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에서의 발견

숨어서 담배 피우는 여성에게 한말씀 드렸는데....


자동차와 담벼락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여성의 담배연기

저희 사무실 근처는 주차 여건이 매우 좋질 않아서 늘 애를 먹습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옆라인에 낮에는 일반에게 개방돼 있는 노상주차 공간이 있는데요, 차는 많고 자리는 부족하니 이것마져 쉽지 않습니다. 운 좋으면 금세 자리가 나지만 자리가 안나는 날은 빈자리 찾아 20분, 30분 차를 몰고 돌아다니기 일쑤입니다.

담벼락 따라 마련돼 있는 거주자 주차공간. 아예 차를 길에 세워놓고 다른 차가 빠지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많은데요, 멀리서 보니 드디어 어떤 여성분이 SUV 차량으로 다가갔습니다. 담벼락쪽이 운전석이니 곧 출발을 하겠거니 생각하고 저도 시동을 걸고 ‘스텐바이’를 하고 있었지요. 뒤꽁무니에서 빨간 불이 들어오면 시동을 건 것이니 즉시 출발하려고 말이지요. 

차가 나가는 즉시 비상등을 켜고 그 자리에 주차해야지 1초, 2초라도 머뭇머뭇 하다간 다른 차가 들어가 버리면 그만이니까요. 신속한 자만이 견인을 당하지 않고 안전한 곳에 주차할 수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 차가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여성의 모습도 확인이 되질 않구요. 높은 차와 담벼락에 가려 여성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차에 탔는지 안탔는지 그것도 확인 불가였습니다. 계속에서 그 차를 뚫어지게 응시하는 동안 희미하게 뭔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담배 연기였습니다.

붉은 원안 바로 그 지점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줄줄이 딱지를 끊습니다. 담벼락 붉은 원안부터 주차장인데 그곳 차량과 담벼락 사이에서 종종 여성들의 흡연이 일어납니다. (사진은 한달전 당시 장면임)


소변냄새 가득한 그곳에서 담배를...여성이기에 숨어야했던 그녀

그 여성은 SUV 차량과 담벼락 사이에 몸을 숨기고 담배를 태우고 있던 것입니다. 아, 그 자리... 오줌 냄새로 쩌는 곳인데 그곳에서 담배를 태우다니...바로 옆자리에 노숙자들이 상당히 많아 오줌 냄새로 찌든 곳이 바로 그 여성이 담배를 태우던 자리였습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의 시선이 두려워 그런 더러운 곳에서 오줌 냄새와 함께 담배를 피워야했던 그 여성. 바로 옆에 소공원이 있고 벤치도 있는데 말입니다.

이 일은 두달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때의 일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왜 여성은 담배를 숨어 피우고 남성은 당당하게 피우는 것인지 지정된 금연 구역이 아니라면 성별 따지지 말고 당당하게 피웠으면 한다는 바람을 적었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또 얼마 후 한차례 그곳에 숨어 피우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때 그 여성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얼굴까지 들여다볼 일은 아니니까요. 우체국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곳에 들어가 담배를 피우는 듯 했습니다. 냄새 나는 그곳이 안타까울 뿐이었죠.

그러다가 세 번째 그 장면을 본게 바로 어제였습니다. 두 번째로 숨어서 담배를 피웠던 그 여성 같았습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말이지요. 주차할 곳을 찾아 돌다가 어제는 그 여성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일부러 담벼락과 차량 사이까지 들어가 이야기할순 없고, 마침 담배를 다 피우고 나오는 찰나 지나가는 저와 마주쳤고 저는 창문을 내리고,

“거기 소변 냄새 많이 나는데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여성이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는 걸 제가 알고 있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한 것이지요. 제가 천천히 차를 몰고 오면서 보고 있었으니 그 여성분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작은목소리로 “네~~” 하면서 잰걸음으로 어디론가 사라지는 그녀.

사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거기 소변 냄새 많이 나는데요, 여기 벤치에 앉아서 담배 피우세요.”

하지만 그 말은 하질 못했습니다. 당당하게 담배 소비자로써의 권리를 누리라고, 눈치보지 말고 냄새나는 곳이 아닌 시원한 나무 그늘 벤치에서 그 행복추구권을 누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습니다.

남자인 제게 뜨거운 여름날 오색빛깔 꽃무늬 양산을 씌고 다니라며 양산을 쥐어주고 권유하는 여성분이 있다면 아마 저도 쓰지 못했을 겁니다.

 

이 장면은 3년전 어떤 유원지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는 여성의 손목을 촬영한 것임. 옆사람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담배 소비자로써 당당한 권리를 행사해야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