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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0미터 땅굴 속 들어가보니... '망연자실'


-겨울에 비싸지면 팔려고 굴속에 저장해놓은 고구마, 다 썩어버리다

주말에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논에서 소먹일 짚도 거둬들이고 김장도 할겸 겸사겸사해서 갔지요. 올라올때는 이것 저것 챙겨오게 마련인데요, 가을에 캐 굴속에 저장해 놓은 고구마가 생각나서 굴속에 들어가봤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그 수백자루나 되는 고구마가 모두 심한 곰팡이가 나 있었습니다. 급한김에 아버지께서 선풍기 두 대를 이용해 바람을 쏘이고 있었는데 이미 심한 곰팡이가 진행돼 상품으로써의 가치가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가을에 고구마 캐면서 비가 올동말동 해서 급하게 굴에 저장한 것과 날씨가 너무 따듯해 습기가 생겨 곰팡이 균이 잘 자라나게 된 것입니다. 주 원인은 역시 따뜻한 날씨 탓입니다.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이 상태라면 굴 속에서 질펀하게 썩을게 분명한데 그 전에 이것들을 꺼내 소나 염소 먹이든지 밭에 내다 버려야합니다. 곰팡이를 다 제거하면 먹을만한 부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상품가치는 ‘제로’입니다.

-꺼내서 폐기해야 하는데 저 많은 걸 누가 언제 꺼내나? 한숨만~

고구마 꺼내려면 굴 속에서 누군가 고리로 묶어주고 위에서 잡아 당겨야하는데 수백자루나 되는 고구마 이거 언제 꺼냅니까. 힘이라곤 유치원생 만도 못한 어머니는 단 한 자루도 못 끌어올리십니다.

봄부터 고구마 심어 가을에 도회지 사는 식구들 죄 다 불러서 캐고, 나머지는 어머니 아버지가 열흘 걸려 쭈그려 자세로 캐어 어렵게 넣은 고구마인데 이렇게 썪어버리다니... 차라리 땅 위에서 썪었더라면 그나마 꺼내 버리는 수고는 안할텐데..

굴에 잘 저장했다가 한겨울에 비쌀 때 조금씩 꺼내 판매하려고 했는데, 다 망쳐버렸군요. 고구마가 풍년 들었다고 좋아하면 전국 다 풍년이라 가격 폭락해 슬퍼지고 고구마를 심지 않은 해는 비싸고...그래서 대량으로 심으면 ‘똥값’되고...농사짓기 참 힘드네요.

고구마 굴에 넣기까지 들인 시간적, 금전적 비용과 인건비는 한푼도 못 건지고 마음까지 썩어 문드러지게 됐네요. 안탑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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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곰팡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꺼내 밖에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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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고구마가 이런 상태입니다. 상품가치는 커녕 꺼내 버려야 할 형편인데 꺼낼 방법도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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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지어먹기 정말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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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이용해 손으로 고구마를 끌어올리거나 내려줘야하는데, 그 작업을 할 사람도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