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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만든 동영상

폭력 장면과 애정 장면 본 후 아이 반응 실험




먼저 위 동영상을 차근차근 봐주시기 바랍니다.



미디어속 폭력,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영향 줘


제가 독서토론 지도하는 7살 남자아이가 있는데요. 착하고 평범하며 귀여운 친구입니다. 그런데 토론을 하다보면 좀 엉뚱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욕심 많은 놀부와 가난한 흥부가 잘 지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놀부가 욕심을 버리고 흥부에게 나눠주고 사이좋게 지내면 된다고 대답하면 좋을텐데 이 친구는 “놀부를 잡아다가 칼로 찌르고 어두운 곳에 버려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왜 칼로 찌르냐고, 어디서 그런 것을 봤냐고 물어보면 컴퓨터 게임, 빌려온 DVD 게임에 있다며 자기 방에 있는데 보여줄까요? 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친구 어머니는 바쁜 직장 생활 때문에 할머니께서 돌봐주시고 있고 연로한 할머니는 이런 부분에 대한 통제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마냥 귀엽기만 한 손자니까요. 어머니께 이 사실을 말씀드리고 통제해주실 것을 당부드렸습니다. 신경 쓰신다고요.

며칠전에 발생한 서울 논현동 고시촌 살인사건 있죠? 언론보도에 따르면 범인 정씨가 폭력, 액션 영화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가스총, 칼 등의 범행도구를 준비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나타났습니다.

이 밖에 게임이나 영화 등 미디어 속 장면을 모방해서 발생한 크고 작은, 끔찍한 사건, 범죄가 여럿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오늘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미디어가 아이에게 주는 영향을 직접 실험해본건데요. 부모님 특히 취학전 아이들을 두신 부모님들은 주의 깊게 동영상을 보시고 자녀들의 향후 교육 자료로 활용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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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나는 폭력장면이 아닌 게임에서 단순한 때리기 장면의 수준인데도 아이들에게는 그 폭력장면이 깊숙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


사랑장면과 폭행장면 중 폭행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
폭행 본 후 이유도 모르고 곰돌이 인형 때리는 아이
아이들은 여과없이 미디어속 장면을 흡수해버린다

곰인형을 칼로 찌르고 발로 때리는 장면과 뽀뽀해주고 쓰다듬어주는 장면을 각각 연출해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컴퓨터에 옮겨 놓고 4살 아이(생후 39개월)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이 장면을 풀(Full) 화면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뒤에서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아이의 표정 등 반응을 살핍니다. 관찰 결과 곰인형을 예뻐해줄때는 ‘실실’ 웃더니 폭행하는 장면에서는 깔깔거리며 웃었습니다. 폭행 장면에 더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더 많이 보입니다.

이 동영상을 보여준 직후 실험장소인 거실로 내보냅니다. 거실에는 방금 전 동영상에서 봤던 곰돌이 인형과 플라스틱 칼이 놓여 있습니다. 저는 미리 빠져나와 저쪽 방에서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아이의 행동을 담습니다.

아이는 곰돌이 인형이 나쁘다며 집어 던집니다. 왜 나쁜지 물어봐도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계속 곰돌이를 미워합니다. 저한테 폭행당하는 동영상을 보고 곰돌이가 뭔가를 잘못해 매질을 당하고 있다고 아이는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평소 잘못 했을 때 엄마 아빠에게 혼나는 장면과 오버랩되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아이의 판단 같습니다. (인형을 때리는 역할이 제가 아닌 제 3자의 낯선 어른이었다면 아이가 그 낯선 어른을 무서워했을지도 모르죠)

엄마는 ‘곰돌이 인형 사랑해야지’ 라고 하고 아이는 ‘안사랑해’를 반복 하며 엄마와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사랑한다‘는 말에 더욱더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판단은 어느 정도 정립돼 있는데 왜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이유를 잘 모릅니다. 그것을 따지기 앞서 어떤 현상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고 자신화 하여 행동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죠.

해당 동영상을 다시한번 보여주고 반응을 보니 조금 수그러들긴 했지만 여전히 곰돌이 인형에 거부감이 있음을 실험 동영상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아이는 곰인형을 사랑하고 쓰다듬어 주는 장면도 있는데 왜 자꾸 폭력 장면에만 신경을 쓸까요? 남자아이라서 그런걸까? 아니면 액션이 큰 폭력장면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단순한 칼싸움 놀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 부분은 좀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이번에는 곰인형을 사랑해주는 동영상만 연거푸 3번 보여줍니다. 보여주면서 “아빠가 곰인형을 예뻐해주네” 라는 멘트를 각각 한번씩 해줍니다. 아이가 약간 지루해하는 표정을 보입니다.

이 동영상을 보고 나서 아이는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곰인형을 껴안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왜 껴 안았냐고 물으니까 “곰인형이 나빠서”라고 대답합니다. 왜 나쁜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못합니다. 마음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행동은 긍정적으로 변화됐는데 마음은 여전히 곰돌이를 거부합니다.

마지막으로 곰돌이를 사랑하는 동영상을 두 번 보여주면서 왜 곰돌이를 때리면 안되는지, 왜 사랑해야하는지 등을 도덕적으로 예를 들어 한참을 설명해줍니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과 대화가 아이에게 집중된 후 아이는 확실히 달라집니다. 곰돌이에 대한 반감은 완전히 없어지고 곰인형을 업고 재우기까지 합니다.

위에도 언급했습니다만 이 시기의 아이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도덕적 가치, 판단은 어느정도 서 있지만 그것이 왜 옳고 그른지를 따져보거나 파악하지 않고 선악 기준의 가치관에 혼란을 겪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기에 폭력이나 엽기적인 장면들을 미디어에서 접하고 그것을 받아들여 자신화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실험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이가 만화, 영화, 게임 등에서 폭력 장면을 보면서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왜 그렇게 하면 안되는지 이유를 따지지 않고 흡수, 모방한다는 사실입니다. 안좋은 것을 그렇게 흡수했더라도 부모님께서 자세한 대화와 관심과 어깨 다독이는 사랑으로 아이를 훈육한다면 바로잡아나갈 수 있습니다. 위 동영상이 그것을 말해주고있지 않습니까?

글이 글어졌습니다. 위에 드린 설명 중 핵심은 모두 동영상속에 있으니 보시고, 부연설명은 텍스트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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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관심과 대화로 마음과 행동이 모두 긍정적으로 바뀌어 환하게 웃고 있다. 미움의 대상에서 귀여움의 대상으로 바뀐 곰돌이 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