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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발견

바지 지퍼 내려갔다고 말좀 전해 달라는데...'당황'

 

 

지하철서 바지 지퍼 내려간 모습 목격한 아주머니, 차마 직접 말은 못하고...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려운 일, 당황스러운 일, 미스테리한일 등을 겪게 되지요. 어제 밤 지하철에서 있었던 약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벌어진 사건, 그러나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민망스럽기도 한 또 한 번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그런 사건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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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여의도에서 펼쳐진 나는 꼼수다 행사에 동료와 함께 가는 중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적당히 분비는 지하철을 타고 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을 향해 가고 있었죠. 귀에 이어폰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서 있었는데 앞에 앉은 50대 정도의 아주머니의 시선이 위를 향해 힐긋힐긋 저를 주시했다 전방을 주시했다 하시는 겁니다.

 

급기야는 제 무릎을 뚝뚝 치시며 뭔가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얼른 한쪽 이어폰을 빼고 말씀을 들어봤습니다.

 

“저기 맞은편에 검은 옷 입은 남자, 바지 지퍼가 열렸는데 여자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남자가 이야기하는 게 좀 자연스럽지 않나요? 말씀 좀...”

 

순간 저는 헉! 했습니다. 저는 원래 군중들 많은데서 잘 나서는 편이 아닌데, 아주머니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모른 척 하고 다른 칸으로 이동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순간만 망설였다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지하철에서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지요. 이 사진은 그 사건이 있은 후 9호선으로 옮겨타고 촬영한 것입니다. 지퍼 사건이 벌어진 그 지하철에서는 사진 촬영할 상황도 아니었죠 ^^;;

 

 

 

 

-허리숙이고 사람들 다리 사이로 지퍼 벌어진 남성 찾아야했다

 

우선 아주머니가 말씀하시는 대로 뒤돌아서서 자세를 약간 낮춰 다음 사람들 다리 사이로 지퍼가 벌어진 남성을 찾기 위해 둘러 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서 있는 사람들 다리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거니와 앉아있고 손이 중심이 가 있는 경우가 있어 지퍼가 벌어졌는지 여부를 쉽게 알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렇다고 키 큰 제가 자세 낮추고 바지 지퍼 부분만 일부러 찾아서 본다는 게 오해의 소지도 있구요.

 

여하튼 아주머니께 다시 물어 지퍼가 벌어진 40대로 보이는 남성을 지목했습니다. 저는 일부러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지퍼가 벌어졌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그의 무릎을 건드렸습니다. 옆자리 꽉꽉 차고 주변에 꽤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으므로 저는 최대한 작은 소리로 말씀드렸습니다.

 

“저기요, 지퍼가.....”

 

순간 이 남성분도 이어폰을 끼고 있다가 적잖이 놀란 듯 했습니다. 모르는 왠 남자가 지퍼 벌어졌다고 말해주니 놀랐을 것이고 여태껏 풀어놓고 다녔다고 생각하면 스스로도 놀랍고 당황스러웠겠지요. 그 남성분은 엉거주춤 지퍼를 살피면서 웃음과 난처함이 섞인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 상황이었지요.

 

차라리 맞은 편 어떤 여성분이 지퍼 벌어진 사실을 알고 제게 이야기해서 대신 알려줬다고 말이라도 하면 저도 마음 편했을 텐데 사실 그럴 상황도 아니지 않습니까? 어찌 보면 공연히 제가 남성들 지퍼나 내려다보며 살피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될 수도 있으니까요.

 

맞은편에 앉은 아주머니는 동일한 높이에서 보면서 그 남성의 지퍼가 벌어진 것을 확인했던 모양입니다. 서서는 각도가 맞지 앉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아주머니께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저와 맞은편 당사자를 번갈아보며 고민했던 것이지요.

 

여하튼 지퍼 벌어진 일을 이야기하자마자 환승을 위해 바로 내렸습니다. 뒤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알 수는 없지요. 동행하는 동료와 “참 당황스러운 일도 있다”며 서로 웃었습니다.

 

 

-원피스 등 지퍼 열린 여성 아르바이트 생 보며 남성 직원은 괴롭고 고민스러웠다...말해줘야 하나 조용히 있어야 하나 하고...

 

집에 와서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아내도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등에 지퍼가 달린 원피스를 입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아내, 지퍼가 내려간 줄 모르고 반나절을 일을 했는데 점심때 남자 지점장이 와서 상의 지퍼가 내려갔다고 알려줬다고 합니다. 그 지점장 하는 말이 얘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한참을 고민하고 그동안 마음이 불편했다고 합니다.

 

참 그렇네요. 모르는 사람의 지퍼가 열린 것을 봤을 때, 특히 타인 중 이성의 지퍼가 열린 걸 알았을 때 알려줘야하나 말아야하나.... 도와주려다가 자칫 성추행 범으로도 몰릴 수 있는 지금의 사회적인 분위기에서는 알려줄 수도 그렇다고 모른 척 하기도 좀 그런 애매모호한 상황이네요 ^^;;

 

여러분들은 그런 경험 없으십니까? 열린 지퍼 올리세요 대리로 전해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