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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하기

제가 쓴 글이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단막극으로 방영되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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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방영된 내용을 찍어봤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에 방영된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진실 혹은 거짓’편에 제가 쓴 글이 나왔습니다. 자살 기도 하던 두 가장의 로또 당첨 관련 글인데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빚보증 잘못 서서 3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된 30대 가장 김씨와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내가 가해자로 몰리면서 법정 싸움에 지친 30대 가장 박씨. 기구한 운명과 힘겨움에 겨운 두 30대 가장이 자살을 위해 한강다리 위에 올랐지만 경찰의 설득으로 성공하지는 못한다.

이후 속사정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친구가 되고 위로삼아 구입한 로또가 3억원에 당첨된다. 서로에게 3억원을 양보하다가 한 친구가 편지와 함께 당첨로또 용지를 친구집 우체함에 넣는다는게 그만 옆집에 잘못 넣게 된다.

하지만 옆집 주인은 그 로또와 편지를 언론에 제보해 빚 탕감과 국선변호사 선임 등 문제 해결을 해준다. 이 소식은 CNN, BBC, 요미우리 신문 등 전 세계 주요 언론에 소개되고 결국 이 사연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내용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물론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이  두 가장.


감동있지 않나요? ^^ ‘그럴싸한’ 개연성도 보이구요. 위 글은 간단하게 요약해서 잘 모르지만 원글에는 실제 지명과 가상으로 인터뷰에 응한 인물 이름이 나와 있고 사건을 다룬 기사 형식이라 실제 있었던 것인지 꾸며낸 것인지 쉽게 구분이 안될 정도이지요.

감동과 메시지 있어 아이들 교육 활용하려고 했더니 -->둘 다 죽는 비극으로 바뀌다

이 내용이 공중파에서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 저는 초점을 맞춰 아이들 교육에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독서토론 지도하는 일인데요, 책 대신 이 내용을 보고 우선 영화감상평을 써보는 것이지요. 시간적 여유가 되면 이 내용으로 토론도 해볼 수 있구요. 주인공인 이 두 친구의 행동에 대해 말이죠.

여하튼 저는 이 내용이 경제적인 문제, 시사적인 문제, 양보와 배려 등 아이들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해 이 원글을 출력해 아이들에게 나눠줬습니다. 일요일에 시간되면 보라고 말이죠. 보고 나서 감상평 써보고 싶은 친구는 한번 써보라구요. 이것은 수업 외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요하거나 의무를 지을 순 없으니까요. 아이들 어머니들께도 직접 알려드리거나 문자를 통해 제 글이 방송으로 영상화돼 나감을 공지해 드렸습니다.

궁극적으로 교육적인 목적으로 활용을 해보겠다는 것인데요. 방영 이틀 전에 해당 작가에게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몇 번째로 방송되는지 궁금해서 말이죠. 그런데 작가 하는 말이 “마지막 내용이 좀 바뀌었는데요, 두 주인공이 서로 로또를 차지하려다가 죽는걸로요. 프로그램의 특성상 극적 반전을 꾀해야 해서요. 끝 내용이 감동적이긴 하지만 좀 밋밋해서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이들과 어머니들에게 매우 감동 있고 아이들이 뭔가 느끼는 점이 많을 내용이라고 ‘광고’를 하다시피 했는데요. 원글을 각색해서 드라마, 영상으로 만드는 데 내용의 변형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렇게까지 그것도 완전하게 반전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거든요. 며칠 전 작가에게 전화했을 때는 거의 원글대로 제작이 된다고 했는데 진행을 하면서 내용이 좀 ‘강하고’ ‘쇼킹한 것’으로 나름대로 변한 듯 했습니다.

‘자살 친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일요일에 방영된 <서프라이즈. 처음 내용은 제 원글과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약간 재밌는 요소를 넣긴 했지만요. 그러나 로또 당첨 시점부터 두 친구가 서로 가지려고 하다가 한 친구를 살해하고 당첨금을 타려고 은행에 갔다가 그 로또가 지난회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헛수고’를 한 셈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친구를 죽인 죄책감과 어리석음을 깨닫고 이 친구 또한 자살을 선택하게 됩니다. 결국 두 친구 모두 죽게 됩니다. 이날 방송 내용이죠.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감동과 눈물로 뒤범벅 될 줄 알았던 스토리. 결국 이렇게 비극으로 끝나버렸습니다. 솔직히 그 작가님이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죽음 위주 소재 말고 다른 소재 발굴은 어떨까요?

그쪽 나름대로 시청율을 의식해 효율적으로 일을 추진한 것뿐이니까요. 다만 그렇게 비극으로 만들었을 때와 원문처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을 때 시청자들에게 어느 것이 더 많은 감흥과 느낌을 주느냐 하는 것인데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후자 쪽이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미스테리한 죽음과 귀신 등장 등을 많은 소재로 삼아왔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것이 식상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어느 순간에는 코믹한 소재가 많이 등장하기도 했구요.

이번 일로 여러 지인들에게 일요일에 꼭 그 프로그램을 보라고 권하니까 죽음 내용과 귀신 내용, 끔찍한 내용이 많아 잘 안 본다는 분들이 꽤 계시더군요. 뭐 방송 특성상 ‘신비한’ 내용의 컨셉이 맞긴 하지만요.

그나저나 이 방송을 본 독서토론 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되냐구요? 글쎄요. 극적 반전이 생겨 마지막 내용이 확 바뀌긴 했지만 이것도 생각 나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피엔딩이 아니라 좀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바뀐 내용도 결코 던져주는 메시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죽음을 극복하며 인연을 맺은 두 친구가 결국 돈 때문에 사이가 갈라지고 결국 둘 다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내용, 그리고 한 친구가 그것을 후회하고 잘못을 깨달았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입니다. 죽음이라는 설정이 정서상 좀 내키진 않지만 여하튼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는 교훈적인 내용은 남겨주는 것이니까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앞으로 죽음에 관련한 신비한 설정 장면도 좋지만 감동스러우면서도 신비한 내용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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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스토리가 비극으로 바뀌어 버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