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주 오랫만에 채팅사이트에 접속했다. 늦은 밤에... 채팅을 하는 이유는 또래 사람들과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다. 연락처를 주고 받거나 만남을 위한 채팅이 아니라는 점 미리 밝혀둔다. (주로 청소년들이 이런다지요?)
30대 중반의 기혼남녀가 한 방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곳. 채팅 방 옆에 나이가 나와 있어 한살이라도 많으면 형, 누나, 오빠, 언니가 된다. 호칭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바뀐다. 대신 나누는 대화들은 진지하다. 청소년들처럼 상대를 꾀기 위해, 잘보이기 위해 거짓말하고 꾸미는 것이 30대 중반 채팅방에는 없다. 적어도 내가 들어간 채팅방에서는 말이다.
대화를 나누는 중 직장에 다니는 20대 후반의 기혼여성이 어떤 고민에 봉착해 있음을 알게됐다. 방에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고민을 들었다. 이성에 관한 문제였다. 어떻게 보면 성희롱, 성추행에 해당되는거 같기도 하고 다른 방향에서 들어보면 아닌 것 같기도했다. 이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려도 좋다는 그 여성의 동의를 얻어(나이, 닉네임, 아이디,지역 비공개로 하고)지금부터 그녀의 고민을 쓸까 한다. 독자 여러분, 특히 기혼 남녀 독자들이 다 같이 생각해볼 문제인 듯 싶다.
#그녀의 고민#
그녀 나이 20대 후반, 어린 두명의 자녀가 있다. 한 달 전 모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러던 어느날 회식을 하는데 술자리에서 30대 초중반 유부남 모 대리의 손이 그녀의 옆구리를 왔다갔다 했다. (여기까지 듣고 나는 성희롱을 생각했다)
자리를 옮겨 2차로 노래부르는 주점을 갔는데 그곳에서는 모 대리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녀는 취한척, 모르는 척 가만히 놔뒀더니 더 세게 잡았다. 급기야는 모 대리가 그녀의 스커트 사이 무릎까지 더듬기 시작한 것(여기까지 듣고 나는 분명히 모 대리의 성추행을 확신했다)이다. 그러나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2차까지 끝나 모두들 돌아가고 그녀와 모 대리 둘만 남았다. 둘이 벤치에 앉아 그녀는 왼쪽으로 기대고 있었는데 오른쪽에 있던 모 대리가 옷을 벗어 덮어주며 자신의 어깨로 유도했다. 그녀는 술자리에서 했던 모 대리의 행동이 괘씸하기도 하고 장난끼가 발동해 모 대리가 곤란해지는 꾀를 생각해냈다. 모 대리의 와이셔츠 에리에 그녀의 립스틱이 묻게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모 대리의 부드러운 느낌이 그녀에게 전해졌던 것이다. 여하튼 결론적으로 그녀는 아무일 없다는 듯 가정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모 대리는 전날 있던 일에 대해 아닌 말로 "쌩 깠다"고 채팅방에서 밝혔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그 일련의 행위에 대해 그녀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모 대리가 그녀에게 마음이 있어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장난이었는지를 나를 비롯해 채팅방에 모인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유부남의 은근슬쩍한 행위가 결코 싫지는 않았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점이 있어 보였다. 전날 밤 모 대리와의 행위에서 그녀는 결코 싫지마는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벤치에서 옷을 벗어 걸쳐주며 모 대리에게 다가갔을 때 따스하고 보드라운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모 대리의 의도가 뭐였을까에 대해 그녀는 궁금해하고 있었다. 나는 '술 취한 남자들의 습관'이라고 규정했고 채팅방에 있던 다른 사람은 '모 대리가 그녀에게 맘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견을 냈다.
그녀의 고민을 듣고나서 나는 걱정이 되었다. 이러다 그녀와 모 대리의 가정이 동시에 파탄나는게 아니냐고 말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모 대리를 주의하고 경계하라'고 충고해 주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서로의 가정이 깨질일은 없다고 확신했다. 채팅방에 있던 다른 이는 '자신이 주의한다고 해도 소문이 나면 가정이 깨질수 있다'고 조언했다.
상황이 이렇다. 결코 싫지만은 안았던 모 대리의 은근슬쩍한 애정표현에 대한 의도, 그것을 궁금해하고 또 한편 모 대리의 따스한 숨결이 자꾸 생각난다고도 했다. 무척이나 솔직 담백한 그녀의 고백이었다. 그녀가 처신을 잘 해 서로의 가정이 깨질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걱정이 됐다.
기혼 남녀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혹시 술자리에서 이런 경험담과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지, 모 대리에 대한 그녀의 마인드 혹은 느낌이 당연한 것인지, 나로써도, 그녀로써도 당체 알 수 없는 일이다.
혹시 이러한 경험 있는 기혼 남녀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듣고 싶다.
이것이 단지 그녀만의 느낌이나 문제일까? 아니면 누구나 다 그런 느낌과 감정을 가질수 있는 문제일까? 무엇보다 솔직한 의견 표출이 중요한 것 같다.
일상에서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