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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가르치고

흡연 중학생들에게 부모님이 알고 계시냐 물어보니...

주택가 흡연 남녀 중학생들 앞을 서둘러 지나는 여성들

 

주택가 골목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50미터 전방에 익숙하고도 식상한 풍경이 가물가물 들어옵니다. 남녀 중학생 10여명이 모여 골목 이슥한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30미터...25미터...20미터... 제 앞에 가던 주부로 보이던 한 아주머니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서둘러 지나가는데 학생들을 뒤돌아 가는 모습을 보니 얼굴을 찡그리고 있습니다. 아가씨로 보이는 또 다른 행인 역시 종종 걸음으로 그 현장을 빠져 나갑니다.

 

담배 연기때문인지, 불량해 보이는 그 모습에 대한 공포감 때문인지 서둘러 그 자리를 통과하는 듯 했습니다. 저는 일부러 표정을 좀 무섭게 하고는 그들 앞에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두 여성이 지나갈때는 대놓고 바깥쪽을 향해 담배연기를 뿜어내던 아이들이 제가 지나가니까 담배를 몸 안쪽으로 가리는 것이었습니다.

 

‘아하, 이놈들이 사람들 봐가며 담배를 피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 상황이 대낮이 아닌 밤중에 일어난다면 여성들뿐 아니라 남자인 저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것입니다.

 

여하튼 이 녀석들은 20미터 전부터 담배를 피우며 쉴 새 없이 거친 욕을 해댔고 침을 찍찍 뱉으며 짧게 개조한 교복 치마를 입고 속옷이 보이거나 말거나 신경 안쓰고 아무런 자세로 쭈그려 앉거나 다리를 벌리고 서 있거 하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정중하게 이야기 했지만 형식적인 아이들의 대답...

 

하지 말라고 해도 안할 친구들 같지도 않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몸과 마음이 망가질뿐 아니라 행인들에게까지 불편과 해, 아니 불안감과 공포까지 주는 이러한 장면을 볼때마다 정말 안타깝지 그지 없었습니다. 이날은 아이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좀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정중하게(?)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존중한다는 의미로 어휘 선택까지 나름대로 신경 썼습니다.

 

“친구들아, 너희들이 골목에 이렇게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불안해 하잖아.”
“죄송합니다.”
“너희들 담배 피우고 몰려다니면서 이러는거 부모님도 알고 계시니?”
(이에 대한 대답은 각기 다른 반응)

 

죄송하다는 멘트는 매우 형식적이었습니다. 건성이었죠. 이순간을 서둘러 넘기기 위한 무성의한 답변 그대로였습니다. 부모님이 이런 모습 알고 계시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다는 친구도 있었고 모르고 계신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히죽이죽 웃으며 곁눈질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에 부모님께서 뭐라고 하지 않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합니다.

 

설마 이런 상황을 알고도 아무 말씀 안하시는 부모님이 어디 있겠습니까. 일탈하는 이 아이들이 그냥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겠죠. 그것이 사실이라면 내 놓은 자식이라는 이야기인데..... 설마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담배 냄새는 교복에 베어버리니 부모님 입장에서도 순식간에 눈치 챌수 있을텐데, 통제해도 잘 안되는 것이겠지요.

 

여하튼 이 친구들과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대화할 의지도 없구요. 아이들 마음속엔 어서 빨리 이 어른이 지나가서 그들이 하고있던, 담배와 친구들 뒷담화 욕과 침뱉기를 계속 하고 싶을 뿐이지요.

 

“얘들아, 어지간하면 길거리에서 이러지들 말자, 너희들이나 행인들이나 좋을게 없다. 너희들에게 공부해라 마라, 잔소리할 권리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구나. 서로에게 불편 주지 말자꾸나.”

 

이렇게 훈계하고 저는 가던 길을 갔습니다. 역시나 껄렁껄렁 하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했지만 정말 시간이 되면 빵집이라도 가서 아이들 속에 맺혀 있는 마음이 뭔지 속 깊은 대화를 나눠 보고 싶었습니다. 문제 해결 방법도 대화가 첫걸음이 아닐런지요?

 

 

청소년들이 자리를 뜨고 나면 늘 이런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