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갔더니....1시간만에 진료비 9만5천원
지난밤 찾은 응급실 풍경입니다. 경찰이 뭔가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 커텐 안쪽에는 음주운전자로 보이는 한 여성이 혈액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반쯤 몸을 구부린 간호사가 보입니다.
생전 처음 진료실 찾은 아내, 비싼 진료비 걱정부터 하다
어제 낮부터 갈비뼈 쪽이 조금씩 아프다던 아내. 요 며칠 미용 필기시험 때문에 안좋은 자세로 밤샘 공부하느라 근육이나 관절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어제밤에는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겁니다.
엄청난 깡다귀와 악으로 다져진 아내는 어지간한 아픔이나 통증에는 꿈쩍하고 견디며 말안하는 편인데 어제는 달랐습니다.
“으이구 으이구~~”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인지 가슴인지 아프다며 급기야는 데굴데굴 구르는 아내.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구, 이거 큰일 났구나” 생각하며 아내의 옷을 챙겼습니다. 응급실에 가야만 했습니다.
어렵게 준비하는 동안 아내는 “내일 미용학교 나가야하는데...”라고 중얼거리거나 “응급실 가면 비싼데...” 이런 말을 하더군요. 비싸고 싼게 중요한게 아니라 우선 사람이 살아야할 일이지요. 마침 이날이 헤어미용 필기 시험 어렵게 합격한 날인데 학교를 하루라도 빠지게되면 비싼 가발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국비로 지원받아 다니는 미용 학교인만큼 결석이 일정수 이상 되면 지원이 안됩니다. 그러니 아내 입장에선 결석은 절대 안되는것이죠.
혈액검사, 엑스레이 촬영, 진통제 투여 ...1시간 누워있으니 9만5천원
여하튼 이 엄청난 통증을 우선 누그러뜨려야 했습니다. 밤 12시경, 응급실 들어가자마자 혈액검사, 진통제 투여, 가슴, 옆구리 방사선 등을 촬영했습니다. 진통제가 투여되면서 어느정도 안정이 되자 아내는 살다보니 응급실에도 본다며 신기해하기 까지 했습니다.
새벽 응급실 풍경은 다양했습니다. 몸에 두드러기 나서 온 사람, 옆구리가 아파 온 어린이, 갑자기 손에 통증이 있어 울며 불며 온 아이 등등...아, 음주 운전 단속에 걸렸는지 경찰과 함께 와서 혈액검사를 하는 젊은 여성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해 새벽 응급실을 찾은 모든 환자들이 맨 처음 해야하는일이 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해야할 일 바로 원무과 접수입니다. 저는 너무 당황스럽고 급하고 걱정되어 허둥지둥 응급실을 찾았는데 가장 먼저 듣는 소리가 “접수하고 오세요” 라는 말이라니...당연한 일이고 절차인데도 왜 그 말이 그리 섭섭하게 들리던지요.
약 40분 후 검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백혈구 수치가 좀 올라가 있어 몸에 염증이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면역기능이 약화돼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들어 미용 시험때문에 제대로 못자고 못먹고 못쉬고...무리를 했던 건 사실입니다.
엑스레이 결과로는 우측 폐에 약간의 폐렴 끼가 보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루 정도 입원해서 과장님 소견을 들어보며 항생제 투여 등 치료를 받아볼 것을 권했습니다. 그럴만한 여건이 안 된다고 하자 우선 먹는 약으로 항생제를 처방해줬고 토요일 등 시간이 다시 한번 내원해 추이를 지켜보자고 하더군요.
아내의 통증은 이렇게 일단락 되었습니다. 완벽하게 통증이 사라진건 아니었습니다. 숨을 크게 쉴때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처음 음급실에 올 때를 생각하면 아주 편안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응급실을 찾은지 약 1시간만에 다시 집으로 오게 됐습니다. 수납창구에 가보니 세상에 진료비가 9만5천원이나 나온겁니다. 역시 응급실은 응급실입니다. 크게 눈에 띄는 치료를 한것도 아닌데 응급실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비싸야하다니...비싸던 싸던 서민들은 응급실을 찾지 않으면 어딜 찾겠습니까?
어제 응급실 풍경을 보면서 느낀 점은
“눈물은 아래로 떨어져도 밥숟가락은 위로 올라간다” 라는 속담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