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서는 대한민국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 취재는 후진국형이다

윤태 2008. 1. 14. 14:45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를 보면서 언론사들의 취재윤리에 대해 느낀점을 말하고자 한다. 유가족들에겐 무척 안된 일이다. 먼저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반면 언론사 기자 입장에서는 이번 화재 참사가 대단한 특종임에는 틀림없다.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어떤 현장에는 항상 방송사, 신문사, 인터넷 매체 등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경쟁사보다 더 빨리 신속하게, 자세하게 취재를 해 송고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언론사 기자들이라면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무리하게 취재를 하다가 기자들이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그런데 이번 냉동창고 참사 취재를 주욱 지켜보면서 여러면에서 실망을 금치 못하게한다. 화재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아니 경찰, 소방당국의 감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현장속으로 들어가는 경우이다. 심지어 다 타버린 전기배선을 손으로 훑어내거나 LP가스 통을 들썩여가며 현장의 참혹함을 여실히 보여주려는 방송사 기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화재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보상문제나 책임소재 문제가 크게 달라지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기자들이 먼저 들어가 이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출입금지가 쳐진 라인앞에서 이를 뚫고 막무가내로 들어가려는 기자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 소방당국 사이에 마찰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무리 특종도 좋고 자세하게 현장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현장보존이 중요한 시점에서 이러한 취재경쟁은 아무래도 후진국형 취재형태가 아닌가 싶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비단 현장 뿐만이 아니다. 온몸에 화상을 입어 붕대로 친친 감은 환자, 숨쉬기도 매우 힘들어하는 산소마스크를 한 중증 환자에게 당시의 상황을 말해달라고 기자들은 무리하게 마이크를 들이댄다. 최대한 안정을 취해야하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가족을 잃어 대성통곡하는 유가족들에게 지금 심정이 어떠냐고 물으며 마이크를 들이댄다. 그 비통한 심정, 기자들은 몰라서 묻고 있는가? 이번 화재로 아버지를 잃고 울먹이는 중학생 아들 인터뷰하는 장면을 뉴스로 봤을 때 기자들이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비참한 장면을 뉴스로 내보내야 그 언론사, 방송사의 뉴스가 더욱 가치를 발할 것이라고 기자들은 생각하는 것일까?

 

필요한 만큼의 이미지와 영상을 내보내면서 아픔과 상처를 당한 유가족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면서 취재할 수는 없는가?

 

선진 외국의 경우를 보니 이런 참사 현장에서의 취재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감식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장에는 기자들이 들어가지도 않으며 유가족들을 취재할때도 비참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우리의 언론보다는 그들의 우울한 분위기를 전해주는 선에서 취재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자들은 언제쯤 이런 취재 문화가 정착될까?

오열하는 가족들 :  사진출처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