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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하기

살아있는 사람 분쇄기 갈아...영화지만 너무 끔찍한 장면

끔찍한 살인 장면에 '올인'하는 영화 <실종>, 흥행할까?


엊그제 영화 <실종>을 관람했다. 처제의 마일리지로 급하게 구입한 공짜 표 두장. 아이들을 이웃에 잠깐 맡기고 영화에 대한 마땅한 사전정보 없이 바로 극장에 들어갔다. 요즘 워낙 많은 바쁜 일이 겹치면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마일리지로 끊은 공짜 표로 한국 영화 <실종>을 택했다.

문성근, 추자연, 전세홍 출연 영화 <실종>. 공포 스릴러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한 공포 스릴러는 아니었다. 내가 어지간한 살인 장면에 움찔하거나 비위상해 하지 않는 편인데 영화 <실종>은 실로 대단했다. 삽을 세워 사람 머리를 내려 꽂는 장면은 무척 리얼했고 살아 있는 사람을 통째로 분쇄기에 갈아 닭 모이로 주는 장면은 내 뼈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한마디 감상평’을 대략 종합해보면 ‘더럽다, 기분 나쁘다, 찝찝하다, 토악질 나온다, 괜히 봤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어느 누구하나 호평하지 않았다. 그 짧은 ‘혹평’만 있을 뿐이었다.

옆에 있던 아내도 보는 내내 연신 헛구역질을 하더니 차를 타고 나서 더욱 심하게 해댔다. 영화속 끔찍한 장면 때문에 비위가 상한게 아니라 놀라면 가슴이 쿵닥거리고 머리가 멍해지면서 속이 울렁거리는 아내의 신체 특성에 따른 연동 현상이었다. 영화 <실종>이 얼마나 ‘끔찍하게 놀라는 장면’이 많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끔찍한 살인으로 일관하는 영화
-예술성 작품성은 글쎄? 문성근 사이코패스 연기는 일품

영화가 끝나면 머릿속에 딱 꽂히는 메시지가 있기 마련인데 <실종>은 딱히 이렇다할 메시지는 느끼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끔찍한 살인장면으로 일관한다. 동적인 느낌이 아닌 협소한 공간의 지하창고에서 정적인 살인이 계속된다.

그렇다보니 박진감은 거의 느낄 수 없고 조용한 속에서 관객들이 살인사건의 목격자로 숨죽여 지켜보다가 어느 수간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탄탄한 스토리 구성력이나 작품성보다는영화 시작과 함께 범인을 드러내 놓으면서 끔찍한 살인장면에 ‘올인’ 하는 듯한 느낌이다.

다만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 판곤(문성근)의 연기는 과히 일품이다. 케익을 납치 강금한 여성의 몸에 집어넣는 엽기 행각을 벌이면서 철저하게 유린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그의 표정과 독기, 죽음의 공포에 벌벌 떠는 여자에게 ‘웃으면 살려주겠다’고 말하는 냉소적인 태도. 납치한 여성들을 ‘개’, 본인을 ‘주인’이라고 칭하면서 노리개로 삼는 흉측함. 또 살인 장면의 이면에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흠잡을데가 없을 정도이다.

최근 강호순 연쇄살인범 사건과 맞물려 시의성을 띤 영화로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 이 영화가 지난 2007년 전남 보성에서 발생한 ‘70대 어부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인데 그 장면이 나온다.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70대 어부에게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여자가 “저희 배좀 태워주세요” 하는 장면이다. 판곤(문성근)의 ‘먹잇감’이 된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배에 올라타는 여대생들도 ‘먹잇감’이 되는 상황으로 실제 발생했던 연쇄 살인사건 한 장면을 재연하듯 넣은 것이다.

결론을 내리면 작품성이나 예술성 등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너무 큰 것을 기대하고 관람하면 위에 언급한 ‘한마디 영화평’처럼 안 좋은 이야기만 나올 수 있다. 살인 묘사에 중점을 두고 조용한 긴장속에서 등골이 오싹하는 느낌으로 감성보다는 시각으로 스크린의 동선을 따라 관람하면 된다. 공포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시원한 영화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끔찍한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임산부나 비위가 매우 약한 사람 등은 절대 관람 불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멀쩡한 사람도 그 영화 보고 이틀 정도 그 장면들이 선해 결코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PS : 혹시 영화 보신 분 계시면 짧게 감상평좀 올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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