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노약자석 확대 반대한다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1호선 객차내 좌석의 절반 정도를 노약자 등을 위한 ‘배려석’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노약자석 6석에서 14석 더 추가해 총 26석을 노약자석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다. 객차 1량당 총 좌석 수 54석의 48%에 이르는 수치이다. 1호선을 시범 운행해 호응도가 좋으면 2~4호선까지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노약자에는 노인과 임산부, 환자 등 교통약자를 포함한다. 그러나 ‘노약자석’이라 하면 주로 ‘노인’들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짙고 아직 배가 불러오지 않은 임신부나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좌석에 앉지 않고는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환자 즉 약자들은 노약자석에 함부로 앉을 수 없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여하튼 노약자석을 확대시행하겠다는 서울메트로의 방침은 노인 등 노약자에 대한 배려와 노인 공경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면에서 박수를 받기에 마땅하다. 그러나 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측면에서 노약자석 확대를 반대한다.
소수 때문에 다수가 불편을 겪을 수도 있는 일이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미명아래 노인 공경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자발적인 것이 아닌 은근히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배려석의 ‘배려’는 자발적 혹은 자율적인 것이어야 진정한 그 의미가 있는 것이지 노약자석(배려석)을 수적으로 늘려 타율에 의해 그것을 추진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사회적 눈총을 받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위에 언급한 내용이 중학교 도덕 교과서 분석하는 것처럼 너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쉽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노약자석에는 젊은이들은 잘 앉지 않는다. 노약자석에 앉았다 하더라도 노약자(주로 노인)가 들어오면 곧잘 양보해 주는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노약자(주로 노인)는 노약자석에 우선적으로 앉을 권리가 있지만 일반석에도 주저없이 앉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노약자석을 굳이 늘리지 않더라도 노약자(주로 노인)들이 자리에 앉는 것이 그리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해보자. 지하철 1호선은 인천,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과 학생 또 서울에서 수원,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학생들로 러시아워때는 초만원을 이룬다. 아니, 미어터진다. 콩나무시루 같은 곳에서 문을 여닫을때마다 뻐근한 몸싸움까지 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약자석 확대는 의미가 없어보인다. 약자(주로 노인)가 탄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노약자석으로 바뀐 기존의 일반석까지 진출할 방법도 없다. 포화 상태로 용수철처럼 문밖으로 튀어나갈 태세가 1호선 출퇴근길의 풍경이다. 비단 1호선 뿐 아니라 러시아워때는 2~4호선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노약자석 확대를 하더라도 출퇴근 등 러시아워때는 예외로 해야 할 것이다.
노약자 범위를 노인, 장애인, 임산부, 환자 등으로 국한하는데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피로에 찌든 젊은 직장인과 학생들도 어찌보면 교통 약자이다. 출퇴근 시간 짧게는 20~30분, 길게는 1~2시간 공공장소인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하루 종일 피로에 지친 몸, 잠시 눈을 붙이며 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 젊은 직장인과 학생들일 수 있다. 냉철하게 보자면 이들도 교통 약자에 포함될 수 있는 문제인데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무조건, 의무적으로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즉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노약자석 확대 시행은 더 많은 불편과 불평 혹은 노인들과 젊은이들 사이의 다툼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 한 가지 면에서만 생각하고 이를 확대시행하려는 것은 그 이면의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주최측의 실수라고 생각한다.
감성으로만 생각, 판단하지 말고 이성적, 합리적, 현실적으로 생각해보고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눈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메트로에서 내 놓은 노약자(교통약자)석 확대 시행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