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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폭설 예보, 앞으론 이렇게 예보해주세요

폭설 예보 때문에 뛰어다닌 어제 '꽝' 됐다

일상 생활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밤 사이 큰 눈이 내릴 것이라는 온갖 매체들의 난리법석에 나도 어제 난리법석을 떨었다. 꽤 심한 언덕길, 골목길을 수시로 차로 오르내리며 가정방문 학습지도를 하는 일이라 눈이 많이 오면 그 일이 수월치 않다.

그래서 어제는 폭설을 설명하며 사실, 오줌눌 새도 없이 뛰어다니며 이리저리 시간 맞춰 수업을 당겨 진행했다. 왜 이리 갑작스럽게 시간변경을 하냐며 못마땅해하시는 어머니도 계셨다. 나는 ‘폭설’을 설명해야했다. 눈이 많이 오면 어찌될지 몰라 시간 급한대로 우선 당겨서 하게 됐다고 하자 어떤 어머니는 버스 타고 수업하러 오라고 하셨다. 눈이 많이 오면 승용차나 버스나 택시나 무슨 소용이랴? 지하철이 온전히 가는 곳이라면 모를까?

여하튼 어제는 그랬다. 천천히 돌려도 될 교재를 눈 쌓기 전에 돌린다고 일부러 시간내 저녁쯤 회원집을 방문했다. 예상치 못한 방문에 회원 어머니도 놀라시며 집에 그냥 있어서 모습이 영 아니라며 쑥스러워 하셨다. 저는 “뭐 다 그렇죠.” 하면서 밤새 있을 폭설을 설명해야 했다.

그런데 밤새 폭설은 내리지 않았다. 3~10센티 온다던 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제의 수고는 도루목이 돼 버렸다. 욕까지 들어가면서 ‘폭설’에 대비해 일을 추진한 것인데 이거 완전히 말짱 ‘꽝’ 돼 버렸다.

‘꽝’ 당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염화칼슘과 소금 등을 준비하고 밤샘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던 지자체 사람들도 공연히 수고 많았다. 어떤 사람은 폭설 때문에 출근 못할까봐 45000원 주고 모텔에서 잤다는 사람도 있다. 고향 가려다 큰 눈 온다고 해서 못간다고 전화드려 어버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이도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주말 많지 않은 눈으로 거의 교통대란까지 발생하자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기상청이 3~7센티, 대설 주의보, 경보 등을 앞세워 사람들을 또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번엔 기상청이 ‘구라청 혹은 사기청’이라는 쓴소리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예보 끄트머리에 ‘가능성’을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 밤 사이 3~10cm  대설 가능성” 

가능성은 앞으로 실현될 수 있는 성질을 뜻하므로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해도 기상청의 말은 틀린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니까.

날씨 생중계가 아닌 ‘예보’를 원하는 국민들, 기상청이 신도 아닌데 어떻게 자연의 예고없는, 급작스러운 변화를 모두 다 알아차릴 수 있냐는 기상청 사람들. 이를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날씨 예보 업무를 신(GOD)에게 이관해야 하는가?


빗나가고 해명하면 변명되니 날씨 변화 가능성 먼저 알려달라

앞으로 기상청이 폭설, 폭우, 한파 등 특별한 경우를 예보할 때 이런 저런 변화의 가능성을 미리 알려주었으면 한다. 기압골 세력이 갑자기 느리거나 빨라졌다든지,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갑자기 사이가 나빠져 등을 돌려 눈구름이 형성 안됐다던지....등등등.

예보가 빗나가고 나면 어차피 나올 멘트이다. 뒤늦게 이 멘트를 날려봐야 국민들은 ‘변명’거리니 혹은 ‘기상청 왜 월급주냐’로 나올 수밖에 없다. ‘구라청, 사기청’의 오명은 벗지 못할 것이며 ‘몇백억 슈퍼컴퓨터’로 게임하는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영원한 안주가 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TV 뉴스에서 날씨 예보가 나온다. 그런데 이번에도 특징이 있다. 눈이 온다고 예보는 하는데 얼마나 오는지 수치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다. 밤샘 빗나간 예보를 의식한 탓인지 기상캐스터는 왜 예보가 빗나갔는지 설명은 하는데 몇센티 내릴지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거 일기 예보 맞나? 

혹시 앞으로 이렇게 예보되는거 아닌가?

“오늘 밤 서울 경기 지역에 1~40cm의 눈이 쌓이겠습니다”

1센티 내려도 욕 안먹고, 40센티 내려도 욕 안 먹고...^^;;

이렇게 되면 전 국민의 기상통보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