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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조각 모음

7년 동안 중고 경차 타다 소형 신차로 바꿔보니...사람들 대하는 태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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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보다 한단계 위인 소형차이지만 경차에 비하면 '세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이번에 새차를 구입했습니다. 준중형 축에도 끼지 못하는 소형차이지만 기존에 타고 다니던 중고 경차에 비하면 꽃가마나 마찬가지 입니다. 임시 번호판 달고 다닌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2001년 80원에 구입한 중고 프라이드에 이어 2003년 3월에는 300만원 주고 99년식차인 중고 경차 마티즈로 바꾼데 이어 8년만에 소형신차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특히 생에 첫 차인 80만원짜리 프라이드는 한겨울 차문이 얼어버리면 물 끓여 부어 차문을 열어야했던 모든 것이 수동으로 된 볼품없는 차종이었습니다.

중고경차, 특히 수동식 기어장치로 8년 동안 타다보니 솔직히 질렸습니다. 물론 공용주차장, 고속도로 통행료, 각종 세금이나 보험, 개구리 주차, 좋은 연비 등 여러면에서 편리했고 비용 절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수동 기어로 매우 기동성 있게 스피드를 즐기며 움직일 수 있었고 지금처럼 전자제어가 복잡한 신차에 비해 단순 부품으로 구성돼 있어 시간되면 당연히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 이외는 별다른 고장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장점을 있는 경차에서 왜 소형차로 바꾸었을까요? 제 나이와 직함에 오래된 경차가 좀 안어울린다고요? 그런건 아닙니다. 나이든, 직함이든 그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되지 않는다면 자기 눈높이와 실용면에서 그에 적합한 차를 타면 그만이지 굳이 남의 시선이나 눈치를 봐가며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짓은 저는 안합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공간의 협소함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차 막히는 공휴일 시골이라도 한번 갈라치면 아이들과 더불어 아내까지도 온몸에 피곤함을 달고 다녀야했습니다. 지금 사는데서는 아이들에게 치이고 시골가면 며느리라 치입니다. 시골 한번 다녀온다는 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한 일인데 이동하는 순간만이라도 휴식을 취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두 번째는 에어컨입니다. 이 경차는(800cc) 에어컨을 1단만 작동해도 평지에서조차 힘을 잘 못쓰고 연비만 뚝 떨어집니다.  만약에 식구들 다 타고 언덕길에서 에어컨을 2단으로 놓고 달린다면? 아주 답답할 노릇이겠죠. 날은 덥고 차는 안나가고 뒤에서 빵빵거리고...

다음으로는 부모님 마음 때문입니다. 부모님은 이 경차에 대해 그동안 무척 불안해하셨습니다. 앞 유리는 적잖은 길이로 금이 가 있습니다. 그 상태로 3년 이상을 운행했습니다. 에어백도 없고 차체가 약해서 후면, 측면, 정면충돌해도 운전석, 동반석, 뒷좌석 어디에서라도 쉽게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짜리 몽땅 자동차.

간혹 시골 가면 엄마와 그 차타고 시장을 보러 가는데 특히 구부러진 길을 지날 때면 엄마는 “차가 왜 이리 뛰뚱거리냐?, 야아, 어지럽다.” 하시며 불안해하십니다. 적어도 막내차인 준준형이나 큰형의 RV 차량만 차다가 마티즈를 타니 뒤뚱거리고 가볍게 느껴지는 건 당연할 수밖에요. 그러니 부모님은 제가 시골을 오갈 때마다 늘 걱정을 하십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차 한대 사줘야지, 사줘야지 몇 해 전부터 말씀만 하셨었죠. 실제적으로 여유가 안 되니 안타까운 마음에 그냥 말씀만 하시는 것이고 이번에 40개월 할부로 구입한 겁니다. 지난 일요일 아버지 74회 생신이라 임시 번호판 달고 다녀왔는데 올라올 때 엄마께서 환히 웃으시면서 마음이 아주 편하다고 하셨습니다. 이제부턴 아무 걱정 없다구요.

비록 소형차이지만 참 좋습니다. 풀 오토 에어컨, CD, MP3, USB 플레이어까지 꼭 무슨 컴퓨터 한대가 운전석 앞에 장착돼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99년식 수동 경차와 2010년식 신형차인데 어찌 이 같은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차종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들

그런데 차를 바꾸고 나서 참 재밌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경차 타고 다닐 때 알게 모르게 참 많은 무시를 당했습니다. 빨리 안 달린다고 뒤에서 빵빵거리고 하이빔 쏴대고, 심지어 옆으로 지나가면서 손가락질로 욕까지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도 빨리 달리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또 비교적 여유있게 차선을 변경하려고 해도 뒤에서 경고하며 무섭게 달려오고 신호 대기하다가 잠깐 한눈팔아 머뭇하고 있으면 가차 없이 경적을 울려댑니다. 가볍게 한번도 아니고 “빵빵빵빵” 즉 그 경적 속에는 짜증이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감히 경차가 내 앞을 가로막아? 이런 마음이니 이 같은 태도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차를 빼달라고 전화를 할 때도 우선 짜증부터 내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새 차로 바꾸면서 이런 현상들이 없어졌습니다. 새 차다 보니 신기한 장치들이 많아 신호 대기하는 중에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신호를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뒤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더군요. 차를 빼 달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구요. 차선 변경할 때도 방향지시등을 켜면 뒷차가 알아서 속도를 늦춰줍니다. 차를 이동시켜 달라고 할 때도 매우 공손하게 대합니다.

경차와 새 차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이렇게 달라지다니요? 차종에 따라 사람들의 인격이나 성품 등이 달라지는 것도 아닐 텐데요. 물론 어느 차종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직급이나 빈부의 정도는 대략 파악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직까지도 조선시대 양반, 노비 제도를 머릿속에 담고 상황에 따라 사람들을 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여건이 되지 않으면서도 무리하게 좋은 차를 구입해 ‘Show'를 펼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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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전자제어 시스템이 많은지...차 안에 마치 오디오 한세트 설치해 놓은 듯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