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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맛

남자는 머리 묶으면 안되나?

머리 묶고 다니는 남자는 안좋다고 생각하는 5살 아이

 

 

우리 둘째 아들은 다섯 살입니다. 아들인데 좀 이쁘장하게 생겨 머리스타일을 바꾸면 남자 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랄까? 하지만 행동이나 놀이 하는 걸 보면 영락없는 사내아이이지요.

 

아침부터 땡볕입니다. 둘째 아들 머리가 너무 길어 눈을 찌른다고 합니다. 날씨도 더워 땀도 많이 나고요. 주말쯤이나 돼야 머리를 정리해줄 듯 합니다. 엄마가 아들 머리를 모아서 옆으로 돌린 다음 고무줄로 묶어 주었습니다. 눈찌르고 더우니 임시방편인데요.

 

거울을 들여다보며 재밌어하고 좋아라하던 녀석이 묶은 머리를 풀어달라고 합니다. 눈찌르고 더워서 그런 것이니 그냥 하고 가라고 했더니 녀석이 엄마 귓속에 대고 뭐라고 뭐라고 합니다.

 

“엄마, 사람들은 머리 묶고 다니는 남자들 싫어한대”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그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묶은 머리를 풀어달라고 하는겁니다. 아이들이 놀릴수 있다면서요. 어린이집 선생님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수 있는 일입니다. 다른 친구들의 놀림, 혹은 내가 남자인가, 여자인가 하는 정체성에 대해서 아이 스스로 의문을 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보면 어린이집 선생님의 교육은 아주 정확한 것입니다.

 

 

5살 둘째놈은 얼굴형이 꼭 여자아이 같습니다. 머리 스타일을 바꾸면 말이죠. ^^

 

 

고정관념보다는 개성, 다양성 중요하지 않을까?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머리 묶고 다니는게 아니라고 우리 아이가 알고 있고 선생님께 그렇게 들었다 하는데, 저는 아이에게, 남자도 긴머리, 여자도 짧은 머리 할 수 있고 묶고 다니거나 머리띠를 할 수도 있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이지요. 아이에게 다양성과 개성을 알려주고 싶었다고요.

 

아, 혹시 친구들이 남자 아이가 머리 묶었다고 놀린다? 그럴땐 이렇게 이야기해야죠.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남자도 머리 길러 묶을 수 있고 여자도 짧은 머리 할 수 있대”

 

이렇게 이야기해주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아, 너무 무리한 요구인가요? ^^ 뭐, 오늘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오후에 이야기 들어보면 알 수 있겠지요.

 

요즘 학교 교과서에서도 보면 아빠는 회사 가서 돈 벌고 엄마는 집에서 살림한다는 식의 내용, 즉 글이나 사진, 그림 등이 없습니다. 굳이 남자는 이래야한다, 여자는 그래야한다는 식의 성역할을 딱히 정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것들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헤어스타일이나 복장 등 실용과 개성을 살리는데 있어 딱딱하게 굳어 있는 옛 생각들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지요. 통념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아니라면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