아내의 이 마지막 멘트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맞습니다.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아내는 운동화, 구두 등 시장에서 주로 사다 신었습니다. 5천원짜리 운동화, 만원짜리  구두...그래서 쉽게 떨어지고, 구멍나고 끊어지고...그렇다고 십수만원짜리 신발을 사는 아내는 더더욱 아니니까요. 

 

아내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아내의 신발들, 일부만 촬영한 것입니다. 5천원짜리에서 부터 1만원, 2만원까지...10여개 신발 다 합쳐봐야 제 구두값보다 비싸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