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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조각 모음

갑자기 안열리는 현관문, 도둑이 안에서 잠갔나?

 

 

 

 

 

 

방금전까지 잘 열리던 현관문, 아무리 돌려도 안열려, 혹시...

 

살다보면 참으로 예기치 못한 일을 당해 당황스러울 때가 있지요. 막막하기도 하고요. 몇일 전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아침 9시 30분,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도착하는 시간입니다. 아내는 아침 9시 20분에 아르바이트 하러 나갑니다. 약 10분 정도는 집에 아무도 없는 상태가 됩니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여는데 문이 열리질 않았습니다. 위엣 것 하나만 잠그고 다니는데 혹시 아내가 아랫 것까지 잠갔나 싶어 열쇠를 돌려봤지만 역시 열리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키는 잘 돌아가는데 문은 열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거 큰일 났습니다. 화장실도 급한데 벌써 20분째 키를 돌리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문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우선 급한대로 몇 군데 건물 화장실을 찾아 헤맨 후 일을 보고 나서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열쇠를 돌리면서 문짝을 들어 올리면서 당겨보기도 하고 반대로 아래로 누르면서 당겨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씨름하기를 30여분.

 

문득 섬뜩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최근에 성폭행범 관련 뉴스가 세상을 뒤흔들면서 그 수법입니다. 문이 열린 집에 잠입했다가 주인이 나간 후에 뭔가 범행을 노리는 것이죠.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혹시 아르바이트 나가기 전에 문 열어 놓은 상태에서 쓰레기 봉투 밖에 내 놓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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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쓰레기 봉지 버리러 나간 사이 도둑 잠입? 별의 별 생각 다 나.

 

아내는 그런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아내가 화장실에서 머리 감고 세수하는 동안 도둑이 잠입한 건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들었습니다. 잠입해서 안에서 걸어 잠근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잠금 장치가 모두 세 개인데 그중에서 두 개만 사용하기 있기에 키 두 개를 아무리 돌려도 세 번째 잠금장치를 안에서 걸어버리면 밖에서는 소용이 없으니까요.

 

현관문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혹시 아무도 없는 10분 사이 창문을 통해 들어갔을까 생각하며 밖에서 창문 상태도 살펴봤습니다. 창문은 닫혀있는 상태였습니다. 아내에게 전화 걸어 아르바이트 나갈 당시 창문이 열려있었는지 닫혀 있었는지 물었지만 아내는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점심시간에 갈테니 도서관에 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이 복장으로 도서관에 가 있는 것도 좀 이상해 그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어디서 사다리를 구해서 창문을 통해 들어가보라고 했습니다. 3층인데 그 긴 사다리를 어디서 구해서 올라가라는 이야기인지...게다가 아래에서 누군가가 잡아줘야하는데 말이지요. 이 또한 현실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 열쇠집 기사를 부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열쇠의 문제가 아니라면? 그렇다고 언제까지 현관 밖에서 이렇게 서성일수만은 없는 일이었습니다. 준비하고 일도 나가야했구요.

 

열쇠 기사님 출동... 잠금장치 완벽히 부셔...문고리 고장 추정할뿐

 

결국 기사님을 불렀습니다. 기사님도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손잡이 부분이 고장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문 열때 손잡이 아래에 있는 것을 누르고 여는데 그 부분이 고장난 것 같다는 것이지요. 우선 안에 들어가서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하는데 들어갈 방법이 없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장비를 이용해 문을 따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잠금 장치는 엄청나게 단단했습니다. 귀가 멍멍할 정도로 내리치고 해도 잠금장치가 쉽게 제거되지 않더군요. 제거하는 과정에서 문이 움푹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간단할 것 같았던 제거 작업은 30분 넘게 걸렸습니다. 작업이 완료됐을 땐 잠금장치 부품들은 조각조각이 나 있는 상태로 문이 열리지 않았던 이유는 여전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혹시 도둑이 있나 조심스럽게 살폈습니다. 다행히도 염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새 잠금장치를 모두 달았습니다. 견적은 11만원이 나왔습니다. 잠금장치 부품 9만원에 제거하는 작업 공임비 2만원.

 

기사님은 이 문의 잠금장치가 고급이라 비싸다고 했습니다. 집은 허름한데 잠금장치만 이렇게 비쌀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게다가 내년 3월에 전세를 빼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이 시점에서 생각지 않은 잠금장치 교체비용에 마음이 쓰렸습니다. 추석이라 돈 쓸 일은 많은데 그것도 얄팍한 지갑에서 거금이 빠져 나갔으니 쓰릴 만도 하지요.

 

저녁때 아내는 다시 시작합니다. 사다리차를 부를걸 그랬느니 하면서 말이지요. 그럴 만도 하지요. 정확히 문의 고장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잠금장치를 조각을 내버렸으니까요. 무엇인가를 고치고 만드는 아내의 손재주가 거의 맥가이버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번 문 고장은 아내도 손 쓸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은 해봅니다.

 

전세집 내년 3월 이사, 집주인에게 수리비 내 줄까?

 

그런데 정말 궁금하긴 합니다. 도대체 왜 문이 열리지 않았는지 말이지요. 기사님 말씀처럼 손잡이 부분이 고장난 것이라고 추정만 해볼뿐입니다.

 

결국 아내는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잠금장치 교체비용을 보존 받고 싶은 것이지요. 저녁때 이 집을 중개해 준 부동산에서 사람이 나와 확인을 해본다고 하네요.

 

가장 좋은 방법은 내년 3월 이사 나갈 때 새 잠금장치를 떼어가고 옛 잠금장치를 달아놓는 것인데 이미 조각조각나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이고 또 새 잠금장치 가져다가 뭣에 쓰겠습니까?

 

아내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이런 경우는 임차인이 사용 중에 고장 난 하나의 부(속)품이기 때문에 세입자가 수리, 교체해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