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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하기

뉴스 방송 중 실수한 아나운서, "마녀 사냥이다"

MBC 문지애 아나운서가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 뉴스내용이 포함된 사건뉴스를 보도하던 중 뉴스 말미에(클로징 멘트 및 인사할때) 웃음을 터트려 구설수에 올랐다. 7일 저녁 6시30분에 시작한 저녁 뉴스에서이다.

이에 대해 MBC측은 "클로징 멘트할 때 발성상의 문제가 생겨 스스로 멋쩍어 웃음이 난 것"이라고 문 아나운서 측의 입장을 전했다. 

그런데 네티즌들이 벌떼같이 몰려들어 문지애 아나운서를 비난하고 있다. IMBC 홈페이지 게시판에 네티즌들의 항의글이 빗발치고 있고 미디어다음 실시간 검색어 1위에도 올라있다. (11시 50분 현재) 그런가하면 많은 매체들이 이 소식을 앞다투어 보도했으며 11시50분 현재 500여개의 댓글이 올라 있다. 이번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하자는 내용도 있지만 심각한 뉴스를 전하면서 웃음을 자아냈다는 것에 대해 질타하는 내용의 댓글이 더 많다.


네티즌들은 심지어 문 아나운서의 인신 공격까지 서슴지 않는다. 문 아나운서가 예능,연예 프로그램 MC 하는 걸 두고 아나운서가 아니라고 하는가 하면, "뉴스와 예능 프로그램을 구분 못하냐"며 질타를 하기도 했다. 어떻게 심각한 뉴스를 전하면서 웃을 수 있는가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비난글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마녀 사냥이다. 하이에나가 한 마리 사슴을 발견한 것처럼, 몇날 몇일 굶은 들고양이들이 생선을 발견한 것처럼 달려들어 물어뜯고 흠집내고 급기야 갈기갈기 찢어놓기까지 한다. 참으로 보기가 좋지 않다.


문지애 아나운서가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 뉴스를 전하면서 그 내용이 웃겨서 클로징 멘트에서 웃었겠는가? 그냥 화재 사고와는 관계없이 클로징 멘트하는 과정에서 발음상의 문제가 생겨 멋쩍어 웃음이 났다고 하지 않는가? 하나의 실수로 보고 넘기면 될 것을 다른 것과 연계해 인신공격에 더 나아가 불필요한 말들을 확대 재생산해내고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럼 어쩌란 말인가?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가 슬픈 소식이니 울면서 구슬픈 어조로 뉴스보도를 하란말인가? 만약, 우울한 혹은 침울한 표정으로 뉴스보도를 하면 이번에는 칭찬이라도 해 줄 셈인가?


뉴스 아나운서는 기계가 아니다. 매번 그렇게 기계처럼 정밀하게 진행할수는 없다. 웃음이 날 수도 있고, 목에 가래가 걸려 목소리가 이상하게 날수도 있다. 생방송이다 보니 미연에 방지할 수 없는 요인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아나운서니까 실수조차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는 네티즌들도 있다. 그렇다면 '실수(mistake)' 라는 어휘조차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제발, 넘어갈 건 넘어가고 짚을 건 짚었으면 한다. 이번 문지애 아나운서 건은 그냥 넘어갈 일이다. 초등생까지 나서 '마녀사냥을 위한 마녀사냥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성적이고 논리적, 그리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건전한 의견을 개진하고 댓글을 남겨놓는 것은 좋지만 남들이 다 비난한다고 해서 별 생각없이 우르르 몰려가 일방적인 독침을 날리는 마녀사냥, 자제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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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애 아나운서, 그렇게 질타를 받을 일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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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매체들이 이를 방송사고 라며 앞다퉈 보도했다.



방금전 뉴스(8일 오후 12시경)를 보니 이번 일로 문지애 아나운서가 저녁뉴스에
서 하차하고 하지은 아나운서로 교체한다는 소식이 떴네요. 이것이 바로 '네티
즌의 힘'인가요? 마녀사냥으로 인한 '아나운서 죽이기'의 결과였을까요? 참으로
씁쓸합니다.


글쎄요, 이번 사건과 네티즌들의 성화로 하차하게 된 문지애 아나운서, 뭔가를
깨닫고 앞으로 더욱 크게 성장할 계기가 됐을지, 큰 상처로 남아 있을지는 모르
겠네요. 문 아나운서 당사자만이 알겠지요. 여러 언론 매체와 네티즌이 만들어
낸 합작품 ---> 문지애 아나운서 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