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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실동화

[사실동화] 5. 어머니 병원비 때문에

구내식당에서 식판에 밥을 담던 기덕이는 맞은편에서 밥을 담는 여자의 모습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 여자가 김치, 감자볶음, 돈가스 등 반찬을 지나치게 많이 담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덩치를 보니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저 많은 반찬을 다 먹을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기덕이는 속으로 혀를 찼다.


"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저렇게 많이 퍼 담는 심보는 뭐람?"


요즘 들어 굶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반찬을 끊임없이 많이 담아 결국 짬통에 버리게 될 그 여자의 행동이 너무 괘씸하게 보였던 것이다. 기덕이는 그 여자가 반찬을 얼마나 남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일부러 그 여자와 보조를 맞춰가며 식판에 음식을 담았다. 느리게 밥을 담는 기덕이 때문에 뒤에 오는 사람들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기덕이는 맞은 편 여자의 동태를 계속 살폈다.


식판에 밥을 다 담은 기덕이는 여자의 뒤를 슬슬 따라갔다. 그리고는 그 여자 옆에 자신의 식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밥을 먹기 시작했고 여자도 천천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힐긋 힐긋 시계를 쳐다봤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한명의 여자가 손에 뭔가를 든 채 다가오고 있었다.


"언니."

"야, 너 왜 이제 오니?"

"미안해 언니, 막 나오려는데 전무님이 부르셔서....지출내역서가 안 맞는다고해서 그거 맞추고 오느라고...."

"알았어 그래, 얼른 밥 먹자. 다 식겠다."


친언니인지 아는 사이인지는 몰라도 두 여자는 또래로 보였다. 그 여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조그마한 가방을 열어 무엇인가를 꺼냈다. 도시락이었다.


"얘, 너는 오늘도 장아찌니? 좀 맛있는 거 좀 싸가지고 다녀."

"아휴, 언니는... 내 사정 뻔히 알면서 그래? 가뜩이나 차비도 올라서 걱정인데."

“그래도 그렇지..."

"헤헤, 장아찌 반찬이 도시락 싸기 가장 쉬워. 아침에 시간도 없고..."

"알았어. 밥이나 먹자."


언니인 듯한 그 여자는 김치, 돈가스, 감자볶음 등을 덜어 그 여자의 도시락에 얹어주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기석이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돈을 절약하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이들의 또 다른 대화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너네 엄마 병원비 때문에 큰일이다. 어떡하니?"

"그러게 말야. 이번 수술만 잘 되면 우선 큰 고비는 넘긴다고 하는데...."

"....."


어머니 병원비 때문에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식대를 절약하는 같은 직장 후배를 위해 매일 같이 반찬을 많이 퍼다 도시락을 나눠먹는 것이었다. 기석이는 점심을 먹는 내내 목이 메여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