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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맛

피범벅 된 아이 발견해 엄마에게 연락해줬더니....



대여섯살 여자 아이 얼굴, 피범벅돼 울고 있다


지난 토요일 오전, 집 근처에 있는 시장에 갔습니다. 돈까스 소스 사러 가는 길, 시장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여자아이의 울음소리. 그냥 어린 아이가 우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울음소리가 좀 거칠긴 했지만 그냥 우는 아이구나 생각했죠.

시장에 들어서는 시장 상가와 붙어 있는 작은 아파트 계단 입구쪽에서 아이의 모습을 봤습니다. 얼굴은 완전 피범벅이 돼 있고 옷까지 흘러내린 핏물이 흥건한 가운데 공포에 질려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고 있는 대여섯살 정도의 여자아이.

그 모습을 보고 제가 혼비백산했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나? 후다닥 달려가 피범벅이 된 아이를 붙잡고 너 집이 어디냐? 물어봐도 아이는 울면서 방향도 가리키지 않은채 ‘저기요’ 라고 대답하더군요. 답답한 마음에 제 목소리를 더 올라가고, 근처에 지나는 사람은 없고...아이의 얼굴엔 여전히 피가 솟고 있고...

그런데 계단 위쪽으로 발자국 소리가 나기에 무조건 뛰어 올라갔습니다. 혹시 아파트 주민이면 이 아이를 알지 않을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사람은 다친 아이 또래였습니다. 얘! 하고 부르자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더군요. 같이 놀다가 친구가 다친 듯 한데 피범벅이 된 얼굴에 놀라 이 아이는 집으로 가는 듯 했습니다. 다친 친구 집이 어디냐고 이 아이에게 물어도 횡설수설!!!

다시 내려와 정신을 가다듬었습니다. 119를 부를까 생각했습니다. 내가 아이를 들쳐업고 가까운 병원으로 가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엄마 휴대폰 번호를 물었습니다. 사실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어려서 엄마 폰 번호를 모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내겐 눈길 한번 안 건네고 다친 아이 나무라는 엄마

울먹이면서 아이는 엄마 전화번호를 불러주었습니다. 전화를 했습니다. 여기 xx시장 입구인데 아이가 다쳤다고 이야기 해줬습니다. 옆에서는 아이 울음소리가 여전히 크게 들려왔고 그 소리는 그대로 휴대폰 속으로 빨려 들어가 엄마에게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이야기 하는 동안 엄마는 제 이야기를 다 듣고 이렇다 저렇다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여러차례 통화 끝에 엄마가 나타났습니다. 아이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잘 몰라 약간 헤맨 듯 했습니다. 엄마가 오는 동안 아이에게 왜 다쳤는지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모기한테 물렸다고도 하고 말이죠. 여하튼 미간이 상당히 많이 찢어져 피가 철철 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현장에 나타난 엄마는 아이에게 걸어서 다가가더니 나무라더니 데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저게 어떤 말한마디는 커녕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아이를 나무라면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저는 시장에서 돈까스 소스를 사오면서 터벅터벅 걸어왔습니다. 이번엔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습니다. 왜 난 이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걸까?

아이가 저런 상황이라면 엄마가 혼비백산 달려와서 피범벅이 된 아이를 깜짝놀란 표정으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택시든 지나가는 승용차든 부여잡고 응급실을 가자고 해야 하는게 아닌가요? 그게 모정이고 본능 아닌가요? 이마에 찢어준 상처가 선명하고 피가 줄줄 솟는데 말이죠. 경황이 없어 전화를 해 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은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에게 한 행동은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 상황에서 아이를 나무라면서 데려가다니요????

잠시 후 다친 아이 엄마에게 전화 왔는데 '당황'

4살, 7살 두 아이를 키우는 있는 아빠 입장인 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마음이 썩 안 좋던지....세상엔 참 별난 사람들도 있구나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그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 엄마는 아이가 왜 다쳤는지 제게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모기한테 물렸다는 얘기도 했고 정확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알았다며 바로 끊어 버렸습니다. 이번에도 고맙다거나 감사한다거나 하는 말이나 분위기 목소리른 전혀 없었습니다. 아이가 왜 다쳤는지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의 책임이 있는 것인지 엄마는 그것이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아내가 전화기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 엄마에게 한마디 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기분이 또 안좋아졌습니다. 이거 위급한 상황에서 좋은 일 하고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아이가 다친 상황의 최초 목격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좋은 일 해주고 나만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서 귀찮아 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져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엄마의 행동입니다. 제가 예상하고 생각하는 이런 상황에서의 부모의 예상행동, 제가 좀 어버하는 건가요?

지금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것은 상식이고 본능이고 모정이고...그것이 당연한 것이었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