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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억원짜리 '무소유' 스님의 유언이 바뀐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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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가가 21억원까지 올랐습니다. 정말 구입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번 열풍으로 진정한 무소유 정신을 깨달으라(?)


법정 스님의 <무소유>중고책 한권이 인터넷 오픈 마켓 옥션 경매에서 21억원까지 올라 있네요. 어제 옥션에 들어갔다가 기겁을 하고 말았습니다. 우선 캡쳐 해놓긴 했는데요. 실제로이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질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혹시 모르지요. 어떤 독지가가 실제로 그 가격으로 구입하고 그 돈으로 ‘무소유’한 이웃들에게 조금씩이나 도움이 돼 달라고 기탁해 9시 뉴스에 나올법도 하겠네요. 법정 스님의 책을 판매에 인세로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생전의 스님의 행동처럼... 그런데 혹시 그 독지가가 이름을 밝히게 되면 결국 명성이라는 것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네요. 스님의 유지를 받들기가 참 쉽지 않군요.

이 과열 현상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습니다. 무소유와 나눔의 삶이라는 스님의 정신은 온데간데 없고 의미없는 집착과 군중심리 여기에 상업적 요소가 합쳐져 책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굳이 21억은 아니더라도 수십만원대에 거래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말 빚을 가져가고 싶지 않다. 내 책을 더 이상 출판하지 마라’ 라는 유언을 남기면서 법정 스님은 이 같은 현상을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아니면 다 예견하고 이 같은 열풍을 통해 소유하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의미없는 것인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걸까요? 무소유 열풍이 가라앉고 나면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아니 내가 왜 그 책을 갖기 위해 발버둥을 쳤나?’ 하고 말이죠.

스님의 책을 보고자 하는 의지가 이정도라면 차라리 더 많은 책을 인쇄해 스님의 정신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생전 스님이 늘 했던 것처럼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면 된다고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의 목소리는 이제 들리지 않습니다.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너무 크고 숭고해 ‘출판을 허하라’ 라고 주장한다면 유지마저 저버리는 행태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요즘들어 청개구리 엄마의 유언이 생각납니다. “내가 죽거든 산에 묻지 말고 개울가에 묻어달라”고 했죠. 늘 반대로 행동하던 청개구리. 유언을 받아들인 결과 비가 오면 늘 걱정을 달고 살게 됐죠. 한편으론 그 유언 때문에 엄마를 더 그리워하고 효도에 대해 더 생각하게 하는 청개구리 엄마의 깊은 의미가(???) 담겨 있을까? 여하튼...

만약에 법정스님께서 “내 책을 더욱 더 많이 인쇄해 그 수익금으로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 라는 유언을 남기셨다면 지금의 열풍이 있었을까요? 한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무소유가 된다는 것은 갖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말로 누군가에게 나누어줘야 합니다. 스님은 생전 무소유와 나눔을 동시에 실천하셨습니다. 태어날때와 갈때는 당연히 무소유지만 속세에서 살아가는 이상 무소유로 살아갈수는 없습니다. 최대한 소유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마음을 비울 때 얽매이지 않으므로 청빈한 마음, 번잡하지 않음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무소유’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많이들 머리 아프죠?

왜 스님께서 이 같은 유언을 남기셨는지 나름대로 파헤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