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주인공 집 관광버스로 사람들 찾아....스트레스 심각
경북도, 워낭소리 할아버지를 여행상품화??
포토존 설치...이분들이 동물원 원숭이인가?
경상북도가 영화 <워낭소리> 촬영지를 여행상품으로 선정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추억과 감동’을 테마로 한 프로그램을 3월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관광객에는 ‘추억과 감동’이 되는 것이고 워낭소리 주인공 할머니 할아버지는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는 격이다.
영화의 주 무대인 할아버지 집 주변과 소 무덤, 농장 주변 등이 관광코스가 되고 포토존을 설치해 소와 들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게 한다는 계획이라는데...
무슨 포토존을 설치한다는 말인가? 집이 동물원이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원숭이라도 된단말인가?
언론에 따르면 ‘두분의 일상을 파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도 관계자가 강조했다. 이미 사생활이 파괴될대로 된 상황인데 어떻게 두 분의 일상을 파괴하지 않을거라고 호언장담하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높디높은 철조망으로 포토존을 만들기라도 한단 말인가? 아니면 주변에 경찰력이라도 배치해 두 분을 보호하겠다는 말인가?
할아버지댁 전화해보니 '관광차'로 사람들 다녀가
연로하고 병약한 할아버지 힘들어한다며 큰아들 걱정
일주일전에 주인공 할아버지 댁에 전화를 드린적이 있다.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 근황이 궁금해서였다. 할아버지의 큰 아드님이 전화를 받았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심지어 주말에 관광버스로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했다. 할아버지께서 귀가 잘 들리지도 않고 말씀을 많이 하시면 안되며 안정을 취해야하는데 사람들이 자꾸 말을 걸어와 많이 힘들어하신다고 했다. 영화에서도 봤지만 할아버지의 건강상태는 그리 좋은편이 아니다. 연로하시기도 하고 말이다.
관광버스로 사람들이 다녀갔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상품이 어쩌니 저쩌니 할 것도 없이 이미 할아버지는 원치 않는 다수의 불시 방문에 힘들어하고 계셨다. 물론 대박 영화 촬영지라 가보고자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좋은 마음 갖고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거나 위로차 오는 분들도 많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의도와도 관계없이 이분들에게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경상북도는 당장 이 여행상품 계획을 철회하거나 피해가 되지 않을 확실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재검토해야한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이를 뜻깊게 활용해보자는 차원’이라고 경북도는 밝히고 있지만 이는 결코 뜻 깊게 활용하는 방법이 아니다. 평온한 그분들의 삶에 찬물을 마구 들이붓는 상황이다.
도 차원에서 주인공 사생활, 안전 확보하는게 우선 아닌가?
평온한 삶을 깨는데 그치지 않고 자칫하면 이분들이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과거 산골소녀 영자씨가 매체 통해 세상에 나온 후 CF 촬영하고 이 때문에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영자씨는 여승이 된 사건을 우리는 매우 잘 알고 있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 실제 주인공도 영화 이후 <피디수첩>의 주인공으로 재 등장한 사건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영화 <집으로>의 김을분 할머니도 세인을 관심을 피해 이사를 하기도 했다.
영화, 드라마 촬영지가 관광명소, 여행상품화 하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그 지역과 특성을 알리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신중해야한다. 기획 취지나 의도, 목적등과는 관계없이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낳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아니, 현재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도 차원에서 감동과 추억을 기리고자 한다면 소의 무덤을 좀 더 크게 만들어주고 비석이나 소 혹은 할아버지 동상을 세워주고 어떤 방식으로 뜻깊게 활용할 것인지는 그 분들의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다음 뭘 하던지 진행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도 차원에서도 주인공의 사생활과 보호, 안전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지 대박 영화에 편승한 졸속 행정, 기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독자들이 그렇게 지적하기도 하고.
진솔한 삶과 감동을 다수에게 선사하고 받는 대가가 동물원 속 원숭이 같은 관심이라면 이거 너무하지 않은가?
워낭소리 할아버지에 대한 세인의 관심은 어찌보면 불가피하다. 지자체에서 그분들의 안전, 사생활을 보호해야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워낭소리> 주인공 내외분과 독자 여러분께 사죄 말씀 올립니다
27일 이른 아침에 워낭소리 주인공 관련 포스팅을 하고 밤에 퇴근해 돌아와 보니 많은 분들께서 제 글에 대해 질타를 하고 계셨습니다. 워낭소리 촬영지를 여행상품으로 선정했다는 경상북도 관련 기사에 대해 할아버지 내외분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글 중간에 약 일주일전 제가 할아버지댁에 직접 전화를 드려 건강과 근황을 여쭸다는 대목에서 많은 분들께서 이구동성으로 적절지 못한, 신중하지 않은, 경솔한 처사였다고 질타를 하셨습니다. 이러한 저의 처신이 주인공 내외분을 더욱더 힘들게 만든다고 하셨습니다.
이 글을 통해 워낭소리 주인공 내외분과 독자 여러분께 진심어린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어떤 동기이던, 그 의도가 아무리 좋은 것이었다고 해도 그것을 펼쳐내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결국 주인공 내외분에게 피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았고 독자 여러분께도 불편을 넘어 분노의 마음이 생기게 만들었습니다.
다시한번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질타가 타당합니다. 그렇잖아도 불시 방문과 많은 양의 전화로 힘들어하시는 주인공 내외분인데 제가 한몫을 보탠 셈이 됐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글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 내외분에게 전화를 하게 만드는 하나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내외분의 근황을 전하고자 했다면 직접 전화를 드리는게 아니라 제작자 등 관련자에게 정보를 얻어 글을 올리는 것이 옳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순차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현장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해드리겠다는 생각으로 전화를 했고 그 내용을 블로그에 실었습니다.
좀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워낭소리 내외분을 향한 많은 분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고 전화 통화 내용을 싣는, 그분들을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쓰면서 오히려 그분들을 노출하게 만드는 제 스스로 모순을 보이게 됐습니다.
다시한번 워낭소리 주인공 내외분과 독자 여러분께 사죄 말씀 올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는 글을 올릴 때 보다 신중하게, 두 번 세 번 더 생각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많이 깨닫게 해주셨고 자기반성을 할 수 있게 일침을 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이구동성의 질타가 의미하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게됐고 앞으로 제가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셨습니다.
거듭 주인공 내외분과 독자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해당 글은 내일중으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