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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조각 모음

8년 한집에서 생활한 처제가 집 나가려는 이유


오래 같이 살다보니 형부의 사각 팬티 '짧은 반바지'나 '수영복' 으로 보여


8년째 같이 살고 있는 처제가 독립을 하겠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세월을 같이 살았습니다. 제가 결혼과 동시에 같이 살기 시작했고 처제가 현재 서른둘이니까 스물다섯 살때부터 주욱 같은 집에서 살았네요.

큰 녀석 다섯 살, 둘째 녀석 두 살입니다. 특히 큰 녀석은 영원히 이모와 함께 사는 줄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 불편한 점도 많았습니다. 화장실 문제도 그렇고 특히 여름에는 좀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지요.

그런데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보니 그런 부분들이 참 많이 무뎌지더군요. 있어도 없는 듯 없어도 있는 듯 그렇게 되는 것이죠. 어느 날은 제가 사각 팬티 입고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얼핏얼핏 마주치는 경우도 있는데 당황스러울 것도 없더군요. 그냥 형부가 ‘수영복’ 혹은 짧은 ‘반바지’ 입었다, 이 정도로 인식이 되는 겁니다. 생각 나름이지만 굳이 따지고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만큼 무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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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가 독립하려고 하는 이유는 자신만의 생활을 갖고 싶다는 겁니다. 사실 자신만의 생활을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퇴근해 돌아오면 이모에게 안기는 두 녀석들이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모가 취침에 들 때까지 녀석들에게 이모의 존재는 컸습니다. 많이 놀아주고 다정스럽게 해주니 이모를 잘 따를 수밖에 없지요.

저도 나름대로 많이 놀아주고 함께해주려고 노력하지만 제 일이 뭔가를 늘 준비해야하는 일이고 함께하려고 하는 의지도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처제는 자신이 독립해 나가면 아이들과 제 사이가 더더욱 돈독해 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혼자 살아본 적 없다 '혼자 사는 즐거움' 느끼고 싶다

독립한다는 의견에 대해 아내는 적극적으로 말리고 있습니다. 독립하려면 전세든 월세든 집을 다시 구해야하고 세간을 이동해야하는 불편함, 무엇보다 결혼도 안한 상황에서 여자 혼자 산다는 건 몹시 불안하다는 논리입니다. 밤늦게 혼자 퇴근해 들어오는 골목길도 불안하고 이곳 동네가 특히 강도, 절도 등 범죄가 종종 일어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처제는 그런 식으로 따지고 들면 우리나라 어느 곳이나 안전하게 살아갈 곳이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조만간 독립을 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한마디 거듭니다. 학교 다닐 때 몇 년간 혼자 자취생활 해봤고 혼자생활 할때의 즐거움도 좋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구요. 역시 가족들과 더불어 정감 있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이죠. 게다가 독립해 나가더라도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아니 걸어서 몇 분 거리에도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으니 곧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결국 설득은 못했습니다. 독립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었죠. 조율을 한게 있다면 우선 올 겨울은 넘기고 집을 알아봐도 알아보자는 것이죠. 같이 있으려고 하는 아내의 입장도 이해되고 독립하고 싶어 하는 처제의 입장도 이해합니다.

사실 그동안 처제가 애를 많이 썼습니다. 특히 아이들 돌봐주는 일에 말이죠. 제가 좀더 처제에게 살갑게 대해줬더라면, 대화도 많이 하고 그랬더라면 모르긴 해도 처제의 독립의지가 좀 수그러들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여하튼 이미 결정된 일인 만큼 처제의 입장을 존중합니다. 내년에 근처에 집 보러 다닐 때 같이 다녀봐야겠습니다.

사실 혼자사는 즐거움도 만끽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나가 살다가 같이 사는 즐거움이 크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다시 들어오면 되니까요.

처제가 같이 있으면 겉으로 보기에는 불편하게 부딪히는 일도 있는건 사실이지만 처제가 있음으로 편해지는 일도 상당히 많습니다. 불편하고 편하고 이득이 되고 안되고 그걸 떠나 그래도 혼자 사는 즐거움을 제대로 맛볼수 있는 처제가 됐으면 좋겠네요.

나간다는 말에 시원 섭섭하기도 하지만 태어나서 단 한번도 독립해 생활해본적이 없는 처제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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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사는 즐거움과 혼자 사는 즐거움...처제는 혼자사는 즐거움을 한번쯤 느껴보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