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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맛

키 99센티 다섯살 '땅꼬마'의 두발 자전거 타는 실력




생후 48개월 (다섯 살)된 큰아들 새롬이가 2009년 7월 31일, 보조바퀴 없이 혼자서 두발 자전거를 마스터했습니다. 모두 3회에 걸친 약 4시간의 연습 끝에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새롬이는 몸무게 16kg, 키는 99센티 정도입니다. 아직까지 등허리에 '몽고반점'도 선명하게 찍혀 있는 왜소한 아니 아기 같은 녀석이 혼자서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됐습니다. 오늘 공원에서 혼자서 거의 완벽하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감탄을 모든 시선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디를 보나 아직은 땅꼬마인데 중심 잡고 자전거 타는 모습이 신기했을 겁니다. 또래 아이들 보니 세발자전거 주로 타고 키가 좀 큰 또래는 보조바퀴 달고 타기는 하더군요.

너무 이르게 자전거를 알려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나이나 신체 발육 상태나 상황을 고려해보면 좀 많이 이르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준 게 맞습니다. 어찌 보면 제가 좀 무리수를 둔 것입니다. 하지만 굳이 이 나이에 자전거를 배우게 한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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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트랙에서 자전거 배우다 만난 한 아이입니다. 왼쪽이 그 아이인데 7살이고 사진 오른쪽이 5살 땅꼬마 우리 아들녀석입니다.



무리수 두긴 했지만 최대한 일찍 자전거 배워준 이유 '자신감 키우려'

제 지인중에 세살짜리 딸이 있는 40대 초반의 남성 가장이 있는데 자전거를 전혀 못탑니다. 못타는 이유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 살 난 딸이 자전거 태워달라고 주문하지만 대부분의 여느 아빠들처럼 이 지인은 자전거만큼은 아빠노릇을 못하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이 지인에게 자전거를 알려주려고 현장에서 붙잡아주고 노력했지만 결국 포기했습니다. 이 지인은 겁도 나고 자전거의 필요성도 못 느끼겠고 이런저런 이유로 자전거를 안 배우겠다고 강력하게 주장을 폈습니다. 황소고집을 꺾을 수도 없고 결국 그렇게 포기했습니다. 한 20일전 일입니다.

그 '사건'을 통해 겁 없는 어릴 때 최대한 빨리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감과 자립심을 키우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동기 부여 등 이런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생각해서 자전거를 알려주게 된 것입니다.

자전거를 뒤에서 처음 잡아주면서 아니 그 전에도 자전거에 대한 이론 교육을 거의 세뇌하다시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게 뭐지?"

"중심 잡는 거"

"중심을 잡으려면 어떻게 하지?"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해."

"자세 바르게 하는 것도 맞고 자꾸 넘어져봐야해."


친구들은 세발 자전거 탈때 새롬이는 두발 자전거 배웠다

저렇게 작은 아이가 자전거를 타네? 사람들 시선 끈 '땅꼬마'


첫날 뒤에서 잡아줄 때 정말 속이 터질 정도였습니다. 고향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시작했는데 페달 위에 다리를 조용히 올려놓고 중심 잡는 연습에 집중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연습했습니다.

성남으로 자전거를 싣고 와서 두 번째 연습이 시작됐습니다. 31일 오후였지요. 이번에는 속력을 어느 정도 내는 상태에서 잠깐 잠깐 손을 놓으며 중심을 잡도록 했습니다. 손을 놓는 시간은 약 2초 정도로 중심을 잡는 게 아니라 가속에 따른 일시적인 평형 상태가 되는 것이었죠. 이때까지 페달은 밟지 않도록 했습니다. 체구가 작아 페달도 매끄럽게 밟지 못할뿐더러 페달을 밟게 되면 몸이 기우뚱하게 되고 땅을 쳐다보게 되면서 중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도 약 1시간 정도 연습했습니다.

31일 오후에 소나기가 왔습니다. 두어 시간 정도 쉬다가 이번에는 육상경기용 트랙이 있는 공원으로 자전거를 싣고 갔습니다. 운동장 한가운데는 풀, 잔디 등이 있고 둘레는 자전거 타기 좋은 육상 트랙으로 이루어졌지요.

