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첫날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울려고 폼을 잡고 있는 새롬이.
선생님 따라 다니던 모습은 사라져
생후 45개월(다섯살) 첫째가 어린이집을 다닌지 벌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 발전’이 있었습니다. 입학 첫날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떼를 쓰는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침에 잠을 자다가도 ‘어린이집 안가니?’ 하면 눈비비고 일어날 정도입니다.
어린이집에서의 생활은 어떨까요? 처음 며칠동안은 친구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선생님만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아침마다 제가 데려다주는데 창문으로 들여다보면 역시 선생님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한 곳에 있으면 늘 그 주변에서 맴돌았습니다.
한달이 지난 지금 선생님만 졸졸 따라다니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냐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아직까지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노는 틈에 끼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고 서서 관망하는 편입니다.
녀석이 능동적으로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서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아주 많이 친해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한달이면 친해질만도 한데 아직 녀석의 마음이 열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선생님 앞에서 누워버립니다.
선생님이 이끌어주면 함께하는 놀이나 학습에 어느 정도 참여한다고 합니다. 다만 능동적인 부분이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죠. 그래서 선생님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를 집에 와서 신나게 부르는데 막상 어린이집에서는 그러지 못합니다. 배울 것 다 배우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잘 표출 못하고 집에 와서 발산하는 느낌입니다. 아직 친구들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한 탓이겠지요.
오후 4시 제가 데리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창문으로 들여다보면 다른 여러 친구들이 말합니다. “새롬아, 너네 아빠 오셨다.” 여러 친구들이 새롬이 아빠라고 칭하는 걸 보아 대부분은 친구들은 녀석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창문으로 봐왔던 모습을 보면 어떤 여자아이가 새롬이 앞에서 뭐라뭐라 이야기도 하고 장난감을 내밀면서 놀자고 하면 녀석은 그냥 멍하니 서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떼를 쓰던 녀석이었습니다. 입학식 당시에는 말이죠.
그래서 요 며칠사이 새롬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절대로 말해줄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냥 씨익 웃기만 합니다. 그럼 아는 친구 이름 있으면 말해보라고 해도 말을 안 합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친구 이름 알아오라는 숙제 내줘서 이름을 꼭 알아야한다고 몇 번을 설득해서 겨우 한 친구 이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녀석은 아직 순진하니까요.
그 친구 이름은 ‘김녹현? 김녹연? 김록현? 김록연?’ 이라고 했습니다. 발음이 아직 정확하지는 않으니까요. 처음에는 장난하는 줄 알았습니다. 새롬이 할아버지 함자가 ‘윤록(녹)현’이고 녀석은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함자를 모두 알고 있는 터였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와 함자와 비슷한 친구를 알게 되고...
게다가 녀석은 언어습득이 좀 빠른 편이라 두 돌이 되기 전부터 ‘달달무슨달 쟁반같이 둥근 달’, ‘아침바람 찬바람에’ 등 동요를 불렀습니다. 세돌 무렵에는 개월 무렵에는 아빠 이름을 김태(윤태), 엄마 이름을 윤영희(김영희)로 성을 바꿔 부르는 등 언어유희를 통해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알고 있는 친구의 이름을 말해보라고 했을 때 장난치는 줄 알았습니다. 할아버지 함자에 ‘김’이라는 성을 붙여 ‘김녹현’ 이라고 한 것이죠. 나름대로 아는 이름을 조합해 장난하는 줄 알았습니다. 늘 그래왔으니까요. 말장난 하는 것 자세히 들어보면 녀석이 과연 5살(45개월) 아이 맞나 싶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엊그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서 신발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신발장 이름에 분명히 같은 반 (빨강반)에 ‘김녹연’이라는 아이의 이름이 보였습니다. 녀석은 할아버지 함자를 이용해 장난질을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친구의 이름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신발장 이름을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펴봤더니 실제 그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참으로 뿌듯했습니다. 꽤 많은 아이들 중에 한 친구 이름을 알고 있고 시간이 더 지나면 그 친구에게 가장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미가 아주 큰 것이죠. 선생님께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녹연 이라는 친구와 어떻게 지내는지 말이죠.
이정도면 정말 많은 ‘발전’이 아닐까요? 항상 엄마 품속에서 놀다가 첫 단체생활 시작한지 한달 만에요. 뭐 적응 잘하는 아이들이야 며칠사이 잘 어울리지만 많은 아이들이 처음 어린이집 들어갔을 때 매끄럽게 적응 안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실제로 새롬이반 들여다보면 한달이 지난 지금도 종종 엄마가 반에 같이 있는 경우도 봤으니까요. 엄마와 떨어지기 정말 싫어하는 아이들이죠.
한달 정도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릴 수 있는 그날까지!
이제는 어린이집에 무척 가고 싶어합니다. 알아서 벨도 잘 누르고요. 물론 교실에서 능동적으로 잘 참여하기보다는 아직까진 수동적인 모습이긴 하지만요.
지난 금요일 모습입니다. 그날 데려다주면서 어린이집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촬영한 것인데 어린이집에 가는건 무척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