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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정보세상

순식간에 찾아온 기침, 흉통, 호흡곤란, 두드러기... 꽃가루 알레르기였을까?

어린이날 야외에서 김밥 잘 먹고 잠시 누웠다 일어나보니..

2009년 어린이날은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고 두 아이 아빠가 되기까지 겪은 어린이날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일 것입니다. 한편으로 아픔(?)이 있는 날이기도 하구요.

지난 어린이날 우리 가족 네 명은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있는 인근 공원을 찾았습니다. 거의 점심 무렵이었지요. 김밥과 사이다, 과자 등을 사들고 가서 그늘 아래 자리를 폈습니다. 네 식구가 맛나게 김밥을 먹었습니다. 돌쟁이 막내 녀석도 ‘밥, 밥’ 하고 덤벼서 꽤 많은 김밥을 먹었습니다. 종종 꽃가루가 날아들어 좀 불편하긴 했지만요.

식사 후에 제가 먼저 큰 아이만 데리고 한바퀴 돌며 5월의 싱그러움을 즐겼습니다. 날씨도 따끈따끈하고 피로하기도 해서 잠깐 돗자리 위에서 잠이 들었죠. 그 사이 아내는 두 녀석들을 데리고 이런저런 구경을 하고 있었고요.

10분 정도 잠을 자다 깬 것 같습니다. 갑자기 기침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까닭 없이 기침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기침을 두어 차례 하고 나니 가슴이 콕콕 찔리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기침은 더 길게, 자주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기침, 흉통, 눈 빨개지고 호흡곤란에 가려움증...벌집처럼 부은 몸

가슴 통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마치 500미터를 전력질주 했을 때 가슴이 터지는 느낌과 비슷한 매우 극심한 흉통이 기침 후에 밀려왔습니다. 가슴이 뻐근해오는 이런 통증은 처음이었습니다. 기침을 하지 않으면 당장은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에 애써 참아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내와 두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되는데, 이 맑고 화창한 날 내가 왜 이곳에서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통증에 이러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태는 더욱더 악화일로 접어들었습니다. 기침에 따른 가슴통증도 무척 힘든데 숨쉬기가 갑자기 곤란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기도를 뭔가로 반쯤 막은 듯한 느낌이었지요. 숨을 쉴 때마다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했구요.

심근경색? 협심증? 급성천식? 등 증상에 따른 병명을 떠올리며 혼자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저를 보자마나 왜 눈이 빨갛게 됐냐고 묻더군요. 실핏줄이 터진 것 같다고요. 눈을 비빈 기억도 없는데 실핏줄이 터진 것처럼 빯갛게 됐다니, 이해가 안됐지만 휴대폰 거울을 보니 사실이었습니다.

나는 몸이 안 좋아 들어가야겠다고 했습니다. 즐겁게 나온 날인데 무척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집으로 들어가는게 내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응급실이라도 가야하는게 아니냐고 했습니다. 당장 죽어갈 정도의 상황이 아니면 응급실 가봐야 별 볼일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저는 우선 집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아주 힘겹게 가까운 거리를 운전해 돌아왔습니다. 큰아이가 기억할 수 있는 첫 번째 어린이날인데 외출 두시간만에 그렇게 집에 들어와야만 했습니다.

우선 침대에 누워 안정을 취했습니다. 잠을 자고나면 나아질까 싶어 잠을 청해봤지만 잠은 오지 않았습니다. 집안에서 그러고 있는데 아내가 저더러 모기에 물렸냐고 ane더군요. 제 몸에서 몇 군데 벌겋게 된 곳을 보고 말이죠. 하지만 모기에 물린 기억은 없었습니다. 모기 소리도 듣지 못했고 따끔한 적도 없었으니까요. 제가 몇 군데 긁은 모양입니다.

아내가 그 이야기를 하고 나서 2~3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온 몸이 근질근질거렸습니다. 손닿는 곳마다 긁기 시작했습니다. 긁는 곳마다 모기에 물린 것처럼 부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부어오를수록 가려움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불과 10분 경과 후 모든 신체 부위가 성한 곳이 없을 만큼 울퉁불퉁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가려움은 극치에 달았습니다.

이건 또 무엇인가? 식중독인가 아니면 알레르기인가? 배도 안 아프고 똑같은 음식 먹은 다른 식구들은 멀쩡한데 나만 식중독인가? 그렇다면 알레르기인가? 살아오면서 알레르기라는 것은 한번도 경험하지 않았고 특정한 것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람들 보면 이해가 안 될 정도라 알레르기 또한 새삼스러웠습니다.

그러는 동안 식구들은 놀라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사람 몸이 순식간에 저렇게 벌집처럼 부어오를 수 있을까하고 말이죠. 마치 수천마리의 모기한테 물린 것 같은 형상이었으니까요. 이 현상 때문인지 기침, 가슴통증, 호흡곤란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알레르기 억제제 알약 한방에 사그라지는 증상...대체 뭐였을까?

아내와 함께 당직약국을 찾았습니다. 약사에게 온몸을 보여주고 지난 몇시간동안 있던 일과 증상 등을 말해주니 알레르기 같다고 했습니다.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하더군요. 음식이든지 꽃가루든지 알레르기 테스트를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알레르기가 피부나 호흡기에 나타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만약 알레르기라면 저 같은 경우는 피부와 호흡기에 동시에 나타는 셈입니다.

알레르기 억제제를 약국에서 즉시 복용했습니다. 약으로 호전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응급실을 찾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싱겁게 됐습니다. 약 복용 후 1시간 만에 모기떼 습격 같았던 몸은 가라앉기 시작했고 가려움도 사라졌습니다. 빨갛던 눈은 시작 한두 시간 만에 없어졌고요. 하룻밤 자고 나니 흔적도 없어졌습니다. 가슴통증도, 호흡곤란도, 기침도 말이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굳이 병원을 찾아 불과 서너 시간 만에 상황종료된 것의 원인을 따질 필요조차 없어졌습니다. 물론 원인이야 있겠지요. 음식물은 아닌 것 같고 공중에 떠다니던 꽃가루가 호흡기와 피부에 동시다발적으로 급성 알레르기를 일으킨 것이 아닐까 하고 추정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럴 공산이 크기도 하구요. 그늘 아래 돗자리에 누워 자고 있는 동안에 나도 모르게 꽃가루가 내부로 들어가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정말 잊지 못할 어린이날이었습니다. 통증이 지속될 때 귀여운 두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서글퍼지기까지 했으니까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이라 이대로 쓰러질 것이라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요즘에는 20대, 30대 할 것 없이 뇌졸중, 심장마비,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으로 픽픽 쓰러지는 젊은 사람도 많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가까우니까요.

그나저나 꽃가루 알레르기 있는 분들, 다시 한번 주의해야겠습니다. 싱그러운 5월의 어느 날 저처럼 되지 않으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