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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금지 강력히 법 시행하면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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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낙태, 얼마나 많이 자행되고 있으면 '공공의 비밀' 이라고 알려져 있을까?


불법낙태 계속 땐 산부인과 수사해 달라’

젊은 산부인과 의사 600여명이 위와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불법 낙태근절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불법 낙태에 대한 법은 엄연히 존재해왔는데 사실상 거의 지켜지지 않고 방치해 온 산부인과 의사들 스스로가 불법 낙태가 근절될 때까지 모든 법적, 사회적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제시했습니다. 이들은 11월부터 불법적인 낙태 시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낙태만큼 ‘공공연한 비밀’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습니다.

심각한 저 출산과 급속도의 고령화 사회 문제에 대해 일부 젊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투철한 애국심(?)과 생명의 존엄성, 비윤리적인 행위를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회적 경제적 사유와 태아 이상에 따른 임신 중절 '모두 불법'

또 한편 저 출산이 심각해지면서 많은 산부인과들이 문을 닫고 있고 진료만하고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많지 않으며 산부인과 지원 전공의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살아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아니냐는 네티즌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산부인과는 저수가 정책과 잦은 의료사고 등으로 어려움이 많은데 출산율까지 크게 낮아졌으니 그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더라도 사실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낙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 경제적 사유와 태아 이상으로 인한 임신 중절이 현행법상 모두 불법 낙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불법 낙태를 막기 위해 국가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 출산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보니 출산 문제를 국가가 법적 제도권 안에서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주장대로 사회적 경제적 사유로 인한 임신에 대한 중절이 법적으로 강력하게 시행되면 미혼모들이 많이 발생할 것입니다. 학생 신분인 10대 중후반의 미혼모도 발생할 것입니다. 또한 태아 이상을 미리 알고도 장애아를 낳아야합니다.  뱃속에서 장애 판정을 받은 아이도 생명이니 낳아야 한다고 제 3자는 쉽게 말할수 있지만 그 주인공이 당사자가 되면 그 주장이 반전될 수 있을 것입니다.

피임에 실패한 정상적인 부부들도 이유를 막론하고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합니다. 불량 콘돔으로 인한 임신도 종종 발생하는 상황이니 이런 경우 임신이 되면 콘돔 회사에 항의할 수도 없고 황당한 웃음만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태아 이상 장애아 알고도 낳아야 한다...강력 법 시행으로 '모두' 낳으면 누가 책임지나?

또한 미혼모들은 사회적 편견과 눈초리를 받고 경제적 압박까지 더해져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의 엄마와 함께 사는 아이도 힘들어할 테고 그 아이가 시설로 보내져 입양을 하던 싱글 맘의 엄마와 함께 살아가든 아이에게는 그리 축복받을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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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를 들어 원치 않는 임신일 경우에도 무조건 낳으라고 하며 후속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면...

한순간의 쾌락과 제대로 알지 못한 피임법 등의 성 문제, 조심하지 않고 방심하는 등 한순간의 실수로 인한 임신은 사실 따지고 보면 1차적으로 개개인의 잘못이고 그들의 문제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신중하지 못한 한순간의 잘못, 실수로 임신이 됐고 사회적 경제적 여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낙태를 하려는 사람들의 태도가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법적으로 반드시 낳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나 국가가 아이의 장래를 책임질 상황이 아닌데 윤리라는 종교적인 문제와 저 출산이라는 사회적 국가적 문제를 들어 개인의 임신, 출산 문제까지 제 3자가 너무 깊게 관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그들의 위치와 입장에서 충분히 위와 같은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인도주의적, 윤리적인 문제가 됐던 사회적, 국가적 문제의 저 출산이 됐던, 더 나아가 산부인과 병원의 살아남기 전략이 됐던 간에 그들의 상황에서는 이해가 됩니다.

물론 이것이 완전히 법제화되고 강력하게 시행된다면 이에 대한 후속조치와 지원책 등을 국가에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동안 연간 수십만 건에 달하는 낙태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입니다. 사실 정부에서도 골치가 아픈 문제입니다. ‘공공연한 비밀’을 그동안 정부가 몰라서 규제를 안했습니까?

마땅한 해결책이나 지원책 등이 없으니 ‘공공연한 비밀’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번엔 시민사회 단체나 종교계가 아닌 불법 낙태 논란의 중심에 선 산부인과 의사들이 이 문제를 자정하겠다고 강력하게 나서고 있으니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겁니다. 낙태 절대 반대를 외치는 쪽과 합법적인 낙태를 주장하는 두 측 사이에 이번 계기를 통해 다시 한번 논란의 불이 거세게 붙을 것 같습니다.

낙태 근절, 반대 보다 선행돼야 할 건 피임과 조기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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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금지, 반대 등을 강조하기 앞서 선행돼야할 것이 피임이며 조기 성교육이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게 순서이다.

그런데 ‘불법 낙태’를 근절하네 마네 하는 문제보다 근본적으로 선행해야 할 것이 피임이고 더 나아가 조기 성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이 아무리 강력히 시행되더라도 음지속에서 낙태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고 법망을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원치 않은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제가 초등생들에게 콘돔 사용법을 보여주면서 토론 수업할 때 아이들은 저더러 변태라며 교재를 집어던지며 수업을 거부하기도 했지만 콘돔 미착용 등 피임실패로 인해 생기는 중고생 미혼모와 그들 아이의 불확실하고 불행한 삶을 이야기해줬을 때 아이들은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교사를 변태로 생각하며 이에 대한 내용을 들으려조차 하는 않는 게 초등 성교육의 현주소입니다.

어떤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때 그것을 해결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먼저 찾아내어 처방하고 조정해야 하는 게 순서입니다. 발생한 문제에 대한 사후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면서 이미 발생해버린 문제만을 놓고 가타부타 한다고 문제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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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축복받아야 할 게 임신, 출산이지만 한순간의 실수나 부주의로 임신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모두 낳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