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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발견

차 기름 빼가겠다고 하는 노숙인


이들을 제자리에 돌아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몇푼 쥐어주는 선행으로 이들의 미래는 나아질수 있을까?





노숙인들 "백원만...천원만"...저도 천원, 백원 여유 없습니다"


주차 공간이 나기를 기다리며 길에 잠시 서 있는데 아침 술판이 벌어지고 있는 소공원 노숙인 무리에서 한 분이 제게 다가옵니다. 오전 9시 30분, 이미 거나하게 취해 있습니다. 그리고 제게 한마디 건넵니다.

“천원만 주세요. 천원이요.”
“죄송한데 돈이 없네요.”
“2백원만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백원도 없네요.”

혹시 주차 공간이 있는지 저는 그 자리를 뜹니다. 이분들은 밤이고 낮이고 이렇게 구걸해 돈을 받고 그 돈으로 술 사먹고 병 깨고 난동부려 주변 상가 사람들과 마찰이 종종 일어납니다. 이분들의 일상입니다.

주차공간 자리를 찾지 못해 다시 그 자리에 섭니다. 제 차를 보더니 아까 그 분이 똑같은 걸음걸이로 제게 다가옵니다.

“공중전화 하게 2백원만 주십시오. 고향 강원도에 전화좀 하려고 하는데요.”
“저도 돈이 없네요. 그리고 아까 뵈었잖아요.”“그럼 100원만 주십시오. 전화하게.”
“어르신들이 먹고 살기 힘든 것처럼 저도 경제적으로 너무 힘드네요. 돈이 없어요.”

주차 공간을 찾아 다시 이동할 쯤 노숙인은 큰 소리로 제게 “좋은 하루 되십쇼”하고 인사를 합니다. 아까 만난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오시는 것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주차 공간을 못 찾아 다시 그 자리에 왔습니다. 그 분이 또 제게 다가 옵니다.

“2백원만 주십시오.”
“돈이 전혀 없습니다.”
“(쑥 훝어보더니) 기름 빼야겠다. 야, 페트병 어딨지?”
“예? 이 차에서 기름을 빼신다고요? 그래 어떻게 빼시게요?”
“기름, 페트병으로 빼야지.”
“저도 이 기름 외상으로 넣고 다니거든요. 그리고 불법입니다.”
“헤헤헤, 농담입니다. 강원도 사람들은 원래 웃겨. 그럼 좋은 하루 되십시오.”

거수까지 하며 가시는 노숙인. 계속 돈이 없다고 거절하자 돈 없는 사람이 어떻게 차를 몰고 다니냐는 식으로 몰면서 돈 있는거 다 아니 좀 달라 이런 상황에서 제 차의 기름을 뺀다고 한 것이지요.

쉼터 같은 곳에 들어가서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스를수 있을텐데 술과 귀차니즘에 빠져 생활하시는 분들도 많구요. 이렇게 하루종일 수천명을 만나면서 조금씩 구걸해 컵라면과 소주로 연명하는 분들.

전에는 종종 돈도 드리고 했는데 부질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차라리 도움을 주지 않으면 쉼터 같은데로 들어가 마음과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에게 구걸하다보니 밥값, 술값, 담뱃값은 나오더군요. 급기야 동료에게 담배를 요구하고 없다고 하자 동료가 피우던 담배, 그것도 거의 꽁초만 남았을 때 그것을 쑥 빼 들고 가는 노숙인. 그들의 삶인게지요.

지갑을 잃어버려 집에 못가니 차비 천원만 달라고 사람들의 앞길을 막아서던 어떤 청년은 3년이 지나도록 지갑을 못 찾았는지, 집에 돌아갈 차비를 아직 마련하지 못했는지 오늘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천원만”을 요구합니다.

너무 냉정한 것 같기도 하지만 이들은 사대육신 멀쩡합니다. 두 다리, 두 팔 짤려 몸에 타이어나 튜브 달고 시장이나 길거리를 끌고 다니며 생필품 팔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노숙인들에게 돈을 몇푼 쥐어주는게 그들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오전 9시 30분, 노숙인들이 아침 술판을 벌이며 행인들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다. 바로 앞 도로에 차를 대기하고 있으면 다가와서 돈을 요구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