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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가르치고

성(性) 부끄러말고 “당당하게 말합시다”


'당당하자 성' 주제 토론 하면서.."당당하게 말합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당당하자 성’ 이라는 주제로 2회에 걸쳐 초등 6학년 서너명 모둠 아이들과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1차 수업을 진행했는데요, 지난해 분당에서 수업할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교재가 민망할만큼 자세한 그림이 나와 있고 전체적인 글 또한 성에대해 적나라하게 설명돼 있으니 지난해에는 아이들이 교재를 집어던질 정도로 반응했고 무슨 말을 할때마다 ‘변태’라는 말이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작년 분당에서 콘돔을 보여주고 설명해주는 수준에서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번 성남에서는 딱풀에 콘돔을 씌우는 방법을 시연했습니다. 콘돔을 왜 알아야하고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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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더럽고 불결하며 안좋은거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에 대해 나는 이렇게 설명한다. 성이 그렇게 안좋은거라면 여러분과 나, 여러분 부모님, 그리고 내 자녀들이 어떻게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겠는가...그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깨거나 바로잡아 더욱더 당당하게 성을 말해야 할 때인것 같다.


성교육 수업, 토론 진지하고 세부적으로...알아야 한다
'성생활' '잠자리 거부 이혼사유' -->성의 중요한 일상생활 강조

성병 예방 및 원치 않는 임신 즉 이 콘돔 및 피임법에 대한 정보, 지식이 없어 여중고생들이 미혼모가 되는 사회 현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중고등생들이 엄마 아빠가 되면 어떻게 할거냐구요. 또 그 아이는 어떻게 되냐구요. 중고생들이 열심히 직장다녀 아이를 키운다구요? 곱지않은 시선을 받으며? 지금의 현실을 잘 설명해주니 여자아이 둘, 남자아이 한명으로 구성된 모둠에서 아이들은 완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에 임했습니다.

다른 동료 교사들은 이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남자 교사들 말이죠. 대략 이야기 들어보니 콘돔 같은 경우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나와 있는 토론 질문에 충실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교사 본인도 성 문제를 자세히 이야기하는걸 꺼리는 어쩔 수 없는 어른인 경우지요 ^^

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겁고 신비하며 깨끗하고 자연스럽고 당당해야 하는건지 그 타당한 이유를 설명하려면 구체적인 사례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어제 설명한 것이 ‘정당한 사유없이 잠자리를 거부하면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라는 부분을 언급하며 정치생활, 경제생활, 사회생활 이라는 말이 있듯 ‘성생활’ 이라는 말이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성생활’이라는 말은 모두 처음 들어봤다고 하더군요.

여자 아이들이 물었습니다. 그깟 잠자리 안하면 그만이지, 그게 무슨 이혼 사유가 다 되냐고요? 이에 대해 저는 (합의해서) 잠자리를 안하는 섹스리스 부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잠자리를 대부분 하며 이혼 사유가 될 정도로 매우 중요하고 ‘성생활’이라고 칭할정도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해줬습니다. 그러면서 아름답고 즐겁고 깨끗하며 자연스럽고 당당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설명이 들어갑니다.


성인용품 파는 사람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자녀도 있을텐데...
---> 성인용품은 성생활 도와주는 하나의 상품일 뿐 이상할 것 없다

그러면 아이들이 또 묻습니다. 성병 걸릴 우려가 있는데 꼭 저런 기구를 사용하면서까지 그것을 해야하냐고 말이죠. 또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을 봤는데 그 사람들도 자녀가 있을텐데 어떤 생각으로 그런 물건들을 파는지 머릿속이 궁금하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성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른들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모두 이상하게 보일 뿐이죠. 성인용품은 그냥 하나의 상품이다. 노인에게 지팡이가 필요하고 장애인에게 휠체어가 필요하듯 성인용품도 즐겁고 아름다운 성생활을 도와주는 상품이니 이상하게 생각할게 없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 본인이 사용하고 있고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생리대도 마찬가지 물건 아니냐구요. 그 친구는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와 관련한 경험을 한 여자친구가 있더군요. 예닐곱살 때 남동생과 가다가 집앞 골목에서 양복입은 남자가 이 친구의 몸을 더듬고 달아났던 겁니다. 당시 엄마와 유치원 선생님도 이 사실을 알았지만 얼굴은 보지 못해 추행법은 잡을 수 없었습니다. 단순한 성 추행인 듯 보였습니다.

그 친구는 어떻게 양복입고 그런 짓을 할 수 있냐며 그 당시를 생각하면 기분이 나빠진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성문제는 양복, 작업복이 따로 없는게 현실입니다. 검사, 변호사, 의사, 박사, 교수, 고위직 공무원 등 일부 지식층, 엘리트 등이 돈과 권력을 믿고 미성년자를 성매수하는 모습을 우리는 뉴스보도를 통해 종종 봐왔습니다. 집에 가면 그만한 딸들이 있는데 딸 같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욕구를 채우려하다니요.

어제 그 친구에게 이 부분을 설명해주면서 성은 전세계적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류최대의 자연스러운 관심사이며 돌발적인 부분도 많다고 설명해줬습니다. TV 광고중에 얼마나 많은 부분이 성 상품화를 하고 있는지, TV 보면서 연관된 것들을 좀 잘 살펴보라구요.

학교에서 성 교육 받았냐고 물어보니 6학년때 딱 한번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보건 선생님이 비디오 보여주면서 정자, 난자 만나 아기 만들어지고...역시 그 수준이었습니다. 알고 보면 성교육이라기 보다는 임신-수정 등 그냥 생물학 수업이라고 할까요. 얼마나 형식적이고 드러내놓기를 꺼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성에 대해 알려주는 선생님도, 부모도 없고 별로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정보를 제공해줘도 귀막고 있으며 때 되면 알리라 하는 지금 시대의 풍조. 개인적으로는 좀 안타깝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성 100중에 98은 풀어놨습니다

왜 우리는 성에 대해 바로 알아야 할까요?

이것이 그 토론의 핵심 질문입니다.

콘돔 등을 써서 성병에 걸리지 않고 원치 않는 임신을 위해서 성에 대해 바로 알아야 한다고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좀 더 크고 넓게 생각해보자면 청소년기(사춘기) 성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고히 세우는데 그 목적이 있을겁니다.

자칫 왜곡되고 그릇된 성에 대한 가치관이 먼저 들어서 청소년때부터 잘못된 길을 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죠. 대표적인 예로 중고생때 가출해 방황하다 돈 몇만원 받고 뭇 남성들과 성관계 갖고 그 돈으로 밥 사먹고 옷 사입고 좋아하고...성인이 되면 어떤 길을 갈지 대략 짐작이 됩니다.

자신의 몸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왜 그것을 지켜나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름답고 즐겁게 공유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사전에 교육받고 인지했더라면 극한 상황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
제가 알고 있는 성이 만약 100이라면 모둠 아이들에게 98정도는 풀어놓은 것 같습니다 ^^ 나머지 2는 굳이 교육적으로 필요치 않은 부분들입니다. 궁금해하는 것 다 이야기해줬습니다. 6학년 졸업하면서 유일하게 우리 독서토론 수업에서 다룰 수 있는 부분이죠 ^^ 그래서 뿌듯합니다. 부모님도, 학교 선생님도, 형제들도, 친구들도 잘 공유할 수 없는 부분들을 또 결코 교육적으로 자세히 다가갈 수 없는 부분들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이야기 나눈다는게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