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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맛

녹색 어머니회, 아빠가 나갔더니 반응이....

 

 

아침부터 땀나는 녹색 어머니회, 아빠들이 많이 참여하세요. 엄마들 힘듭니다...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아빠인 제가 녹색 어머니회에 다녀왔습니다. 아내가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제가 다녀왔지요. 초록색 옷을 입고 하얀 장갑 끼고 모자 쓰고 정지선 지키자는 현수막이 걸린 봉을 들고 아침 등굣길 교문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겁니다.

 

첫날인 어제 왠 남자가 녹색 어머니회를 하고 있으니 등굣길 학생들이나 아이를 데려다 주시는 어머님들이 신기한 듯 보시더군요. 누구네 반 아빠인지 물어보기도 하시고 정말 대단하다, 열성적이다, 이런 반응들을 보이시더군요.

 

"와, 남자가 하네..."

 

"요놈들, 안전 지키자는데 남자, 여자 따질게 뭐 있어?"

 

라고 핀잔 주듯 장난으로 아이들과 장난도 좀 치고요.

 

"아들, 딸들, 밥은 먹고 오냐?" 라고 물어보며 올라가는 아이들 등도 두둘겨 주고요.

 

오늘은 저와 함께 나와야하는 어머님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완전 사각지대인 사거리에서 분주하게 뛰어 다녔습니다. 교통정리를 해보니 참으로 위험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완전 사각지대에 비탈길이라 더욱 그렇지요. 가운데서 보면 4군데 방향 모두에서 차량들이 4거리를 향해 달려오는 상황에 아이들은 이곳저곳에서 건너려하려 하고...이건 뭐 차들끼리 충돌할 위험과 더불어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상황도 여러번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등굣길 교통 안전이라는게 우선 이 복장으로 봉을 들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어 교문앞이나 4거리 등에서는 서행을 하고 일단 주위를 살피면서 운전을 하게 되더군요. 좀 상징적인 의미도 있는 것이죠.

 

저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 차량 안에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운전자들, 아이 손잡고 등교하면서 고생한다고 말씀 건네주시는 어머님, 대여섯 살 정도 되는 어린 동생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초등 1, 2학년들....이런 풍경들을 모습들을 보고 겪으면서 아침햇살은 비록 따갑지만 마음만은 시원해지는 아침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다른 교문을 지키는 어머님들이 저에게 상을 줘야 한다고... 하시던데. ^^ . 뭐 내 아들 딸 같은 안전 지키자는데 상 받을 만한 꺼리는 아닌 듯 싶습니다. 서울은 모르겠지만 성남 이곳에서는 아빠들이 녹색 어머니회 나가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하네요.

 

시간 되시고 일 좀 늦게 나가시는 아빠 계시면 같이 하면 좋을텐데요. 뭇 시선이 좀 부담스러우신가? ^^ 뿌듯하고 좋기만 하던데요.. ^^

 

그나저나 오늘 아침, 정문에서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 제게 고생하셨다고 좀 어색하게 말씀 건네시던 분, 교장 선생님이신가요? 교감 선생님이신가요? ㅋㅋ 남자가 그거 하고 있으니 교장?교감? 선생님 입장에서도 좀 당황?어색? 하셨던 모양입니다.

 

"전혀 이상할 것 없습니다!"

 

아이들 안전 지키자는데요 뭘 ^^

 

남자가 하는 일, 여자가 하는 일 굳이 따질 필요 있겠습니까? 늘 여성들이 하던 일이더라도 여성이 하기에 좀 벅차고 여건이 어려우면 신체적으로 좀 강한 남자, 남편들이 대신 나와서 하면 그만이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배려하는 마을, 그리고 어떤 일을 더욱 더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일이면 되는 것이죠, 남녀 구분 무슨 필요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