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출하해야는데 폭락가격에도 사가지 않아...비싼 사료만 축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상황
주말에 시골에서 못자리를 하고 왔는데요, 이번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아버지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푸념 그 자체입니다.
지난 달에만 해도 황소 600kg 기준으로 1kg에 8천원~8천5백원선이었는데 지금은 1kg에 6000원에도 안가져간다고 합니다. 6000원에 가져간다해도 황소 한 마리당(600kg 기준) 120만원은 떨어진 것입니다. 이거 큰일 났습니다. 20개월 정도 키워 이제 빼고 새로 송아지를 사 키워야 하는데 계속 비싼 사료만 축내고 있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애매한 상황입니다.
세계 곡물 가격 상승으로 옥수수 등의 가격이 올라 사료값도 엄청 오른 상태입니다. 생산비의 40%가 사료값이니 어마어마한 것이지요. 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송아지 사료의 경우 1만원을 넘는다고 합니다.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황순원님의 소설 <송아지>에서 여물 삶아주고 풀뜯어 먹여서 키운다면 오죽 좋겠냐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생후 5개월 송아지 출하까지 400만원 소요, 팔면 400만원 못받아..
약 15개월 전에 아버지는 생후 5개월된 송아지를 250만원에 사오셨습니다. 15개월 동안 녀석이 먹은 사료는 1백만원어치, 짚여물과 주사 등 부대비용 50만원, 합이 150만원입니다. 송아지 가격 250만원+사료 및 부대비용 150만원=400만원. 황소 한 마리 출하하기까지 400만원이 들었습니다. 인건비는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세는 어떻습니까? kg에 6000원이면 600kg 황소 한 마리에 360만원 받고 팔 수 있습니다. (그 가격에도 안가져 간다는게 문제지요) 인건비는 커녕 원금도 안나옵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온 몸에 똥냄새 짙게 배겨가며 1년 넘게 소 키워봐야 지금 상태라면 안키운만 못한 셈이 돼 버렸습니다.
축산 농가들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걱정이 앞서집니다. 한미 FTA 때문에 자살하는 농민이 급증했는데 이번 소고기 개방으로 또 얼마나 많은 축산농민이 목을 메고 자신의 몸을 불태우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아무리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고 행정 만능주의 대책에 불과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