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대출 전화나 문자는 무시해왔는데 요즘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 그 경로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마침 대출을 받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대출회사 전화번호가 아닌 휴대폰 번호가 찍혀 있었다.
처음에는 받지 않았다. 두번째 시도하니 받자마자 급하게 끊어 버렸다. 세번째에 통화가 됐다. 한 여성이 곧장 물었다
“자금 필요하십니까?”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제 휴대폰 번호를 아셨죠?”
“네, 컴퓨터로 1~9까지 숫자 조합해서 무작위로 휴대폰 전화 번호 뽑아서 문자 보낸겁니다.”
“숫자를 조합하면 전화번호가 나오나요?”
“네.”
다시 전화 하기로 하고 우선 끊었다. 1~9까지 숫자를 조합하면 휴대전화번호가 나온다는 말이 수상쩍었다. 이것이 가능한지 경찰청 사이버 수대로에 문의하려고 전화했지만 온통 ARS만 나와 담당자와는 통화를 할 수 없었다. 사이버 수사대 ARS 음성으로 정보통신부 전화번호가 안내되길래 정통부 고객상담실 직원과 통화해봣지만 컴퓨터로 숫자를 조합하면 휴대폰 번호가 나온다는 것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대출 회사에 다시 전화해봤다. 이번에는 다른 여성이 받았다.
“문자보고 전화하셨나요? 자금 필요하신가요?”
“(대출은 필요없지만..)네, 좀 많이 필요한데요. 1억원 정도... 가능한가요?”
“100만원에서 3천만원까지만 가능한데요.”
“그럼 우선 3천만원이라도…어떻게 해야 하죠?”
“네, 팩스로만 서류 접수받고요…”
“네? 어떻게 팩스로만 서류를 받아요? 저는 직접 만나뵙고 자세한 상담을 좀 받아보고 싶은데…?”
“저는 그냥 접수만 받구요, 전문 상담원이 있어요. 자금 필요하세요?”
“네, 필요하긴 한데, 저는 좀더 확실히 하고 싶어서…”
“그런데, 어떻게 제 휴대폰 번호를 아신거죠?”
“네, 컴퓨터로 1~9까지 숫자를 조합해서 휴대폰 번호 나오면 무작위로 보내는 겁니다.”
“그게 가능한가요?”
“가능하니까 문자가 갔겠지요”
“자금 필요하세요?”
“아니, 어떻게 컴퓨터로 숫자 조합하면 전화번호가 나오는지…?”
그 후 상담 여성은 자금이 필요한지 다급하게 두어번 묻고는 끊었다.
보이스 피싱인지, 정말 대출 회사인지 확인할 순 없었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그게 아니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아내 문자를 보냈나 하는 것이다. 정말로 “컴퓨터에 1~9까지 숫자를 조합하면 휴대폰 번호가 나올 수 있는지?” 그게 궁금할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디선가 휴대폰 번호를 넘겨받고 그런식으로 돌려대는 건지…그게 궁금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