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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서는 대한민국

아이가 TV 꼭 나오고 싶다고했는데...어린 마음에 상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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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 있어 TV방송 출연은 특별한 경우이다. 제작진에게는 업무겠지만 말이다.

 

블로그 글 보고 TV 출연 제안한 제작진
거절했다 아이가 졸라서 출연하겠다고 했는데....

일요일에 MBC 모 프로그램 제작진이 집으로 전화를 했다. 프로그램 작가였고 아내가 받았다. 어떻게 집 전화번호를 알았는지는 모르겠다. 불황을 타파하는 방법에 대한 아이템을 취재중인데 마침 블로그에 올린 아내의 한달 휴대폰 요금 518원 그 내용을 취재하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해서 요금이 그렇게 요금 나왔는지 그런 비법들을 묻고 있었다.

2시간 정도 촬영해서 3분 정도 방영된다고 했다. 출연료 문의하니 5만원. 그러나 촬영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두시간을 촬영한다는게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고 아이들 돌보기에도 바쁘고 비좁은 집안에서 그 많은 제작진들을 소화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하면 할 수 있겠지만 여건상 모든 것이 마땅치 않았다.

전화를 끊고 나니 첫째 녀석이 우리집 TV 나오냐고 물었다. 안나온다고 했더니 녀석이 TV에 나오고 싶다고 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하고 노래를 불렀다.

아뿔사! 어른인 우리는 힘들고 귀찮아하는데 아이에게 있어선 선망의 대상이 아니었던가. 우리가 수고스럽더라도 아이를 위해 취재, 촬영에 응할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연락처도 알 수 없었다.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으면 알 수 있었을텐데.

다음 날(월요일) MBC 홈페이지에서 그 프로그램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제작진이 출근 전이란다. 그 후 몇차례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문화방송 대표번호로 전화해 그 프로그램의 책임피디(CP)와 통화하는데 성공하고 출연 가능하다는 것을 알렸다.

그러나 그 아이템을 취재중인 제작진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의 외주제작사가 6개나 되고 여러 아이템이 있기 때문이란다. 여하튼 어떤 방법으로든 해당 제작진을 찾아내 연락준다고 했다.

어떻게 촬영할지 상의해 연락 주겠다던 제작진 이미 다른 출연자 섭외
아내는 집안에서 하루종일 대기...아이에겐 마음에 상처만.
방송 나가도록 일언반구 말도 없는 제작진..필요없으면 연락도 안해

퇴근해보니 아내가 제작진의 전화를 집 전화로 받았다고 했다. 아내가 혹시 다른 사람 섭외했냐고 물었더니 아직 아니란다. 그러면서 이번 수요일 아침에 방영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한달 휴대폰 요금 518원 나온걸 어떻게 재연해야 하나 제작진은 고민중이라고 했다. 상의해보고 1시간 후에 다시 전화준다고 했다.

그 후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 네시간이 지나고 잘 시간이 됐지만 연락이 오질 않았다. 어떤 방법으로 그 상황을 재연해야할지 아직 결정 못한 듯 했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일찍 연락이 오겠지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출근했고 아내는 밖에도 못나가고 집안에서 대기했다. 집전화로 연락이 왔고 상의해서 다시 전화 준다고 했으니 굳이 연락처를 물을 필요도 없었다. 아내는 아이들과 하루종일 집에서 대기했다. 언제 제작진에게서 연락이 올지 모르니까 말이다.

결국 제작진은 연락하지 않았다. 첫째 녀석의 TV출연은 좌절됐다. 아이에게 바람만 잔뜩 불어넣어놓고는 말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왜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 분명 한시간 후에 어떻게 할지 연락준다고 하고서는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연락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왜 헤아리지 못하는 걸까?

목요일인 오늘, 인터넷에 들어가 그 프로그램의 다시보기를 해봤다. 수요일인 어제 방영내용을 보니 그 아이템이 예정 날짜에 방영됐다. 배신감과 모욕감도 느껴졌다. 이미 다른 분들로 섭외하고 결정했다면 이래저래 해서 촬영 못하게 됐다고 연락을 줘야 하는게 아닌가?

정말 이러는거 아니다. 그동안 몇차례 방송에 출연한 경험이 있어 알고는 있지만 정말 이러는게 아니다. 이곳저곳 다 연락해 전화 인터뷰하고 촬영일정 잡다가도 또 다른 좋은 아이템 생기면 일언반구 말도 없이, 연락도 안주고 다른 것으로 눈을 돌려 섭외하는 제작사의 사례도 볼 수 있었다.

그뿐인가? 섭외한 사람이 펑크 내자 부랴부랴 다른 방송사 작가에게서 내 전화번호 알아내 급하게 촬영 잡고 그런 적도 있었다. 한마디로 ‘땜빵’이다. 자신들. TV 출연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제작사들에게 끌려 다니는 섭외자들. 제작사는 칼자루를 쥐고 있고 섭외자들은 칼집을 움켜잡고 휘둘리는 것인가?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언제 TV 나오냐며 조르고 있는 큰 아이에게 해 줄말이 없다.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