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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하기

정말 직업을 비하하려고 했을까? '엄마가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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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방영분에서 직업 비하 논란이 되고 있는 바로 그 장면


12일 방영된 kbs 2TV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한 장면이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특정 직업에 대한 비하를 했다는 것입니다. 저도 어제 그 장면을 봤습니다. 못 보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요약해보겠습니다.

영일이(김정현)의 세탁소에 상류층으로 보이는 (몹시 거만한) 남자가 찾아와 맡긴 비싼 옷을 내놓으라고 다짜고짜 소리친다. 영일은 그런 옷 맡은 적 없다고 하고 그 손님과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손님이 영일에게 “무식하고 배운게 없으니 몸으로 때우는 세탁일이나 한다”고 폭언을 퍼붓는다. 이에 영일은 다리미로 그 거만한 손님의 면상을 지지려다가 저지당하게 되고 결국 그 거만한 손님을 ‘인간말종’으로 나름대로의 기준을 내린다.


바로 이 장면에서 실제로 세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직업을 비하했다며 드라마 홈페이지 독자게시판을 통해 김수현 작가나 방송사측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수현 작가 측은 ‘세탁업’이라는 특정 직업을 비하할 목적으로 이러한 대본을 쓴 것일까? 다른 말로 김수현 작가가 세탁업이라는 일을 천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소재로 삼은 것일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제 드라마의 해당 장면을 보신분도 있고, 못 보신 분도 있겠지만 결코 특정 직업(세탁)을 비하하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세탁일을 하는 사람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그 거만한 손님을 등장시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지금의 세태를 드라마를 통해 비판 혹은 풍자하고자 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그 거만한 손님을 작가는 ‘인간말종’이라고 규정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세탁업 비하가 아닌 몸으로 하는 일을 무시하는 상류층의 행태를 풍자하고 비판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딱 보면 알겠던데요)

드라마를 통해 세상(현실)을 보여주기도 하고 세상(현실)을 통해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현실과 드라마는 뗄레야 뗄 수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드라마를 만들 때 현실을 담아 제작하게 되지요. 그 과정에서 종종 ‘비하 논란’에 휩쌓이는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너무 따진다면 드라마가 드라마가 될 수 있겠습니까? 매번 있는 그대로의 내용은 휴먼 다큐멘터리만 찍어야겠지요. 드라마의 극중 장치를 통해 현실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일에 일부 시청자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TV 소설 ‘아름다운 시절’ 보면 ‘국밥집 딸’ 무시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를 두고 ‘식당하는 사람들은 천박하다’ 고 할 수 있겠습니까? 또 드라마상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불쌍하게 나오는 장면을 두고 현실에서 이혼한 가정의 부모나 아이들이 불쾌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장면을 아예 내보내지 말아야 하나요?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어떤 소재로 어떻게 드라마를 만든다는 이야기입니까? 현실을 꼬집어 내는 비판 혹은 풍자는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되 그 안에 숨어있는 작가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겠지요.

어제 그 장면 보신 독자분들, 정말 세탁업 비하라고 보십니까?

(지금 미디어다음 메인에 떠 있는 세탁소 비하 글에 대해 대부분의 독자들이 말도 안되는 글이라며, 오히려 해당기자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댓글이 많이 올라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