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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조각 모음

결혼기념일 까먹은 남편...혹시 아내도??





2월 2일 밤 완전 녹초가 되어 퇴근했습니다. 하루종일 변변하게 먹지도 못해 허기에 어질어질하고 하는 일 자체가 말하는 직업이다보니 목도 성치 않고...여하튼 기진맥진 했습니다.

집안 일 보고 있는 아내의 표정도 그리 밝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집안 곳곳을 엄청나게 어질러놓았고 초췌한 모습으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아내. 소변을 너무 참아서 방광이 아프다나 뭐라나...하기야 녀석들 돌보다보면 화장실 한번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화장실 가 있는 그 잠깐에도 녀석들은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키니까요. 허나 아무리 바빠도 소변을 그리 오래 참는 건 미련하다고 핀잔을 주다시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내는 아이들 이것저것 하다보면 그리 된다고 응대하고...사는게 다 그렇지요 뭐.

몸은 피곤해도 잠은 잘 오지 않을때가 많죠. 뒤척거리다 전자시계를 보니 새벽 2:03분...

아뿔사!!

2월3일은 결혼 8주년 기념일입니다. 며칠전까지만해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결혼기념일을 깜빡했습니다. 사람 혼을 빼 놓듯 바쁜 날이라 기념일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하기야 정신없이 바쁜 날은 어린이집에 있는 큰녀석 깜빡잊고 데려오지 않은 경우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만큼 다른 것에 몰두했기 때문이죠.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날 밝으면 결혼 8주년 기념일인데 아무것도 준비를 못했습니다. 선물도, 편지도, 이벤트도 그 어떤 무엇도...까먹고 있었으니 당연히 그럴수 밖에요.

저는 새벽녘에 기타를 들고 창고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내는 제가 잠이 안와서 기타 연습하는 것이락 생각할 것입니다. 평소에도 늘 그랬으니까요.

이제 막 연습하고 있는 어설픈 ‘사랑의 로망스’ 기타 연주를 셀프동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기념일 아침에 긴급하게 아내에게 해줄 것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내에게 문밖을 나서자마자 문자로 알려주려구요.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어설픈 작은 로망스를 준비했다고... ^^;;

그런데요,
혹시, 이건 정말 혹시 말인데요

아내도 기념일을 까먹은게 아닐까요?? ㅋㅋㅋ
집안 살림에 정신없어서...혹시...


세월이 갈수록 기념일에 무뎌져가는 우리들의 삶, 저만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