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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발견

더 큰 병원 찾았다면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시골에서 알게된 비뚤어진 아이의 목

그 악몽은 지난 추석 때였습니다. 시골에 도착했는데 어머님께서 7살 큰아들을 보시더니 고개가 옆으로 상당히 비뚤어졌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정면으로 다시 봤더니 정말 조금 비뚤어 졌더군요. 이상하다. 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었는데 엄마 말씀을 듣고 보니 비뚤어진 것 같더군요.

큰아들 녀석이 좀 숫기가 없어서 누군가 말을 걸으면 고개를 이리저리 내두르며 빌빌 꼬는 모습을 많이 봐 왔기에 오랜만에 할머니를 만나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고개가 한쪽으로 비뚤어졌다는 이야기는 어느새 가족들 모두에게 회자됐고 연휴 내내 아이의 고개만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비뚤어져 있는 목, 여러 병원을 전전긍긍해도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이 증상. 신경을 꺼버리니 나았습니다.

엄마 말씀이 맞았습니다. 큰아들의 고개는 비뚤어져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알수 없었습니다. 여하튼 추석 연휴 내내 시골 엄마는 비뚤어진 고개에 대해 수백번은 이야기를 하셨고 큰아들 머리를 바로 세우려고 하셨습니다. 매우 큰 걱정 하시며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연휴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한쪽으로 기우뚱한 아이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 성남으로 올라와 문을 연 정형외과를 간신히 찾아냈습니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목이 삔 것 같다며 목 보호대를 하고 있으면 이르면 3일, 늦어도 1주일이면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아이들 목은 어른들과 달리 이렇게도 빠지고 저렇게도 빠지고 한다면서요. 다른 처방은 없었습니다.

일단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와 혹시나해서 사진을 들춰봤습니다. 추석때 내려가면서 휴게소에서 찍은 사진을 비롯해 어린이집,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 등 많은 사진들을 봤는데 비뚤어진 사진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진도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갸우뚱한 고개, 과거 사진으로는 도저히 알수가 없었습니다.

하루, 이틀, 삼일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 부부는 큰아이의 목을 알게 모르게 수시로 쳐다봤고 여전히 비뚤어져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바르게 세워놔도 또 기울어지고...시골 부모님은 걱정에 걱정이 더해갔습니다.

축구 선수들 많이 찾는다는 뼈 전문 병원 찾았지만, 원인 몰라

정형외과를 다녀온 후 4일째 되는 날 축구선수 등이 많이 다녀갔다는 분당의 골절, 뼈 전문 병원을 찾았습니다.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더 전문적인 곳을 찾아간 것이죠. 그곳에서는 근육이나 신경쪽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근처 대형 종합병원으로 가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소아과를 출발점으로 안과, 신경과 등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목 주변 초음파를 비롯해 사시가 있으면 목이 비뚤어질 수도 있다는 소견에 따라 눈검사까지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고개는 비뚤었는데 원인을 전혀 못 찾고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검사 다 해도 원인이 나오지 않으면 머리도 찍어보고 성형외과 가서 상하좌우 얼굴 대칭이 맞는지도 확인하고....이런 소견들이 나왔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그냥 크는 과정중의 하나일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여러병원 다느니라 온가족 지쳐...시골 부모님 걱정 더해져,,원인 모르고 증상은 여전..걱정에 밤잠 설치는 가족들

이 때문에 어린이집은 종종 빠지고 아이는 병원 끌려 다니느라 바쁘고 엄마 아빠의 걱정은 밤잠 설침으로 이어지고 시골 부모님 걱정 또한 이어지는 가운데 여전히 아이의 목은 비뚤어져 있었습니다.

회사 동료 일부 사람들은 더 큰 병원가서 진료 받아보라고 했지만 분당만 해도 엄청 크고 사람 많아 진료 한번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도대체 어디에서 어떤 진료를 받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다른 병원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준 종합병원 형식인데 진료실에 들어가니 의사는 5초도 안돼 그냥 가라고 했습니다. 이미 종합병원에서 이런 저런 진료를 받고 왔다면 이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추석 때부터 급격히 비뚤어진 목, 할머니가 인식하면서부터 더 눈에 들어오게 된 그 목. 우리 부부는 그 증상을 심리적인 문제로 일단 판단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니까 아이가 자꾸 자신도 모르게, 의지와는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죠,

무관심이 치료약일줄 누가 알았으리오?

이렇게 론은 내린 이후 우리 부부는 아이의 비뚤어진 목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아니 늘 들여다보고는 있었지만 아이앞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이요. 성장 과정중의 하나일 거라고 믿고...하지만 이 상태에서 고쳐지지 않고 초등학교 들어간다면 아이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면서....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완전히 신경을 끄는 차원에서 이제는 목이 반듯한지 아닌지 몰래 살펴보지도 않았습니다.

대략 일주일 후 아이의 목은 아주 똑바르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쳐졌습니다. 원인도 전혀 몰랐던 비뚤어진 목.

분명 처음에 어떤 원인에 의해 비뚤어진 것은 맞지만 그 이후엔 그 원인을 찾아 진료를 받은 자체가 아이의 목을 더 비뚤어지게 했던 것 같습니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말이죠.

‘모든 병은 마음에서부터 나온다’ 바로 이게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