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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서는 대한민국

밤에 물 지키러 '물 방범' 까지 서야하다니..

 

 

 

내 논에 물 대자고 남의 논의 물꼬 막는 '아전인수'

 

 

 

 

 

어젯 밤 10시 30분쯤, 한국과 멕시코의 축구 경기가 막 시작될 쯤, 시골에 사는 친구는 그 시간 논에 나가야한다고 했습니다. 물꼬를 보러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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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꼬!! 무슨 말인지 이름부터 생소할 분들도 계시겠습니다. 논에 물이 드나들수 있도록 터 놓은 길목이 물꼬지요. 물이 없을 때나 물이 너무 찼을 때 이 물꼬를 통해 물 조절을 할 수 있답니다.

 

지난 늦봄 가뭄때문에 얼마나 어렵게 물을 대고 모를 심었습니까? 소방차까지 동원에 논에 물을 대지 않았습니까? 친구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는 성능좋은 수중 펌프를 이용해 개울물이던, 지하수든 빨아 올려 간신히 모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불볕 더위가 지속되면서 논의 물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수로로 내려오는 물을 물꼬를 통해 논에 대야 하는데 논 위치에 따라 그것이 쉽지 않은 듯 합니다.

 

평야처럼 논이 평평하고 반듯한 곳이야 물이 동시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지만 계단식으로 돼 있는 논들은 위에 논부터 물길이 닿기 시작합니다. 수로에 물이 시원스럽게 철철 넘쳐 흐르다면 윗논, 아랫논 상관없이 물이 들어갈 수 있겠지만 졸졸졸 약하게 흐르는 물을 여러 논에서 나눠 쓰자면 사실 감질나기 마련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신의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남의 논의 물꼬를 막아버리기도 하고 그렇게라도 해서 논에 물이 찼으면 다시 물길을 터 줘 아랫논에 흘러가게 해야하는데 무슨 심보인지 반대쪽 물꼬를 통해 물을 빼내면서 아랫 논에는 물이 가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아랫논 사람들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논 물대기 시스템'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무슨 말인가 하시겠습니다. 그 유명한 사자성어 '아전인수' 바로 그 자체입니다. 제 논에 물대기라고요. 남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바로 그것이죠.

 

인심 좋고 넉넉한 농심? 그건 옛말, 물꼬 싸움, 전쟁 본격화

 

그러니 이 친구가 우리나라 대표팀이 하는 올림픽 축구가 시작되어도 그 밤중에 '논물 방범' 서기 위해 논에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논에 다녀와서 그 친구가 보내온 사진을 보니 역시 그 친구의 논에 들어가는 물꼬는 막혀 있더군요. 윗논에서 이렇게 밤중에 몰래 남의 논 물꼬를 막고 자신의 논에 우선 물을 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밤이던, 새벽이던 수시로 나가서 누군가 막아놓은 물꼬를 트고 다시 돌아와도 또 막아놓지 않았을까 걱정하고 잠설치고 스트레스 받고...그러다 현장에서 물고를 트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가 만나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싸움이 나기도 합니다.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인심좋고 넉넉한 농심, 농촌, 그거 이제 다 옛말이라고요. 내 논에 물이 많이 들어가면 다른 논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 다 알면서도 자기만 생각하는 그야말로 아전인수...이것이 농촌의 현실이라니...

 

계속되는 폭염으로 밭작물도, 논에도 물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제 논 물대기는 지금부터 얼마간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물을 지키기 위해 밤 잠을 설쳐야하는 이들....

 

사람들은 농촌관심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 정부에서도 농촌에 대한 지원 정책은 소극적이고 영세 농민들만 죽어나고 있는 형편이죠.

 

미국, 케나다 등 최대 가뭄으로 옥수수, 밀 등 작황이 좋지 않아 연말부터 이들 곡물 격이 크게 오를것이라고 보도 나오는군요. 우리나라도 수입해야 하는데 엄청 오른 곡물 수입하니 타격이 있을 수 밖에요.

 

이렇게 식량이 무기가 되는 세상인데 도시 사람들은 그걸 몰라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

 

 

 

칠흙같이 어두운 농로를 따라 가며 물을 지켜야한다.

 

 

역시나 누군가가 논에 들어가는 물꼬를 막아놓았다. 자신의 논에 우선 물을 대기 위해서이다. 아전인수이다.

 

밤이면 밤마다 이러니 어머님은 스트레스가 쌓인다. 다시 물꼬를 터 놓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