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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야기

'눈사람 기자' 보니 무거운 아버지 어깨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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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버지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양 어깨에 쌓인 눈처럼 가장의 무거운 어깨 같은 느낌이요.



폭설이 내리던 어제 아침, 막 출근 준비를 하는데 아침뉴스에서 여의도에 나가있는 중계차를 연결해 날씨를 전해주더군요. 폭설 때문에 그런지 여의도 현장날씨를 전해주는 기자와 스튜디오 사인이 맞지 않았던 듯 두차례나 연결이 안됐습니다. 스튜디오에서는 부르는데 박대기 기자라는 분은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 머리와 어깨에 한가득 눈을 뒤집어쓴 상태에서 두 번이나 매끄럽지 않은 즉 NG가 나는 상황이었죠.

“참으로 실감나게 날씨를 전해주는구나. 춥겠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폭설이 내린 탓에 저도 오늘은 등산화 신고 솜털 잠바에 등에 등산용 가방 비슷한 거 메고 적지 않은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방문 수업을 했습니다. 겨울산 등산도 아니고 좀 우스꽝 스러운 모습으로 불가피하게 수업을 하게 됐는데 어머니들께서 흔쾌히 이해를 해주시더군요. 그만큼 어렵게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인터넷을 켜보니 아침 뉴스시간에 봤던 저 사진, 박대기 기자라는 분이 검색에 순위에 올라 있었습니다.

이름이 박대기 기자라는 것과 이메일 주소가 waiting@kbs.co.kr  이라는 것, 그래서 날씨를 전하면서 그토록 오래 기다리고 대기하고 눈사람이 돼 가면서 보도를 했다는 재밌는 해석들이었습니다. 모든 상황이 삼박자가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캡쳐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이크를 들고 서 있는 왼쪽 팔위에도 눈이 수북하게 쌓인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튜디오와 연결되는 순간 즉 ‘스텐바이 큐’ 들어가는 순간까지 마이크 들고 그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캡쳐 사진에 보이는 만큼팔뚝에 이 정도의 눈이 쌓이려면 저 자세로 최소한 몇분 동안 서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뉴스의 특성상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우산을 쓰지 않고 눈쌓인 모습을 보여준 것인지 아니면 언제 스트디오와 연결될지 몰라 저 상태로 ‘꼼짝마 대기’를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정황상으로는 후자가 맞을 듯 싶지만 전자든 후자든 그것은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해당 기사에서는 이 모습을 보고 ‘실소’라고 표현했지만 실소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웃음이지 저 현장을 전하는 박대기 기자의 모습에서 실소는 나오지 않더군요.

글쎄, 뭐랄까? 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어느 가장 모습이랄까? 양쪽 어깨에 쌓인 눈처럼 가장으로써 무거운 두 어깨를 얼굴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덜덜 떨며 그러나 맡은바 소임을 다하려는 모습은 뭔지 모를 감동까지 느껴지더군요. 싫던 좋던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해야하는 직업의 특성과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 같은거...그 모습에서 저는 이러한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그냥 저만의 느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게 우산보다는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줄 누군가가 더 필요하고 울고 있는 사람에게 손수건 한 장보다 같이 기대어 울어 줄 수 있는 따스한 가슴이 필요한 것처럼 박대기 기자에게도 같이 눈을 맞아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감하자는 이야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