중심 잡기 훈련이 또 시작되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심장이 터지도록 자전거 뒤를 붙잡으며 뛰어다녔습니다. 하다보니 녀석이 중심을 꽤 잡더군요. 풀밭에서 집중 연습했습니다. 힘껏 밀어주고 알아서 가라고 했습니다. 넘어지는걸 두려워 말라고 수백 번 세뇌를 해왔던 터라 녀석은 넘어지면서 한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또 넘어져야 쉽게 자전거를 배울 수 있다고 잘 알고 있는 터였습니다.

풀밭에서 약 한 시간 정도 연습 후에 중심잡기는 거의 마스터했습니다. 이제는 페달을 밟아야하는 순서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다리는 짧고 신발은 크고 엉성하며 풀밭이며 페달이 모두 젖어 있었기 때문이죠.

풀밭에서 또 집중했습니다. 어설프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습니다.어른도 마찬가지이지만 페달에서 발이 미끄러지거나 어긋나게 밟으면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는 것은 물론 그 전에 사타구니 같은 곳에 충격을 받고 바로 꼬꾸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몇 번의 실수를 거치고 풀밭에서 새롬이는 중심을 어느 정도 잡아갔습니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진다고 계속해서 주의를 줬습니다. 심장이 터지도록 뛰어다녔습니다.

이젠 됐다 싶어 매끈한 트랙으로 나왔습니다. 페달을 밟으며 제법 중심을 잡았습니다. 문제는 코너링이었습니다. 직진은 제법 잘 하는데 코너 돌때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중심을 쉽게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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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일곱살 친구, 왼쪽이 다섯살 아들 녀석인데요. 둘이 비교해봐도 땅꼬마는 땅꼬마입니다 ^^




심장이 터질듯한 맹연습, 3회에 걸친 4시간 연습해 홀로 타다

과정 지켜보니 인내와 끈기와 성취감, 그리고 자신감 갖게되다

달리 방도가 없었습니다. 나는 뛰면서 자전거 잡아주고 녀석은 페달 밟고 트랙 몇 바퀴를 돌았습니다. 이렇게 열성적으로 자전거를 알려주는 아빠가 또 있을까요? 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둘 다 잠시 쉬어가는 짬도 없이 맹렬하게 연습을 했으니까요. 땅꼬마를 데리고 어찌 보면 혹독하게 연습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끌릴 수밖에요.

"넘어지고 싶으면 풀밭 아무데나 넘어져라. 속도가 줄면 넘어진다. 발 아래 보지 말고 앞을 보라. 니 친구들은 세발자전거 타는데 너는 보조바퀴 없는 두발 자전거 혼자 타고 있는 것이다.  넘어진다고 남자가 울면 안된다."

주로 이런 내용으로 소리를 지른 겁니다. 약 두 시간의 맹연습 끝에 새롬이는 혼자서 두발 자전거를 타고 트랙을 비교적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제가 옆에서 반드시 같이 뛰어주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했습니다. 아이들은 눈 깜빡할 사이 넘어질 수 있고 풀밭 방향이 아닌 스탠드 쪽으로 넘어지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 힘으로 그 넓은 트랙을 세바퀴에 돌고 저는 옆에서 뛰고 있을 때 녀석은 더 이상 힘이 빠져 페달을 밟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아빠는 뛰어다녔기 때문에 쓰러져 죽기 직전이라며 더 페달을 밟으라고 했습니다. 녀석이 더 힘을 내더군요.

이렇게 해서 새롬이는 자전거를 배우게 됐습니다. 3회에 걸쳐 약 4시간 만입니다. 자전거와 녀석을 차에 싣고 태웠는데 차탄지 30초도 안돼 잠이 들더군요.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으면 금세 쓰러져 잤을까요? 오늘 훈련이 고되긴 했습니다.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주면서 녀석의 심리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자전거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있었고 또래 친구들에 비해 두발 자전거를 혼자 탄다는 것에서 자신감과 자부심이 가득했습니다.

사실 녀석을 너무 오냐오냐 하며 키웠습니다. 마마보이 성격이 강한 녀석입니다. 아직도 엄마 품에서 잠들어야하고 동생 업어주면 저도 업어달라며 떼를 씁니다. 엄마 아빠가 아니더라도 혼자서 해야 한다는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주말이 많이 바빠질 것 같습니다. 저는 어른자전거 녀석은 어린이 자전거 타고 나란히 달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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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이렇게 싣고 집까지 달려왔습니다. 몇시간 연습끝에 이렇게 잘 탈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제 욕심이 크게 작용을 했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