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경험한 '안전불감증'
요즘 현장의 안전사고 문제가 요즘 끊이질 않고 있다. 몇일전 판교의 한 연구소 신축현장에서 옹벽이 무너져 3명이 죽고 8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난데 이어 오늘 뉴스를 보니 수원의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흙막이 벽이 무너져 1명이 매몰됐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다.
그뿐인가? 엊그제는 서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보일러가 폭발하면서 학부모 2명이 숨졌다. 그런가하면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구간 레일의 받침구조물인 콘크리트 침목 일부에서 부실공사가 드러났다. 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부품을 잘못 사용해 균열이 갔다고...이 엄청난 국책사업에 당장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런 부실 공사로 혹여 고속열차가 탈선이라도 한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하루건너 대형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이러한 안전사고에 대해 불가항력의 천재였냐 안전불감증이 가져온 인재였냐를 가름하는 일도 쉽지 않다. 상당 부분이 천재보다는 안전 소홀에 기인한 사고가 많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나는 10여년전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잡부로 일을 다닌적이 있었다. 대학 등록금과 용돈 때문에 주말과 방학때가 되면 신축 현장에서 일당 잡부로 일을 했었다. 일하면서 혹은 식사를 할때면 작업반장이나 현장 소장, 목수, 조적(벽돌) 등 파트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걸 듣게 된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뭔가 이상했다. 20미리 철근을 넣고 콘크리트를 부어야하는데 가격이 싸서 10미리짜리를 넣는다고 했다. 또 원래는 강도가 높고 더 비싼 적벽돌로 벽을 쌓아야하는데 물건이 없어 싼 가격의 적벽돌을 쓴다고....
현장소장이 파트별로 업자들에게 일을 맡겨 놓으면 어떤 기준에 맞지 않게 일을 해놓아 허구한날 다시 부수곤했다. 하청업자와 목소리높여 싸우기도 하고, 시공감리가 뜨면 어떻게 할것이냐며 이미 공사가 진행돼 다시 까 부실수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감리를 속여 통과하나...
당시에는 이런 이야기와 상황들이 그냥 건설현장의 업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건축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제 굵기의 철근과 제 강도의 적벽돌로 지어져야 하는데 그 기준에 맞지 않게 했으니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부실공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지 않은가?
부실을 콘크리트속에 꽁꽁 묻어버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훗날 세월이 지나 그 건물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누구를 탓하며 원망해야 하나?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를 잊지 말아야한다.
안전사고, 천재보다는 대부분이 인재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