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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야기

개그계 주름잡았던 밥풀떼기 김정식, 사랑의 전도사로 변신

 

 

 

장애인을 위한 사랑의 소리방송 시절, 그의 모습.

 

 

 

 

개그맨에서 장애인 봉사자, 목회자 된 김정식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돈 벌어 부자 돼야지, 엄마가 싫다고 할 때까지 맛있는 것 사줘야지 다짐하며 애지중지하던 주머니속 동전으로 두부 반모, 호박 한 개 사서 엄마 몰래 문 안으로 밀어놓고 그는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엄마! 나 돈 벌어 올게. 아프지 마.”

 

연필로 이 짧은 편지를 쓰는 동안 누런 갱지 위로 바보 같은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고 그는 회상했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 겨우 9살. 초등학교 2학년 나이에 늘 몸이 좋지 않은 엄마와 가난에 한이 맺혀 무작정 기찻길을 따라 상경해 돈 벌려 했던 그. 이발소 아저씨와 순경 아저씨의 도움으로 서울에 도착했다고 생각한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집에 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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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가출은 이렇게 몇 시간 만에 끝나버렸습니다. 싱겁게 그리나 아쉽게(?). 당시 순경이 삼발이 자동차(삼륜차) 운전수에게 협조를 구해 태운 뒤 그의 집에 데려다 준 것입니다. 집에 와보니 불과 몇 시간전에 자신이 사다 놓은 두부와 호박을 넣어 끓인 구수한 된장찌개가 밥상 위에 놓여있었습니다. 이때 엄마를 부등켜안고 얼마나 울었던가?

 

그가 바로 80년대 개그계를 평정하고 풍미했던 일명 ‘밥풀떼기’ 개그맨 김정식입니다. 한때는 잘나가던 개그맨에서 지금은 학문을 연구하는 교수, 장애인을 위한 삶과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꿔 살아가고 있습니다. 조그만 개척교회의 목사가 되었습니다.

 

160센티의 작은 체구에 태권도 5단 유도 2단이라는 무기로 불의와 부조리 앞에서 주먹을 휘두른 적도 있는 그입니다. 원 없이 많은 돈을 벌어 쓰기도 했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하는 그입니다.

 

김정식이 목사가 됐다고 하자 어떤 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와아, 김정식, 사람 됐네.”

 

하지만 지인은 사람을 잘못 봤습니다. 그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의 탈을 쓴 천사라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제가 몇 해에 걸쳐 그를 가까이에서 봐온 것이 맞는다면 그는 분명히 천사가 맞습니다.

 

그가 책을 냈습니다. <사람이 별미입니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김정식이 지난 10년간 치매 어머니를 모시면서 직접 해드렸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 성장하면서 어떤 음식과 인연을 맺으며 특별히 좋아하게 된 음식 이야기 등이 실려 있습니다.

 

장애인 점자 신문 창간 위해 에세이집 펴내

 

고등학교 시절 양계장을 하는 친구와 내기를 했는데 김정식이 그 자리에서 날계란 60개를 ‘원샷’해서 이기고 그 이후로 계란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됐다는 일화도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 <사람이 별미입니다>은 요리나 음식에 관한 책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은 사람에 관한 책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음식은 단지 사람을 부각시키기 위한 하나의 소재일 뿐입니다.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산다는 것, 이기적인 삶, 개인적인 삶, 물질 만능 시대 사람의 죽음조차 돈벌이에 이용하고 그것을 위해 목숨마저 개미 밟아버리듯 그것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지금 시대, 김정식은 이 책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따듯합니다. 그리고 뭉클합니다. 또 마음이 짠해집니다. 하지만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만드는 진짜 이유는 이 책을 내게 된 동기입니다. 시각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을 위한 점자 신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 책을 낸 것입니다. 이 책의 수익금을 소수를 위한 일에 쓰겠다고 합니다.

 

 

명성도 있고 돈도 있는 사람들은 책을 내고 싶어합니다. 대필을 맡기던 자신이 직접 쓰던 어떤 형태로든 말이지요. 자신의 삶이나 공적을 알리고 싶고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오래토록 기억하게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것도 아니면 책이 대박나서 금전적인 수입을 올리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명성도 돈도 없습니다. 한때 잘나갔던 명성은 그야말로 추억이 돼 버렸고 그 어떤 방송에도 출연하지 않습니다. 글쎄, 기독교 관련신문이나 방송 혹은 장애인 신문, 방송이라면 모를겠습니다. 아, 전에 경기도 안산에 사는 뇌병변 장애아이(당시 5살)의 특수 전동 휠체어 비용 마련을 위해 공중파에 잠깐 출연한 적은 있습니다.

 

오지마을의 작은 개척 교회 목사가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는 모든 개인의 삶을 내려놓았습다. 대신 장애인 특히 장애아동, 청소년들을 위해 남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장애 아이들에게 사랑과 도움을 주기 위해 이곳저곳 뛰어다니느라 늘 피곤에 지쳐 다크 서클은 코밑까지 내려와 있고 괭한 눈으로 아찔하게 운전대를 잡고 다음 봉사지로 떠나는 그를 보면 안타까울때가 많습니다.

 

그러한 삶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며 좋다고 말하는 그 앞에서 저는 봉사하고 희생하고 배려하는 삶을 강조하고 가르치는 도덕 교육은 파시즘이고 착한 노예를 키우는 도덕교육이라는 어느 학자의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감히 김정식 그 앞에서는 차마 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그의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에게 있어 남아있는 것은 장애인을 위한 봉사하는 삶 뿐이니까요. 그것을 어떤 교육 이론의 잣대로 가늠할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사람이 별미입니다> 에세이. 서평을 통해 도서 구입을 감히 권해드릴수 있는 이유는 역시 “사람이 별미”이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연계해 뇌병변 장애아이 희수의 휠체어값과, 밀린 월세 비용을 현금을 마련해 준 그이다.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에 전념하다보니 늘 피곤한 그의 표정이다.

 

 

 

동남아 쓰나미 때 봉사를 떠나 그곳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는 김정식 씨.,

 

휠체어에 의지하고 생활하는 지훈이. 지훈이를 처음 만났을 때 김정식은"장애인도 아니네, 휠체어 타고 다니면서 장애인좀 도와야겠다"며 이렇게 지훈이의 마음을 열게했다. 그 후 지훈이는 멋진 사진, 영상 작가가 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