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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참여시 쓰기

지금 대한민국은 '시체공화국'


 

대한시체공화국

                                                      새롬이아빠 윤태

나라님도 구제(救濟)할 수 없는

투명한 가루가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성탄절 예수님의 사랑 바이러스도

투명한 가루를 이겨내진 못했다

구원도 구제의 힘도 다 빠지게 하는

저 힘은 구제력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녀석들을 보낼 수 없다고

울부짖는 농부의 거친 눈에서는 부드러운 눈물이 토해 나오고

유리알 같이 매끄러운 녀석들의 왕방울 눈엔

거친 흙이 자꾸만 비집고 들어간다

카메라 볼록렌즈 같은

눈망울의 전원이 서서히 꺼져간다

용광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무감각, 무감정 터미네이터의 붉은 눈처럼....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靑酸)먹고 살으리랏다

눈물은 아래로 떨어져도

밥숟가락은 위로 올라간다고 했던가

누운 나무토막 같은 어미의 식어빠진

젖을 힘껏 빨아제끼던

송아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의 눈에 생의 욕망이 얼비쳐 지나간다




아, 살어리 살어리릿다

청산(靑酸)먹고 살어리랏다

초원에서 신선풀 뜯는 꿈꾸던 갓난 송아지

그 풀위에 앉은 이슬 같은 삶을 살다 갔다

아, 초로우생(草露牛生)이여




볼륨도 뗏장도 하나 없이 밋밋한 무덤 위에

포크레인 으르렁대는 이곳은

살생무택(殺生無擇) 특보가 발효중인

대한 시체 공화국이다

특보가 해제되고

분홍빛 노래와 웃음이 울려퍼질 즈음

밋밋한 무덤가를 맴돌던 붉은 지하수가

무지개처럼 봉긋하게 솟아오를게다


*청산(靑酸) : 독성이 강해 생체의 호흡 작용을 방해하는 화학약품. 살충제 원료로 쓰임=청산가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미가 독살용 주사를 맞고 쓰러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송아지, 그래도 젖 한번 빨아보겠다고 뻣뻣하게 죽은 어미의 젖을 물다가 송아지 역시 주사약물에 쓰러져 죽어야하는 작금의 상황이 안타깝기 그지 없네요


 
 구제역으로 수많은 가축들이 생매장 당하는 지금의 현실을 한 편의 시로 만들었습니다. '붉은 지하수' 는 겨울이 지나고 해빙기가 되면서 가축들의 핏물이 나오면서 2차 오염되는 실태를 비유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