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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서는 대한민국

여성 운전자임을 확인한 후 던진 말은?

 

 

누구다 다 초보시절은 있습니다. 여성 초보라고 해서 욕 듣는 대상자가 된다는건 불합리한 일이지요. 내 아내, 내 누이라고 생각하고 좀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은 과거에 찍은 자료입니다 ^^)

 

 

골목에 주차하려고 애쓰는 그녀, 잘 안된다

 

지난 주 금요일에 있었던 참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5살 아이 유치원을 데려다 주기 위해 골목길을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었습니다. 이쁘고 아름다운 말, 동화처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던 중, 작은 골목을 나와 좀 넓은 골목으로 접어들때였지요.

 

RV 차량을 운전하는 한 여성이 골목 한쪽에 주차를 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이와 제가 나가려고 하는 방향에서 차를 대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꽤 비탈진 길이었습니다. 주차와 완료될때까지 아이와 저는 그 앞에 서 있었습니다.

 

큰 차인데다가 오르막길이라 주차는 쉬워보이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왔다, 뒤로 갔다 두어번 하면서 차가 뒤로 밀리기도 하고 말이죠. 이 여성 운전자의 뒤에는 다른 승용차 한 대가 언덕길에서 멈춰서 있었습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뒤에 서 있는 차가 짜증이 날 만도 해보였습니다. 그 순간 약간 일그러진 표정의 뒤차 남성 운전자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여성의 RV 차량이 30초, 1분 정도 그렇게 시간을 끌었을까?

 

여성 운전자 향해 퍼붓는 욕 살벌...아이 귀 틀어 막었다

 

간신히 언덕진 골목 한편에 주차를 완료했습니다. 뒤에 따라오던 남성 운전자가 내려진 창문 사이로 여성 운전자를 향해 욕을 하며 지나가는데.... 그 욕의 강도는....

 

“야, ^#$%@%%&*^*e#!@!@~^%$*&(^%&$%@!$@^%%^*&@!%*&*(&(@"

 

세상에 조폭 영화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험한 욕을 해대기 시작하는데, 순간 5살 작은 아들의 양 귀를 틀어 막았습니다. 아이가 왜 귀를 막냐고 물어보길래, 자동차가 빵빵 그러면 시끄러울 것 같아 막았다고 둘러 대긴 했으나 초반의 욕은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여성이 주차를 하는 동안에는 경적을 울리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지나가면서 얼굴을 보고 여성 운전자임을 확인하자 한바탕 욕을 한 듯 했습니다. 과연 앞에서 주차 때문에 주춤거리는 운전자가 남성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욕을 해댔을까요?

 

만에 하나 이렇게 심하게 욕을 퍼붓고 나중에 고객과 손님사이로 만났다면 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그런 걸 다 떠나 굳이 이렇게까지 욕을 퍼부어야 할까요? 그 남성 운전자의 의식속에는 “여자가 집에서 밥이나 하지 서툰 운전해서 불편 준다”라는 마음이 깔려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험한 욕을...아이의 귀를 틀어막어야 할 정도의 욕을 해댔겠습니까?

 

물론 여성 초보 운전자들이 운동, 인지 등에서 남성보다 조금 떨어질수 있는 보편적인 신체조건의 특성상 운전에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 상태에서 큰 차량이라면 더 힘들 수 있겠지요.

 

하지만 남녀 구분없이 누구라도 초보라면 이렇게 쩔쩔매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나의 초보적을 생각해서, 조금만 더 여유있게, 웃으며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 아내, 내 여동생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해보시면 여유로운 마음이 더 생기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