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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서는 대한민국

"기상청 애로사항도 좀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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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기상청이 제작한 우산. 일기예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미디어다음 뉴스 캡쳐 장면)



빗나간 날씨 예보 이후 기상청 장현식 통보관과의 전화 인터뷰



독자들 "슈퍼컴 뭐하는데 쓰냐?" 오락하냐?"

요즘 기상청이 뭇매를 맞고 있다. 어제도 9시 뉴스에서도 6주째 주말 오보를 냈다고 보도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기상청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 빗가난 예보 때문에 휴가계획을 망치는 사람도 있고 반사이익을 얻는 사람들도 있다. 일기예보는 이처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기예보가 자꾸 빗나가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매체나 독자들은 잘 따져보지 않는 것 같다. 다만 대충 알고는 있다. ‘지구 온난화 때문? 지형적 조건 때문?’

그리고 일기예보 얘기가 나올때마다 같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기상청에 500억짜리 슈퍼컴이 있는데, 왜 날씨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나. 그 비싼 슈퍼컴으로 기상청 직원들이 오락하고 있나? 라고 말이다.

설마, 오락을 하겠는가?

이 슈퍼컴에 대해 기술적, 기능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8월 3일 이른 아침, 기상청 장현식 통보관과 일기예보에 대해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언론 비난 감수하는데, 기상업무 애로사항도 제발 알아줬으면....


Q) 500억짜리 슈퍼컴에서 내놓은 결과를 판독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해 예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인가?

-그렇지 않다. 잘못 알려진 것이다.

Q) 슈퍼컴만 있으면 날씨를 정확히 맞출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예를 들어 기자님이 수억원짜리 노트북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고가의 노트북이기 때문에 저절로 좋은 기사가 지는가? 그건 아니지 않은가?

Q) 그렇다면 슈퍼컴은 어떤 일을 하는가?

-슈퍼컴은 계산을 빨리하는 도구 역할을 한다. 입력되는 초기자료에 따라 결과물이 나오고 이를 보정해 예보를 한다. 이 초기자료는 자연상태에 최대한 가깝게 넣어야하는데 기계적인 오차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오차가 있다. 즉 인간의 힘으로 자연상태의 초기자료를 정확히 넣는다는 건 사실 매우 어렵다, 이것이 인간과 슈퍼컴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Q) ‘인간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슈퍼컴, 레이더, 위성자료 등 어떤 것을 보더라도 3시간까지는 예보가 가능한데 그 후로는 예측이 힘들다. 기상의 성질이 수출, 확장, 변질 등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수백개의 기상방정식과 지구대기방정식 등이 최대한 자연상태에 가까운 초기자료를 대입해 비교적 정확한 예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6주째 주말 예보가 오보였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확히 말하면 예보의 시차가 틀린 거지 오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저녁에 왔다면 예보한 시차가 다른 것이지 엄밀히 따지면 오보는 아니지 않는가. 또 서울, 경기에 150미리 예보했는데, 서울은 안오고 경기도에서 150미리 넘게 왔다면 어느 정도 적중한게 아닌가. 사람들은 모든 걸 서울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의 힘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국지성 호우가 많이 내린다. 강수량이 적고 많음을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할말이 없다.

Q) 어제 이후로 전화 많이 받았나?


이제는 빗발치는 항의전화에 무감각하다. 예전부터 그래왔고 내년되면 똑같은 내용이 계속 나갈 것이다. 언론매체에서도 너무 비난만 하지 말고 기상 관측의 시스템이나 애로사항 등을 같이 기사에 실었으면 좋겠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일기 예보, 정말 어렵다. 예보 내보내기 전에 심사숙고 하고 밤새 난상토론도 해가며 힘들게 예보를 내보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국민의 소리를 받아들이고 최대한 노력하겠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완벽하게 지배하고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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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뉴스의 날씨는 특보 사항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생방송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밤 8시경부터 날씨부분은 따로 녹화가 들어간다. TV에서 볼때는 멋진 지도 화면이 나오지만 기상캐스터는 파란 배경 앞에서 그냥 손짓만 하고 있을 뿐이다.(사진은 지난 2006년 MBC9시 뉴스테스크  최현정 전 기상캐스터 인터뷰 당시 촬영한 모습. 지금은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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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녹화 도중, 선배에게 뭔가 문의를 하고 있는 전 기상캐스터 최현정 씨. 예보가 틀리다고 해서 방송사 기상센터로 전화할 필요가 없다. 기상캐스터들은 기상청 자료를 받아, 거기에 맞게 그날 그날에 어울리는 멘트를 넣는 것 뿐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