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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가르치고

“말 잘 듣고 착한 아이 돼라”, 아이들이 음매 소인가?

 

어버이날 초등 1학년 큰아들에게 편지를 받았습니다. 내용인 즉 어버이날 축하와 감사 말씀과 학교 끝나면 집에 와서 옷 정리 하고 씻고 밥 먹고 조금 놀다가 바로 자겠다는 내용입니다.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내용으로 끝이 납니다. 편지 옆장에는 ‘착한 세영이 될래요’ 라는 타이틀과 함께 ‘엄마 아빠 말 잘 들을게요’라고 써 놨습니다.

 

 

초등 1학년 큰아들의 어버이날 편지. 아이들은 늘 말 잘 듣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학교와 가정에서 늘 그렇게 교육하기 때문이다.

 

 

말 잘 듣고 착하고 얌전한 아이는 학습에서 뒤떨어질수 있다

 

저는 초등생과 일부 중학생 아이들의 사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 토론을 지도하며 책과 연계된 일상에서의 경험담도 같이 들어보고 글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특히 저학년에서는 가족, 친구 등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테마가 종종 나오는데요.

 

초등 저학년들에게 이런 내용들을 물어봅니다.

 

“엄마 아빠가 여러분을 가장 사랑해주실때는 언제인가요?”
“말 잘 들을 때요.”

 

결국은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사랑 대신 통제가 따를수도 있겠군요. 말을 잘 듣게 하기 위해서 통제하고 강제하고 억압하는 셈이지요. 저도 우리 큰아이 입학식과 참관수업에 참여해보고 가정통신문 등을 살펴보고 있지만 역시 학교에서도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의 교육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세대 어릴때만 해도 부모님의 바람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말 잘듣고 착하고 순하며 모범적인 어린이. 또한 그것이 부모님의 자랑거리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온전히 바람직한 교육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학습적인 측면에서는 말 잘 듣고 착하고 얌전한 것이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아이가 이러한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수동적이며 도덕적인 것을 위주로 지향하고 소극적이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뚝심 있게 주장하지 못하거나 발표하지 못하고 어떤 것에 대해 비판하고 날카롭게 분석해서 생각을 키워나가기 보다는 ‘좋은 게 좋은 것’으로 흐를 수 있겠지요. 그러다보면 창의적인 생각, 참신한 생각은 줄어들고 항상 어딘가에 매어 있는 생각 즉 고정관념에 얽매어 있어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말이나 소처럼 말 잘 듣고 착하고 얌전한 것은 말이나 소 당사자에게는 결코 좋은게 아니라 그 주인이 마소를 통제하기 쉬울 뿐이지요.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말 잘 듣고 착하고 얌전하면 부모님들은 참으로 편합니다.

 

말 잘 듣는 아이 돼라? 부모가 아이들 통제하기 쉬운 방법 일뿐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이러한 통제를 받기 전에 스스로 할 일을 찾아하고 가족이나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규칙을 배우고 지키며 누군가의 통제가 아닌 내 스스로를 통제하며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며 잘 생활해 나간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그것이 잘 되지 않으니 가정이든 학교든 통제에 들어가고 말 잘 듣고 착하고 얌전한 어린이를 키워가는 교육상에 젖어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제 멋대로 행동하고 악한 마음과 행동을 일삼고 방방 뜨는 행동으로 일관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것은 인성적인 측면에서 훗날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겠지요. 일부 부모님들은 아이가 기 살려준다며 그 모든 것을 용인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말 잘 듣고 착하고 얌전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강조하고 주입하고 일방적으로 교육하기 보다는 ‘할 말 있으면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펼치고 어떤 것에 불만이 있거나 문제가 있으면 용감하게 말하며 활발하게 생활하자’ 이런 식으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의 기도 살려주고 학습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자 이런 이야기입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이렇게 생각하실수도 있겠네요.

“허허, 얘 참 버릇없네, 어디다 대고 말 대답이야?”

 

이런 부모님이 계시다면 그 부모님은 딱 ‘군대 체질’입니다. ^^

 

생각을 좀 더 부드럽게 바꾸도록 노력해보시길...... ^^

 

 

 

과연 말 잘 듣고 착하고 얌전한 아이가 우리 시대가 원하는 어린이 상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