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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서는 대한민국

강호순 여파가 내게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으로 반사이익을 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호신용품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호신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뉴스보도가 전해졌고 휴대폰 위치추적 서비스도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강호순 사건으로 피해를 보는 곳도 있습니다. 경기 서남부 일대 유흥가가 심야시간에 여성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하더군요. 해가 지기 무섭게 집으로 들어간다고 말이죠.

저도 이번 사건으로 어느 정도 피해를 보게되었습니다.

"남자 방문교사인가요?  여자 선생님 안계신가요?

제가 하는 일이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독서토론 가정 방문교사인데요. 4~5명씩 모둠을 만들어 토론수업을 하지요. 그런데 요 며칠사이 독서토론 수업을 신청했다가 그 지역이 남성교사라는 사실을 알고 수업을 포기한 사례가 몇몇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수업을 받다가 이사를 오게되면 그대로 기존의 다른 모둠에 합류해 수업을 받으면 되는데 남자 교사라는 점에서 망설이는 분도 계시더군요. 기존 아이들 중에서 밤에 수업이 끝나면 내려오는 길에 데려다 준다고 말씀을 드려도 혹시 엘리베이터에서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어머니들도 계시구요.

특히 직장에 나가시는 어머니들은 걱정이 더 큽니다. 차라리 여성 방문교사면 집에 어른이 없어도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는데 말이죠. 모둠으로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시간을 맞춰야하는데 밤 시간에는 수업 후 귀가길이 걱정돼 되도록이면 밤 시간에 수업하는걸 불편해 하시는 어머니들도 계십니다. 특히 여자 아이들이 더욱 그렇지요.

지난해 안양의 우예슬, 이혜진 양 납치 살해사건때도 이런 일이 속출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좀 나아졌는데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어려움이 또 생기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성남 구시가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아 수업 중단 사태가 꽤 많이 발생하는 곳인데 엎친데 덮친격이 됐습니다.

특히 강호순의 외모가 범죄형이 아닌 호남형이라는데도 여파가 있습니다. 험악하게 생긴 사람은 일단 경계하게 되는데 강호순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요. 저도 험악하게 생긴편이 아니고 그럭저럭(?) 인상좋게(?) 생긴 편이라서요.

인상이 좋다고 혹은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안심하는 시대는 아니지만요. 어제 뉴스를 보다보니 군포 외진 곳은 하루에 버스가 석대밖에 안들어오는데 어른들이 아는 동네 아이들(특히 여자아이)을 태우고 마을로 들어오려고 해도 이제 태워준다는 말도 못꺼내고 있다고 뉴스보도에서 들었습니다. 인심까지 흉흉해지고 있습니다.

각박해진 세상, 그것을 넘어 험악하기까지 한 사회가 만들어낸 슬픈 현실이네요. 유가족들의 슬픔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번 사건이 직간접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니까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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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언제 흉악범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세상. <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